3인칭관찰자

beholderer.egloos.com

포토로그



《나의 쇼와사》선열한 기억 (完) ┣ 私の昭和史 (完)



  대위로부터의 요청

  중국 군인들과의 교류도 상당히 진척되었다. 교육도 끝나가던 어느 날, 대위는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귀관도 알다시피, 지금 중국은 국가통일을 위해 중공군과 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우수한 일본군인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어떤가. 귀관도 우리 중국군에 들어와 중국 근대화를 위해 일할 생각은 없는가? 그 조건은 일본군에서의 현재 계급에서 3단계 특진시켜 주겠다는 것과, 아내를 두 명 준비해 주겠다는 것이다. 2~3일 지난 후에 답해주길 바란다." 라는 것이다. 또 다시 나는 깜짝 놀랐다. 일본인에다 패전국의 국민인 나를 3계급 특진시켜서 쓰겠다는 발상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데서 놀란 것이었다.

  이미 이 무렵이 되자 처음에 걱정하였던 '다시는 일본에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완전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우리들은 알았다. 그렇게 되니 솔직히 말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3일 후 대위는, 내게 답변을 요구했다. 나는

  "미안하지만 나는 농가의 외동아들이다. 집에는 연로한 부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귀군의 나에 대한 마음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말했다. 그러자 대위는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귀관의 마음은 잘 알았다. 이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하겠다. 그러나, 나는 귀관이 부럽다. 귀관에게는 귀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양친이 있다. 그러나 내게는 양친도 누이도 없다. 모두 일본군에게 살해당했다." 

  세상에는 찬 물을 끼얹는다는 단어가 있다. 바로 그러했다. 나는 숨을 삼킬 뿐, 답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 이어서 대위가 말했다. 

  "신경쓸 필요는 없다. 전쟁이란 건 그런 것이다. 귀관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잘 하길 바란다." 우둔한 나에게도 일본인의 근본적인 잘못에 대해 감이 왔기에, "일본" 이란 단어가 지긋지긋해졌다.

  '일본이란 얼마나 거만한 나라인가. 일본인이란 얼마나 구제불능의 국민인가. 일본의 교육은 뭔가 잘못되었다...'

  이러한 나 나름의 분노를 한동안 나는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나의 빈곤한 인간성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너무나 순수한 젊은이로 비쳐질 것 같아서이다. 나는 그런 훌륭한 젊은이가 아니다. 실은 나는 대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나는 농가의 장남이지만, 외동아들이 아니다. 남동생이 1명 있고, 누이는 6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50대, 어머니는 40대로 연로한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대위에게, "연로한 양친, 외동아들" 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중국군에 오래 남는 것이 두려워서였긴 했으나, 중국인이나 중국군, 그리고 대위의 큰 바다같은 관용에 비하면, 얼마나 내 심정은 빈곤했던 것일까. 나는 지금도 이 일을 떠올리면 참을 수 없는 자기혐오에 빠진다. 
   

  

덧글

  • 국부군이이렇게귀여울 2014/01/23 15:16 # 삭제 답글

    리가없어. 부패하고 무능한 국부군에 대한 이미지가 확 가시네... 저, 저 놈이 그럴리가 없어라는 인지부조화. 하긴 월남도 패망하고 나니까 거기에 원조하고 파병한 것 자체로 대단한 전쟁범죄나 반인륜사건인양 취급하는 것을 보면 싸움에 진자에 대한 시선이 가혹하다는 것이 일반적이겠지요. 전쟁에서 진 것이 큰 죄다는 식의 일본의 전범관은 동의할 수 없지만 우리도 나쁘니까 패망했다는 식의 사고에서 자유롭진 않다고 봐요.
  • 3인칭관찰자 2014/01/23 18:20 #

    제목 보고 웃었네요. ㅎㅎ

    아무래도 패배한 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미화 / 재평가가 되지 않는 한 결과론적인 심판이 가해져서 좋지 않은 평가가 내려지는 게 사실인 것 같네요. 특히 패배한 자를 부정해야만 자기들의 정통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경우에는... 기획적으로 매장시킨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일본 우익들이 주장하는 것 같이 "이기면 관군, 지면 역적"이라는 도식을 자기변호에 사용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은...

    이 같은 경우는 국부군이나 공산화 이전의 중국이 부패+무능이란 딱지를 받고서 좋은 일을 하거나 순기능으로 작용한 점이 조금도 없었다는 듯이 망할 만해서 망했다는 평가를 듣는 건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점수를 깎는다 해도 군벌들과 싸우며 중국 통일을 주도하고, 항일전쟁에서 지구전을 벌여 성과를 거둔 점은 중국 공산당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일텐데....(물론 과오가 없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닌게 대만에서 행한 2.28 사건 같은 걸 보면 쉴드칠 마음이 떨어지니까요)

    그건 남베트남도 정도는 덜할지언정 어느 정도 국부군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 BigTrain 2014/01/27 20:18 # 답글

    한국전쟁 당시도 중국군의 기강이 꽤 잘 서 있었다고 하죠. 포로 대접도 인간적이었고..

    저 땐 확실히 중국에 대국 기질이라던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도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 3인칭관찰자 2014/01/27 21:02 #

    네. 팔로군 시대 이후 한국전쟁의 항미원조군에 이르기까지 중국군은 기강 엄정한 군대였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이 지금도 저런 대국기질과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을지는.... 확신은 못하겠지만 대국 특유의 관대함은 아직도지니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뭐 중국도 급속히 개인화 자본주의화되고 있기에 저 대위와 같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야 많이 줄었을 것 같긴 하지만요.
  • 비도승우 2015/05/18 00:39 # 삭제 답글

    우리나라도 전후세대가 오히려 친좌파에 반일이고 일본도 중국도 전후세대에서 대국다운 풍모나 반성의 모습을 잃어버렸죠.
    장담하는데 지금의 중국군이 저런 모습을 가지고있을꺼라곤 믿지않습니다. 만약 전시라면 아부그라이브의 미군이 이라크포로대하듯할꺼라는데 뭐든겁니다. 그리고 중일전쟁당시에도 일본군포로중 체포되면 묻지도 따지지도않고 방아쇠못잡게 손가락부터 자르고 새우처럼 구부려야앉을수있는 나무통에 집어넣고 잡아갔다는 이야기도 꽤많쵸. 워낙 군벌연합체라 어찌보면 어느부대에 잡히느냐도 운명을 가르는 요소였을지도.
  • 3인칭관찰자 2015/05/18 21:13 #

    전후세대로 가도 중일간의 대립과 갈등은 여전하다는, 아니 어쩌면 더욱 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혹 지금 시대에 (전쟁 같은 걸로) 중국이랑 일본의 입장이 뒤바뀌게 된다면 과연 중국이 과거의 원한을 갚는 대신 저런 관용을 보여줄지는 저도 많이 의심스럽습니다.(과거에 잘못한 쪽인 일본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게 순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뭐 두 나라 모두 강경한 건 사실이니.)

    말씀 들어보니 중국군의 손에 넘어간 일본군 포로들의 운명도 여기에 나온 것처럼 화기애애한 것만은 아니었겠군요. 손가락부터 잘라서 나무통에 가두고 잡아갔다니(...)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블랙)

6384
485
360599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