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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 적그리스도와 황화론黃禍論 독서



  본 글은 2013년, 일본출판사 분게이슌쥬文藝春秋에서 단행본單行本으로 간행된 故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님의 저서《독서뇌 내가 깊이 읽은 300권의 기록讀書腦 ぼくの深讀み300冊の記錄내용 중【 적그리스도와 황화론, 그리고 대영제국 】대목의 일부인《러시아 혁명과 망명사상가《안티크리스트》의 서평 부분만을 번역한 것입니다. 위 책은 현재 종이책과 아마존 킨들 등을 통해 일본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책입니다. 가능한 한 필요한 부분만 번역하겠으며, 절대 배포나 불법공유 목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기서 명확히 하겠습니다.

(출처 : 아마존 재팬)

  미코시바 미치오御子柴道夫가 편집한《러시아 혁명과 망명사상가ロシア革命と亡命思想家》(세이분샤成文社. 4000엔, 세금 별도)란 책은 최근 재평가되고 있는 러시아의 망명사상가들(소련 시대에 그들은 사상사思想史에서 말살당했었다)을 다룬 앤솔로지.

  그 서두에 실린 한 편의 글, 솔로비요프의 <적그리스도 이야기反キリスト物語>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심문관大審問官'에 필적하는 재미를 주었다.

  '적그리스도'란 성서에 나오는 종말론인 <요한묵시록ヨハネの默示錄>에서 미래에 출현할 것이라 예견했던 가짜 예언자. 세상의 종말이 다가와 인류가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야말로 세계의 구원자다"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제 2의 그리스도라고 믿게 될 것이나 기실 그는 악마로, 그를 따르는 자는 모두 지옥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구원자'를 자처했으나 '인류에게 불행을 가져다 준 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그들 중 일부는 적그리스도로 간주되어 세계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소문을 낳았다. 이와 관련한 역사는 버나드 마긴의《안티크리스트アンチキリスト》(카와데쇼보신사河出書房新社. 4800엔, 세금 별도)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적그리스도의 출현은 문학작품의 소재로 여러 번 등장했다. 솔로비요프의 <적그리스도 이야기>도 그 전형에 해당된다.

(출처 : 아마존 재팬)

  무대는 21세기 유럽. 유럽은 이미 연방국가가 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미덕과 능력, 미모와 고귀함을 동시에 겸비한 '초인超人'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느 시점부터 그는 악마惡魔와 손을 잡고 좀처럼 얻기 힘든 지적 성공ㆍ경제적 성공ㆍ정치적 성공을 눈 깜짝할 사이에 거둔다.

  유럽연방은 그를 종신대통령으로 임명한다. 대통령이 된 그가 연방 의회에서 행한 연설은 세계 각국의 대표자들을 매료시켜, 그들은 만장일치로 주인공에게 로마 황제의 칭호를 부여한다.(이로써 유럽은 새로운 '로마제국'으로 거듭난다.)

  아메리카ㆍ아시아ㆍ아프리카 대륙 등, 유럽 이외의 국가들까지 차례차례로 정복당해 제국에 편입된다. 전세계의 정치권력이 그에게 집중되고 그는 "영원한 평화가 도래했다"고 선언한다. 그의 통치는 온갖 사회문제와 경제문제를 해결(악마의 도움이 있었다)하였다. 그리고 극동에서 온 대마술사가 그를 찾아가, 과학 半에 마술 半의 조화를 부려 하늘에서 불이 쏟아지는 기적을 일으키는 황제를 보고, "이 황제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요, 인류 최후의 구세주다!"고 선언한다.

  황제는 전세계의 종교를 통일시키려 한다. 그는 세계 각국의 종교지도자들을 불러, "나를 지도자로 인정한다면 그에 상응한 대우를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그를 인정했으나 로마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의 장로만이 시인하기를 거부하고 "이 로마 황제가 바로 적그리스도이다!"라 절규한다. 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둥소리가 울리고 벼락이 치더니, 그 두 사람을 직격하여 죽여버렸다. "하느님의 심판이 내린 것이다." 라고 황제는 말한다.

