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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안고] 몇 월, 몇 일의 이야기 아오조라문고





  - 세모(歲暮, 역주 : 한 해 마지막 날)에 달력을 선물받아 페이지를 넘겨보면서 새해를 생각하였다.

  '이번 달의 역사'라 적힌 것을 읽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는 일반인으로선 체감하기 힘든 것이며 그 쪽이 보통일 터이나, 소설가. 특히 역사소설을 쓰는 나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대단히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코 의사의 키라 저택 습격사건義士の討入은 겐로쿠 14년(1701) 극월(12월) 14일이라고 나니와부시ナニワ節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거야 모든 분께서 아실 것이다.

  하지만 이는 태음력(太陰曆, 역주 : 음력 달력. 정확히는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 기준으로, 오늘날에 통용되고 있는 태양력(太陽曆, 역주 : 양력 달력)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마, 다음 해(1702)의 1월 몇일이 될 것이다.

  오늘날에 통용되는 태양력이란 건 메이지 정부明治政府가 채용한 달력으로, 그 전에는 태음력이 쓰였기 때문에 1개월 이상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이를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된 건 시마바라의 난島原の亂에 대해 집필할 목적으로 문헌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로, 키리시탄(切支丹, 역주 : 당시 일본의 천주교인들)에 대한 문헌은 일본 측 자료와 외국 측 자료 두 종류로 나뉘었고 일본 측 자료는 태음력을 기준으로, 서양 측 자료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므로 사건의 발달이 12월까지 걸쳐져 있는 아마쿠사의 난天草の亂 같은 경우 태양력 기준으로는 다음 해(역주 : 1638년)까지 걸쳐 있기에, 태음력 기준의 새해 첫 날 아마쿠사의 키리시탄들이 방심하고 있을 거라 믿고 총공격을 감행했지만 키리시탄들의 입장에선 이날은 아무 것도 아닌 그저 평일로, 이로 인해 일본 측은 총대장이 전사戰死해버릴 정도의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오늘의 이 달력을 봐도, 태음력의 일자가 그대로 태양력 그 날에 일어났던 역사로서 전해지고 있다. 일본 학자들의 흐리멍텅함과 비과학성도 어지간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단지 기원절(紀元節, 역주 : 지금의 건국기념일), 즉 2월 11일만은 태음력 기준의 새해 첫 날을 태양력으로 역산해 산정한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 이상, 기념일의 날짜란 건 실제 날짜와는 완전히 괴리되어 버리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1951년 1월 1일 기고문)


덧글

  • 도연초 2021/10/11 13:04 # 답글

    1. 태양력을 기준으로 하면 정말 이야기거리가 많지요. 가장 대표적인 게 제비뽑기 쇼군 아시카가 요시노리...(탄생일과 사망일이 태음력으로는 다른 날인데 태양력으로는 같은 날에 피살... 공교롭게도 생일파티장(???)이었던 아카마쓰 미쓰스케의 저택에서 죽음)

    2.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연령 계산법도 이전과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21/10/11 16:44 #

    태양력 도입의 결과로 새로이 발굴되고 화제가 된 사실이겠네요. 구력을 기준으로 삼아선 문제시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 BigTrain 2021/10/12 13:01 # 답글

    한글날이 10월 9일인 이유도 한글반포일이 10월 상순이었다는 기록 때문이었다고 하니.. 물론 저 날짜는 음력이니까 실제론 11월 언젠가였겠죠.
  • 3인칭관찰자 2021/10/12 14:47 #

    아마 그게 해례본이었던가 거기서 정확한 날짜를 언급하지 않고 그냥 '9월 상순'이라 한 걸로 기억합니다.

    그 날이 정확한 한글 창제날이기 때문에 기념한다기보단 날짜를 잡아 '기념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의를 둬야 된다, 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 도연초 2021/10/16 22:04 #

    ALL/뭐... 따지고 보면 성탄절도 실제 예수의 탄생일이 아니잖아요.
  • 함부르거 2021/10/12 15:40 # 답글

    동서양 가릴 거 없이 과거의 날짜를 따질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죠. 율리우스력으로는 의미 있는 날짜가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 아니라던가...

    단순히 역법이 다를 뿐이지만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습성때문에 역사적 사건의 느낌마저 달라진다는 점은 재미 있는 점 같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21/10/12 20:48 #

    네. 역법의 차이로 인한 날짜의 다름이 같은 사건에도 색다른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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