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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소설] <섬의 궤적 2> 도박사 잭 문고판 1~5회 ┣ 게임



  이 글은 2014년, PS3 / PS Vita용으로 발매된 게임 <영웅전설 섬의 궤적 2>의 작품 내 소설로 등장하는《도박사 잭 문고판》(1~14권)을 정리한 글입니다. 본래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SC>에 등장한 게임 내 소설로, 이 소설의 후속작인《도박사 잭 2》가 게임 내 서적으로 등장하는 <섬의 궤적 2>에서 '문고판'이 되어 재등장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인 '칼바드 공화국'은 올해 말 한글판이 발매되는 궤적 시리즈 신작 <영웅전설 여의 궤적>의 무대이며, 소설의 주역인 잭과 할(아루온판과 Evo판 <하늘의 궤적> 시리즈와 <섬의 궤적 2>'할'. 대만 회사 클라우디드 레오파드가 로컬라이즈를 담당하는 <여의 궤적>에선 '하루'로 번역하는 듯)은 <여의 궤적> 등장이 확정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위 게임의 PS Vita 한글판을 이용해 게임상의 텍스트 내용을 가감없이 옮겼습니다. 가독성을 감안하여 1~5회 / 6~10회 / 11~14회로 나눠 올립니다. 저작권상 문제되는 바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제 1회 소녀

  ― 칼바드 공화국.
  이 나라에는 동방에서 온 민족들이
  고향을 생각하고, 고향과 비슷하게 만든 거리가 있다.
  흔히「동방 거리」라 불리는 이 거리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활기와 열기로 넘치고 있다.

  오래된 도력 버스가 달리는 큰길에는  
  향신료를 뿌린 동방 요리의 노점이 들어서 있고
  기세 좋은 판매원의 목소리가 행인들을 부른다.
  큰길을 오가는 행인들의 얼굴도 각양각색이다.

  동서 문화의 교차점――
  말 그대로의 장소다.

  그런 마을의 북쪽 변두리에
  남루한 한 채의 술집이 서 있다.
  원래는 동방풍의 세련된 인테리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저기에 흰 칠이 떨어져 있고
  문이라는 문은 모두 이름새가 좋지 않다.
  가게도 가게지만 손님도 손님이다.
  여기는 무법자나 건달들의 집합소이었던 것이다.

 「헤헤…… 미안하군 또 나의 승리다.」
  자랑하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점내에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인은 잭.
  나이는 30대 초. 적당히 덩치가 있는 장년의 남자다.
  그의 셔츠는 중요한 옷깃이 낡아 해초처럼 늘어져
  있지만, 이렇게 보여도 그의 나들이 옷이다.
  한편, 그의 몸에 있는 액세서리는 모두 비싸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창백한 빛을 띤 눈동자같이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주변에 있는 그저 그런 건달들에 비하면
  그는 조금 떠있어 보였다.

  잭은 언제나 이 주점에서
  무법자를 상대로 도박을 하고 술을 마시고
  때로는 서로 싸우고 또 술을 마시며 지내고 있다.

  그는 오늘도 술집에 진을 치고
  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
  언제나와 같이……
  어제와 변함없는 하루가 또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 낯익은 정오 무렵,
  가게의 문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며
  주점에 새로운 손님을 들였다.
  들어온 것은…… 눈에 익지 않은 소녀였다.


  제 2회 유혹

  소녀는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가게를 착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표정……
  아무리 속여도 18살 정도일 것이다.
  실제로는 15, 16살 정도가 아닐까?
  암갈색의 눈동자와 머리색으로 봐서는 동방계같지만
  콧날이 서있는 얼굴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소녀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귀여운 무릎이
  스커트 자락에서 얼굴을 내민다.
  꾸임없는 디자인……
  외견보다는 움직이기 편한 것이
  그녀의 취향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가슴쪽을 꾸미는 동방풍의 목걸이도
  꾸밈새가 적게 세공된 것으로 보인다.
  ……볼륨이 적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녀에게 맞는 매력을 갖추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동서 양쪽의 특징을 갖춘 용모에
  꾸밈없는 소박한 의복――
  소녀는 마치 이 동방 거리 그 자체 같았다.

