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공지가 떴네요. 한 사람 한 사람씩 잠수타고, 트위터 같은 데로 떠나고, 블폭하고, 새로운 사람은 거의 유입되지 않으면서 2018~19년 정도부터 눈에 띄게 쇠퇴하는 게 보여서 솔직히 언제까지 버텨줄까 싶긴 했었습니다.
이전까지 몇몇 곳에서 블로그질을 했습니다만, 2년 이상 블로그 활동을 계속한 적은 없었고, 방문자 수도 10만 힛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각잡고 꾸준하게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블로그질도 11년차에 44만 힛을 찍고 막을 내리게 되겠네요.
2.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제가 주로 파는 역사 분야라든가, 콘솔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 덧붙이면 정치문제에 대한 관심도 정점에 달해 있었습니다. 일본원서를 사서 읽고 번역하고, 게임기를 사고 게임 소프트들을 수집하고 도전과제를 달성해나가는 게 정말 즐거웠고, 정치현안에 대한 글에다 이런저런 댓글을 다는 건 사실 좀 피곤하기는 했지만 뿌듯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정치성향을 겉으로 드러내도 배척하지 않은 커뮤니티는 사실상 여기가 처음이었으니까요. 물론 그 때문에 좀 과몰입했던 면은 있었다 생각합니다.
뭐 어떤 분야에서든 제가 갖고 있는 관심이라든가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던 때였고, 나름 에너지도 있었나 봅니다. 일본어책 두 권을 통으로 번역해 올린 건 지금 보면.... ㅋㅋㅋ 그때와 같은 열정이 없는 현재의 저로선 두 번 다시 못할 짓이라 생각합니다.
3. 이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나름 이것저것 해봤다 생각하기에 이제 블로그질엔 큰 미련이 없습니다. 단지 포스팅이 번역 쪽에 지나치게 치우쳤던 건 좀 아쉽네요. 외국 원서나 논문의 내용을 번역해 올리는 역사 분야 유저가 갈수록 줄어드는 걸 보며 신품으로는 구할 수 없는 연식 있는 책을 주로 번역하고 저작권이 만료된 글, 위키피디아 문서를 옮기며 활로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남의 글을 옮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작글도 좀 더 자신있게 쓸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제 블로그에 들러주셨던 분들, 링크해주신 분들, 교류했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글루스가 끝나는 날까지 이 블로그를 11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여러분들 덕분이었습니다.
덧글
바라건데 자신의 블로그뿐만 아니라 구독해왔던 다른 분의 블로그까지 백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럴 순 없겠지요.
다른 데 백업용 블로그를 만들 생각은 지금으로선 별로 없어서... 일단은 줌이 제공해줄 백업대책을 기다려보려 합니다. 네이버 (신) 역개루 카페에도 제 역사글들이 올라가 있으니 필요시 그쪽도 참조해주시면 될거 같습니다.
이렇게 기록서비스자체가 날아갈 때가 되면 디지털 환경이 기록을 남기기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린다니까요. 아니. 뭐 그냥 기록이 날라간다는 상황자체가 곤란한 거겠죠. 시대적 흔적이 남아있던 글들이 모두 망실되는 게 참 안타까워요.
이전에 쓰던 2개의 블로그를 스스로 터뜨리고 난 후 기록을 남기기엔 편하지만 열심히 쌓아놓은 것들이 블로그 초기화 한번에 다 사라지는구나 싶어 허무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서비스 제공자의 사업정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막대한 기록이 싹 사라지는 지각변동도 보게 되네요. 싸이월드 같은 곳도 그랬었지만 그 동네는 터지던 시점에 아무 미련이 없었는데, 이 동네는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