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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쇼와사》선열한 기억 (3) ┣ 私の昭和史 (完)




  이 글은 이와나미 신서岩波新書《나의 쇼와사》p. 47~60을 번역한 글입니다.


  중국군으로부터의 출두명령

 
부대의 군마 / 병기 / 탄약 등 일체의 전시자재를 정부 쪽 중국군(중화민국)에 인도한지 얼마 안 되어, "일본군의 군마 / 병기 등의 취급을 지도하기 위해 병과장교 / 수의부장교 / 하사관 / 병사 약간을 ○○일까지 △△로 출두시켜라." 고 중국군에서 전해 왔다. 이는 지상명령이라고 한다. 당시 중국도 큰일이었다. 공통의 적 일본에게는 이겼으나, 이어서 격렬한 국공내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 쪽 중국군도 일본군의 병기로 조급히 전력을 증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 연대에서는 지원자 중심으로 요원을 모집하여, 그 1진을 보내었으나, 이윽고 제 2진을 보내라고 했다. 이번에는 지원자만으로는 부족하여 나에게도 순번이 돌아왔다. 우리들은 하나미花見 중위를 대장으로, 총수 30명이 중국군이 지정한 장소로 서둘러 갔다. '이제 이렇게 일본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구나' 하고 체념하면서, 우리들은 묵묵히 행군을 계속했다.

  지금에야 소학생(초등학생)의 국제교류까지 행해지는 바이지만, 당시는 분별을 가릴 나이만 되면 "중국인은 짱꼴라이며, 미영은 귀축영미" 였다. 따라서 중국인과 미국 / 영국인은 적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런 적에게, 이번엔 패배한 우리가 징용되는 것이다. 당연히, 일본군이 중국군 포로에게 한 짓을 당하더라도 신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인과응보인가" 하면서 우리들은 자신들의 불운을 탄식했다.

  인간이란 기이한 존재로, 자기가 가진 그릇으로 남을 재량하는 약삭빠르고 빈곤한 습성이 있다. "일본군이 그랬으므로, 중국군도 반드시 일본군과 같은 짓을 할 것이다" 라고 자기 혼자 판단한 것이다. 정말로 빈곤한 우리들의 당시 사고였다.  

  벌벌 떨면서 우리들은 중국군에 출두했다. 중국군은 전승기분으로, 대단히 활기차 있었다. 그러나, 복장과 병기는 일본군에 비하면 꽤나 뒤떨어져 있었다. 내가 담당하는 군마軍馬의 위생을 취급하는 곳도 당연히 중국군의 수의부였다. 나는 그곳을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약품이라고는 의약품이 하나도 없으며, 기재도 옛날 일본의 백락伯樂이 사용했을 법한 고전적인 물건들 뿐이었다. 

  이 엄청난 광경을 보고서, 나는 최초에 품었던 경멸이 어떤 종류의 감동으로 변하는 걸 느꼈다. 방금 전까지는 미국식으로 장비한 중국군의 정예와 사투를 벌이면서 작금의 중국군의 급변에 놀란 우리들이다. 그리고 지금 보게 된 것은 중국군의 열악한 장비이다. 우리들은 다시 한 번 중국의 국토가 넓은 것과, 중국군의 고투苦鬪를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잘도 이런 열악한 장비로 싸워왔구나' 하는 감동을, 아무리 해도 떨처낼 수가 없었다.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스승을 받든다

  중국군은 우리들에게 정말로 정중했다. 이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우리들의 숙사도, 영외의 훌륭한 건물을 준비해주었다. 거기에다 우리들에게 하는 경례가 일본군 이상으로 엄정하고 깍듯한 것이 정말로 신기했다. 우리는 어떤 대위에게 그 사정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대위는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 라는 표정을 지으며,

  "옛날부터 중국은 스승을 받든다. 스승을 받드는 데 뭐가 신기한가. 당신들은 우리 중국군의 교관, 즉 우리들의 스승이다. 이 스승을 받드는 것은 옛날 중국부터 있었던 관습이다." 고, 대단히 간단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패전은 황허黃河의 범람이다. 얼마 안 가 이 이상으로 일본은 다시 부흥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나는 대위가 말하는 "황허의 범람"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황허의 범람?" 내 물음에, 대위는 답을 했다.

  "그렇다. 황허의 범람이다. 황허는 때때로 범람하여, 가옥은 물론이고 많은 토지까지 쓸어가버린다. 이 점에서 보자면 황허의 범람은 중국인에게는 참기 힘든 하늘의 재앙이다. 그러나 그 범람도 언젠가는 반드시 사그러든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풍요한 토양을 남기고 간다. 그 풍요한 토양으로 중국 농민은 얼마나 구원받았는가. 이와 같이 화복禍福은 꼬인 밧줄처럼, 화가 미친 자리에는 반드시 복이 오는 것이다. 패전을 맞았다고 너무 그렇게 끙끙대지 마라." 라고.