  양아치 한 명이
  소녀를 바라본다.
 「헤헤, 아가씨.
   ……나랑 좋은 거 안 할래?」
  양아치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기름진 손으로 소녀의 손목을 잡았다.

  ― 순간,
  소녀의 손이 양아치의 팔을 뿌리친다.
  자유로워진 손이 스커트 안쪽으로 들어가
  검은빛의 쇳덩어리와 함께 나왔다.

  양아치는 눈앞으로 다가 온 그 물건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공화국 베른 사의 도력총.
  작지만 큰 구경을 자랑하는 화기로 만약 불이라도
  뿜으면 양아치의 머리는 단숨에 사라질 것이다.
  ……소녀가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다.

 「최신형이야. 시험해볼래?」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는 걸까.
  소녀는 냉정하다.
  쥐고 있는 도력총의 총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런 소녀에게 압도당했는지
  양아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술집의 공기가 얼어 붙는다.
  주위의 시선이 모두 소녀에게 고정된다.

 「히익…… 아가씨,
   이 정도로 봐주지 않을래?」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내뱉었다.
  허스키한 매력이 느껴지는 목소리.
  ――잭이다.

  그는 의자에 걸터앉은 채,
  술냄새가 나는 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그 녀석도 충분히 반성했을 거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양아치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것에 반응하듯
  양아치는 격렬하게 수긍했다.

 「난 도박을 하러 왔어.」
  소녀는 무뚝뚝하게 말하고
  왼손의 도력총을 살짝 내렸다.
  그 표정은 여전히 차가운 상태였다.

 「……좋아. 이쪽으로 와.
   내가 상대가 되어 주지.」

  잭의 말에 반응한 것은
  소녀가 아니라 건달들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제 3회 대낮의 승부

  잭과 소녀는 안쪽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은 도박 전용 테이블인지
  정성스럽게 니스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말없이 둘은 자리에 앉았다.
  잭이 벽을 등지고 소녀는 그곳을 바라보는 형태로.

  건달들은 그런 둘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둘의 승부가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모두 모여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양으로
  주점 안은 기분 나쁜 침묵에 휩싸였다.

  소녀는 포커로 승부를 내기로 하고
  잭은 말없이 그 조건을 승낙했다.
  두세 마디의 은어로 룰을 확인하고
  마지막에는 판돈을 정한다.
  1승에 100미라―― 술값도 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어린애 상대로는 이 정도로 충분해.」
  라며 잭은 일방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카드를 나눠준 것은 아까 그 양아치였다.
  잭은 양아치와 가볍게 눈빛을 교환했다.

  첫 판―
  서로 한 번만 카드를 교환한다.
  잭이 콜.
  소녀가 응수한다.
  잭, 투 페어.
  소녀, 원 페어.
  ―― 잭의 승리다.
 「하하, 미안하군. 아가씨.」
  그는 글라스에 있는 넘칠듯한
  호박색의 액체를 단숨에 마셨다.

  두 번째 판――
  서로 한 번만 카드를 교환한다.
  여유의 제스처인지,
  잭은 크게 하품을 해 보인다.
  소녀가 콜을 한다.
  잭이 응수한다.
  소녀, 투페어.
  잭, 투페어.
  카드의 숫자는…… 소녀 쪽이 위다.
  ――소녀의 승리다.

 「……………뭐!?」
  글라스를 들고 있던 잭의 손이 멈췄다.
  잭은 곧바로 양아치에게 눈을 돌렸다.
  양아치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왜 그래?」
  라고 묻는 소녀의 얼굴은
  마치 가면을 쓴 듯한 포커페이스였다.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설마 이 녀석 바꿔치기를?
  ……………… 재미있군.)

