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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쇼와사》선열한 기억 (1) ┣ 私の昭和史 (完)



  이 글은 이와나미 신서岩波新書《나의 쇼와사》p. 47~60을 번역한 글입니다. 조선인 종군위안부에 대한 기억과 패전 후 복원 이전 중국에서의 일화를 다룬 글인데 지금은 절판된 책이라 보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1988년 가토 슈이치加藤周一 씨가 쇼와 덴노(히로히토)의 죽음과 함께 쇼와사를 마무리지으면서 그 시대를 산 민중들로부터 응모받은 수기 중 15편을 모아 기록한 책입니다.


  나의 쇼와사昭和史에 있어서 최대의 사건은, 중국에서의 15년 전쟁(1931~1945)에 직접 참가한 것이다. 당시 나는 22세. 쇼와 18년(1943) 9월에 조기졸업한 학도병이었다. 패전 직후, 전쟁체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쇼킹한 2개의 사건과 마주했는데, 이것들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것을《나의 쇼와사》로서 보고하고 싶다. - 사카이 토모오(酒井與郞, 1922년 출생. 1988년 당시 후쿠이 시 수의사 개업)



  <1> "우리들에게 돌아갈 조국이 있냐고!"


  조선인 위안부의 분노

  독립 산포병山砲兵 제 5연대. 이것이 패전을 앞두고 전속된 나의 부대이다. 이 연대는 제 20군의 직할부대였으나, 어떤 연유에서인가 연대의 주력(연대본부 / 제 2 대대 / 제 3 대대)은 제 11군 예하의 제 58사단에 예속되어 있었다.

  당시, 제 58사단은 광시성廣西省, 후난성湖南省에서부터 양쯔강 유역으로 철수하는 군의 후미병단으로써, 미군식으로 장비하고 추격해 오는 중국군의 정예부대와 광시성에서 사투를 벌이는 도중이었다. 나는 전속신고한 그 날 밤부터 제 3대대에 배속된 수의관獸醫官으로서 이 고난의 싸움에 참가했다.

  그리고 패전, 제 58사단이 주장九江 주변의 농촌에 나뉘어서 숙박을 완료한 것은, 쇼와 20년(1945) 10월 초순이었다. 어떤 날 오후였다. 조선인 종군위안부 한 사람이 우리들이 있는 장교 숙사에 호통을 치며 들어왔다. 전직 위안부의 말은 대단히 난폭했고, 그 태도는 엄청 오만했다.

  "너희들. 일본 장교들아. 너희들의 나라 일본은 전쟁에 져서 4등국이다. 그리고 조선은 1등국이다. 이제 우리들을 너희들 마음대로는 하지 못해!"
라고.

  전직 위안부의 엄청 오만한 태도와 대단히 난폭한 말에는, 몇 년간 쌓인 울분을 일거에 토하는 듯한 기백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조용히 듣기만 했을 뿐, 손쓸 방법이 없었다. 이 때,

  "어이! 사카이 소위. 손님께 술을 따라 드리게!" 라고, 대대 부관이 내게 말했다. 나는 명령받은 대로 밥공기에 술을 적당히 부어서 여자에게 주었다. 여자는 술잔을 일거에 해치우고, 한 잔 더 달라고 재촉했다. 대대 부관은 "술이라면 아직 더 있지. 더 부어드려라!" 고 거듭해서 내게 지시했다. 나는 시킨 대로 했다. 여자는 벌컥벌컥 맛있게도 마셨다. 그리고는,

  "너희들은 전쟁에 졌지만, 그래도 너희들에게는 돌아갈 나라 일본이 있다. 거기에 비하면 조선은 1등국이 되었다곤 하지만, 우리들 같은 여자들에겐, 돌아갈 나라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술을 단번에 들이킨 여자의 넋두리에는 처음의 위협적인 말투는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취기가 많이 돈 것 같았다.

  "에에이! 너희들! 우리들을 이런 꼴로 만든 건, 도대체 누구난 말야! 이런 꼴로 어떻게 조국에 돌아가냐고! 에에이! 너희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라고, 여자는 계속 넋두리했다. 여자라고 하면 육친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여자의 나이 같은 건 알 리가 없다. 여자의 피부는 대단히 거칠었고, 머리카락도 푸석푸석했다. 아직 나이도 젊을 텐데, 여자에게는 젊다는 느낌이 조금도 와닿지 않았다.