  다음 날, 차기 교황 선거가 행해지고,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 자는 황제를 충성으로 따르는 그 마술사였다.

  이후 全 지구적인 반란이 일어나고, 황제파와 反 황제파의 대전쟁이 벌어지고, 한편으로 대지진에 이은 화산 대분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재림한다... 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무래도 이 지면에서 이야기의 끝까지 소개하긴 그러니 이를 대신하여 언급해두고 싶은 부분은, 이 이야기에 서두에 있는 일본의 미래를 대대적으로 언급한 부분이다.

  21세기에 어쨰서 유럽연방이 성립되었는가 하면, 20세기에 일본에서 일어난 범몽골주의 운동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중심이 되어 동아시아의 여러 국민들을 결기시켜 유럽인들을 아시아에서 쫓아내려 한 것이다. 일본은 우선 조선을 정복했고, 이어서 베이징을 점령하여 舊 만주제국(청나라)을 타도하고, 그들을 대신하여 중국에 일본인이 황제로 군림하는 일본계 왕조를 건국한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몽골리안인만큼 협력하여 '하얀 악마'를 아시아에서 구축하자."는 주장에 중국인들도 동조하여 일본의 군사력 절반이 중국으로 옮겨가 강대한 육해군이 만들어진다. 일본인 장교가 지휘하는 중국 군대는 점점 정예화되어 우선 인도차이나 전토를 병탄하고, 이어서 버마에서 영국인들을 내쫓고, 그 여세를 몰아 중앙아시아로 진군하여 각지의 아시아계 주민들을 호응ㆍ봉기시켜 러시아군을 격파하고 이젠 우랄 산맥을 넘어 러시아의 유럽 영토까지 엿본다. 러시아 전토에 몽골리안들이 범람하여 그들이 독일 국경으로 쇄도하자 프랑스에서 황인종과 결탁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유럽 전선이 무너지고 만다. 1년이 지나자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중국 황제에게 복종을 서약했다는 것이다.

  이후 유럽 전역에 중국인ㆍ일본인 노동자가 대량으로 유입되어 정치ㆍ경제ㆍ문화 전역에서 대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 전역이 반란을 계획하여 어느 날 일제히 봉기, 몽골리안들을 살해하였다. 이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유럽 연합군이 조직되고, 유럽연방의 수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솔로비요프가 이러한 상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가 전형적인 황화론黃禍論을 믿고 있었다는 점이 한 몫하나, 그가 이 글을 집필한 시기가 마침 중국에서 의화단의 난義和團の亂이 일어나 재중 유럽인들이 마구잡이로 학살당하던 때였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유럽인, 그 중에서도 러시아인은 칭기즈 칸 이래 몽골군에 의해 전 국토가 유린당하고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살육당했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남아 있다. 이 점이 황화론으로 이어진다.

(《슈칸분슌週刊文春》2006년 12월호 기고분 中)


덧글

  • rumic71 2021/09/30 22:10 # 답글

    대동아 공영권이 이미...
  • 3인칭관찰자 2021/10/01 07:59 #

    거의 전성기의 몽골 제국 급이죠(....) 일본인도 아닌 러시아인이 저 정도의 망상을.
  • 차가운 도시남자 2021/09/30 22:41 # 답글

    이 작자는 인풋은 많다고 자랑하는데 내놓는 아웃풋은 정말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하이더니, 이번 번역글도 이모양이군요.
  • 3인칭관찰자 2021/10/01 07:23 #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없지 않았습니까? 이런 식의 댓글을 다실 거라면 앞으로 제 블로그에 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 BigTrain 2021/10/05 11:47 #

    다나카 가쿠에이 낙마시킨 저널리스트의 아웃풋이 수준 이하라면 언론인이란 말 들을 사람은 밥 우드워드 정도인가요?
  • 차가운 도시남자 2021/10/07 11:06 #