  이 대위의 말을 듣고, 우리들은 쇼크와 같은 감동이 밀려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물론, 사투리가 심한 대위의 중국어가 내게 충분히 들렸던 것은 아니다. 필담筆談을 섞은 회화였으나, 대위의 의중은 우리들에게는 너무할 정도로 와 닿았다. 나는 이 때만큼 내가, 그리고 일본이 비참하게 보인 적이 없었다. 중국인에게 한번이라도 이와 같은 말을 한 일본인이 있었을까. 나는 "질 만해서 진 전쟁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라고 통절하게 생각했다.


 

덧글

  • 진냥 2014/01/23 00:26 # 답글

    국공내전을 목전에 둔 미묘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후에 승리한 중국 공산당까지도 일본군에 관대하게 대했다는 걸 생각하면 중국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네요....
    배워야겠습니다. 우리도.
  • 3인칭관찰자 2014/01/23 08:44 #

    저도 이거 번역하면서 '그때 중국인은 천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의 1500만 명의 중국 군민이 중일전쟁에서 죽었는데도 저렇게 도량 넓게 말할 수 있다니..

    요즘 일본의 우경화나 상습적으로 터지는 일본인사의 폭언, 독도문제 같은 데에는 엄정하게 대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이 에피소드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저도 생각합니다.

  • 도연초 2014/01/23 13:00 # 답글

    이런말하기 정말 싫은데 '대국의 여유'라고 해야 되려나.......

    (근데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쪼잔함은 둘다 똑같다는게 함정)
  • 3인칭관찰자 2014/01/23 13:37 #

    어쩌면 온갖 부침을 겪어 오면서도 자기 문명을 유지한 중국이기에 관대할 수 있었던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센카쿠 문제로 치고받는 오늘의 중일관계에선 저런 대범함은 사라진 것 같지만)
  • 2014/01/27 14:49 # 삭제 답글

    저때 중국인은 승자로서 여유가 있으니 저런 소리 한거죠.
    오늘날 중국은 일본보다 강해지고 있으니(중국경제가 일본보다 커졌지만 계속 7%이상 고성장을 하고 있죠)아예 진짜 일본위에 군림하려고.
    저때 중국이야 승자기는 하지만 사실은 일본은 미국한테 처맞고 진거지 중국에 진거는 아닌데 오늘날 중국은 아예 일본을 자기의 힘으로 누르려고 하고 있죠.
    일본이 저때 패했을때 중국이 아량을 보인거처럼 만약 오늘날 중일대결에서 일본이 벌호후타면 중국은 대단히 대범하게 나올겁니다.
    근데 일본입장은 미국을 보스로 모시는건 인정하는데(이차대전때 처맞고 인정하게 됨)중국을 보스로 모실 생각은 없고 일본이 아시아최강이다라는 거겠죠.
    근데 중국이 고성장을 계속하면,지금 중국부채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부채문제를 잘 해결하면 다시 상장하겠고 해결하지 못하면 꼬꾸라질듯,나중엔 중국경제가 일본보다 몇배쯤 커질텐데 그러면 일본이 벌호후탈듯.
    그런데 중국이 꼬꾸라지면 지금 중일경제가 별로 사이즈가 차이가 나지 않으니(중국이 약간더 큼)일본이 벌호후타지않고 끝까지 으르렁대겠죠.
    일본보다 중국에 달린듯.
    중국이 고성장 계속해서 일본이 벌호후타면 중국은 저때처럼 대범하고 아량있게 나오겠져.
  • 3인칭관찰자 2014/01/27 16:45 #

    저도 중국의 성장여부에 따라서 일본이 버로우탈지의 여부가 달려있다고 봅니다.
    일본이 앞장서서 중국에 머리 숙이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고..

    중국이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극복하고 지금과 같은 강대국화를 계속할 수 있다면..
    아마 일본도 지금처럼 뻣뻣하지는 못하겠죠.(단지 그렇게 되면 울 나라도 중국눈치 많아 봐야하는게..)
  • 비도승우 2015/05/18 00:32 # 삭제 답글

    지금은 전혀찾아볼수없는 대국의 풍모. 일본역시 잘못을인정하고 감동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죠.
  • 3인칭관찰자 2015/05/18 20:46 #

    어째 저 당시보다 직접적인 원한이 없는 지금 세대의 중일관계가 더 찌질해지고 험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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