  "나는 너희들의 얼굴같은 건 전혀 몰라. 어디의 부대야. 분명 오지에서 도망쳐 왔갰지! 아아! 나는 어떡해. 어떡해!" 라고, 끝내 여자는 목메어 울기 시작했다.



  유린당한 여자들

  당시, 우리 대대 본부에서는 대대장인 나카자와中澤 소령 이외에는 모두 독신이었다. 지휘반장인 키모토木元 대위, 대대 부관인 요코세橫瀨 중위, 군의관 하야시 중위, 그리고 나, 모두 학도병 출신 장교였다. 모두 20대 중반으로, 여자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여자에게 술을 권유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제 11군의 후미부대로서 패전까지 중국군과 격투하고, 그 이전에는 항상 최전선에서 싸우던 우리가 이 여자를 알 리가 없다. 여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 단지, 여자는 누군가에게, 그것도 책임이 있는 자에게, 마음 속 생각을 가능한 한 털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여자에게 그렇다고 들은 건 아니지만서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와서 털어놓아 봐도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다. 전쟁의 최대 희생자, 조선 여인의 분노였으리라. 생각해 보면 조선 사람들만큼이나 안타까운 사람들은 없다. 조국은 일본에 합병되고, 그리고 많은 아가씨들이 일본군 장병의 성 배출구가 되었던 것이다. 여자의 과거는 아마 이러할 것이다.

 
여자는 틀림없이 가난한 조선의 농민 집안의 딸로 태어났음이 틀림없다. 그러다 어느 날, 촌장이나 일본의 관헌에게 반강제적으로 "육군병원의 세탁일을 시키겠다. 일이 끝나면 바로 돌려보내겠다. 급료도 충분히 주겠다." 고 끌려간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중국전선에 투입되어, 소녀가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소녀의 힘과 분별로는 이미 어찌할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소녀에서 여자로. 여자의 배를 거쳐간 일본군 장병의 수는 수천, 수만 정도이지 않았을까. 매일매일이 타성과 자포자기의 일상이었음이 틀림없다.

 
일본의 패전, 그리고 조국 조선의 독립. 그것은 여자에게 있어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자, 해방의 날이었다. 그러나 정신이 들고 보니 몸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고, 그 마음도 극단적으로 황폐해져 있었다. 이 몸으로, 이런 마음으로, 이런 과거를 안고 어떻게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여자는 아득한 과거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 옛날의 일이다. 그 종군위안부라는 일의 1년이란, 보통 사람의 10년, 아니 20년에 해당할지도 모르니까.

 
여자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술기운이 돈 것이다. 여자는 드디어 취해 쓰러졌다. 대대 부관이 "조금 쉬게 해 줘라" 고 말하며 여자에게 모포를 덮어 주었다. 여자의 잠든 얼굴은, 대단히 어려 보였다. 우리들 모두는 조용히 그 방을 나왔다. 


덧글

  • 진냥 2014/01/21 11:11 # 답글

    무거운 이야기로군요... 일본에서 출간된 책의, 일본인 당사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3인칭관찰자 2014/01/21 15:46 #

    기고된 15개 글 전체적으로 봐도 무거운 사연이 많더군요. 실종된 남편을 찾아 팔로군에 가담한 여인이라든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강제로 징병되어 외지로 끌려나간 남자라든가, 그 중에 한국(조선)과 관련된 건 이것 뿐이라서 이걸 먼저 번역하게 되었지만... 자기 나라의 치부(위안부 등)를 외면하지 않은 저자의 곧은 자세가 좋았습니다.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措大 2014/01/21 11:24 # 답글

    수고스러운 번역 늘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도 큰 기대를 품게 됩니다.
  • 3인칭관찰자 2014/01/21 15:41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단 이번 글은 매일매일 번역할 생각입니다.

    (오늘 분량으로 주제는 종군위안부에서 중국에서 필자가 겪은 일화로 넘어가겠네요)
  • 비도승우 2015/05/18 00:21 # 삭제 답글

    웬만하면 객관적으로 한.일양국사를 보려하는편인데
    아.. 여기서는 분노와 서러움이 치솓는군요. 정말 눈물이 꽤납니다.
  • 3인칭관찰자 2015/05/18 20:22 #

    자기 나라 갖지 못한 민족의 아픔이 이런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이 글 원문으로 처음 봤을때 가슴이 답답해졌던 게 생각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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