    3인칭 관찰자 / big train

    어떤 인물에 대해서 견해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굳이 중언부언 설명한다고 다 납득하는것도 아니고 안 받아들이는 사람은 안 받아들이니 그 의견차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인데

    다나카 가쿠에이 낙마 어쩌구 건을 집어보면, 그건 저자가 무소속의 아웃사이더라서 누구도 건들지 않고 '공기를 읽고'있는 월급쟁이 언론기자들 중에 용감하게 자기 이름 알리는 겸해서 터뜨린 것이지 내용 자체는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단지 뱃포가 없어서 쉬쉬하고 있었건 것 뿐입니다.

    다치바나가 저런 어그로로 주목과 유명세를 타고 자신의 독서편력으로 얻은 그 '지나친 명성(사견)'에 비해 그가 내놓은 아웃풋은 정말로 초라하다는 게 제 시각입니다. 이에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일본의 지성풍토는 반일국뽕빠가 절대 아니지만, 얇고 폭넓지만 제대로 깊이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겉핥기식 교양지식의 범람이 대다수의 풍토이고 저 사람도 이에서 별반 벗어나지 못했다고 봅니다.

    물론 제가 인정하는 일본 지식인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의 문제는 자신이 끌어당긴 유명세와 어그로에 비해 별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웃풋을 내놓았고,

    그때 한방 터뜨린 거 이후로 앞으로 50년만 지나면 누구도 관심가지지 않을 수준의 시류성 책들과 언론기사를 책이라고 뽑아내서 잠깐 대중에게 흥미위주로 팔아먹은 것 뿐이지, 학계에 남을 업적(타 학자의 인정)을 남겼다든가 아주 독창적이라든가 그런 점은 전혀 없다는 게 제 시각입니다.

    그냥 이거저거 되는대로 건드려보고 그때그때 언론기사 팔이나 하다가 간 사람입니다.
  • 3인칭관찰자 2021/10/07 12:44 #

    1. <타나카 카쿠에이의 인맥과 금맥> 탐사보도와 집필에만 수십 명의 팀원이 동원되었고, 문예춘추사가 이를 월간지에 실어주었습니다. 일개 무명 아웃사이더 하나의 객기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를 누구도 떠벌리지 않고 분위기를 살피며 쉬쉬하고 있었다면 그것을 터뜨려서 대대적으로 공론화시킨 사람의 공은 더욱 큰 것이 아니겠습니까.

    2. 그리고 다치바나가 시류에 영합하는 글만을 써서 대중들에게 팔아먹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치바나는 (적어도 늙고 잔병치레로 고생하기 전까진) 자신이 총대를 매고 무언가를 환기시켜서 여론을 끌고 나가려고 한 사람이라 봅니다.

    시류에 영합하는 글만을 쓰려 했다면 손쉬운 길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타나카 가쿠에이 계열 외에도 벌집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조직들(특히 중핵파, 혁명마르크스파는 까딱 잘못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담궈질' 수가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을 탐사하고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니까요.

    3. 애초에 다치바나의 본업은 언론인, 저널리스트며 학계에 터를 잡은 '학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기가 관심을 두고 집필하는 부분에 한해서는 문과이과를 막론하고 철저히 공부를 했으며 그런 분야에선 쟁쟁한 전공자들 상대로 논전을 벌이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상대로 책 한 권짜리 분량의 대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지식폭을 갖고 있었습니다.

    4. 물론 정치평론에서의 미래예측 실패와 같은, 한계가 확실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 도연초 2021/10/07 08:32 # 답글

    범몽골주의 운동 하나만은 다른 의미로 이루어진 셈이네요. 왜냐하면 당시 일본에서도 투라니즘이 유행한 적이 있어서 기마민족설이나 요시츠네 징기스칸설 등 일본 국수주의 역사관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그놈들이 싼 똥을 주워먹은게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환빠들)
  • 3인칭관찰자 2021/10/07 10:11 #

    나라는 달라도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구나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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