  ― 잭의 눈초리가 바뀐다.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들고 있던 글라스를 내려 놓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헛기침.
  …… 신호를 들은 양아치가 카드를 손에 든다.
 「다음은 평범하게 나눠」라는 의미였다.

  세 번째 판――
  이번에도 서로 카드를 한 번만 교환한다.
  잭이 콜.
  소녀가 거기에 응수한다.
  잭의 패는…… 풀하우스.
 「하하하. 어때!?」
  잭은 의기양양하게 패를 내민다.
  건달들 사이에 웃음이 새어나온다.

  소녀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카드를 펼쳤다.
  ……7의 포카드.

  결과는 소녀의 승리.
  주점은 더욱 조용해져가고 있었다.


  제 4회

  결과는…… 소녀의 승리.
  조용해진 술집에 비둘기의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구구……구구구………」
  잭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소녀에게 묻는다.
 「어이 아가씨,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실력을 배운거야?」

  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카드를 손에 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셔플하기 시작했다.
  자기 앞에 5장, 잭에게도 5장
  순서대로 카드를 돌린다.

 「뒤집어 봐.」라는 소녀.
  잭이 카드를 뒤집는다.
  잭은 J 포카드,
  소녀는 K 포카드가 나왔다.

 「이건…… 이 패 돌리기는……!」
  카드를 본 잭은 말문이 막혔다.

 『잭은 킹에게 이길 수 없어.』
  그의 머릿속을
 「킹」이라는 단어가 휘젓고 있었다.

  「킹」. 예로부터 공화국 최강이라 칭송받던,
  지금은 죽은 전설의 갬블러의 통칭이다.
  소녀가 보여준 카드 놀림은
  그 킹의 특기였던 기술――
  잭을 놀릴 때 자주 쓰던 패 돌리기였다.

 「너 도대체…… 뭐하는 애야?」
  숨을 들이켜고 잭은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가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당신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을 잘 알고 있어.」
 「반가워.
   빅토리 잭.」
 「내 이름은 할.
   당신에게 죽임을 당한 킹의 딸이야.」

 「……! 킹의 딸이라고!?」
  킹의 딸과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잭은 확실히 기억에 있었다.
  딸바보인 킹에게 그의 딸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킹의 딸이라면
   나를 죽이러 왔나………」

 「좋아, 죽여.」
  잭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주점에 있는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대사였다.
 「심장은 여기다. 잘 노리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소녀―― 할이 도력총을 조용히 잡는다.
  목적은 물론…… 잭의 심장이었다.


  제 5회 초대장

  할의 손가락이 도력총의 방아쇠에 닿는다.

  이 주점에 그녀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자는 없었다.
  건달들도 그저 허둥대며
  멀리서 소란을 피울 뿐이었다.

 「이 자식들, 시끄러워!」
  초조해진 잭이 일갈한다.
  그러자 눈깜짝할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잭은 어금니를 깨물은 채,
  그의 눈으로 똑바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나의 목적은 복수.」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의미가 없어.」
  할은 갑자기 도력총을 내렸다.

  생각지도 않은 할의 행동에
  잭은 황당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런 잭을 향해 할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3년간,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실력을 익혔어.」

  거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잭을 향해 카드를 던졌다.
  어딘가의 초대장인 것 같다.

 「끝을 내기에 어울리는 무대를 준비했어.
   남은 승부는 거기에서 가리기로 하지.」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포커 승부야.」
 「아버지가 당한 비참함, 분함……
   그 모든 것을 당신에도 맛보게 해줄 거야.」
  그렇게 말을 남기고 할은 주점에서 사라졌다.

  소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 못한 채
  잭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집어 들고
  거기에 새겨진 문자를 바라본다.

 『내일 밤 10시, 항구로 와.』

 「항구……인가, 설마……」
  싫은 예감이 잭의 뇌리를 스친다.
  카드를 찢어버리려고 할 때,
  뒷면에 써있는 작은 사인을 발견했다.
 「엔리케」
  낯익은 필체……
  그것은 잭이 알고 있는 어떤 남자의 이름이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잭의 예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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