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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류 유유] 칸토 방공대연습関東防空大演習을 조소한다 아오조라문고



  태평양전쟁 이전戰前 일본의 ‘최후의 저항 언론인’으로 평가받는 키류 유유(桐生悠々, 1873~1941)가 시나노마이니치신문信濃毎日新聞 1933년 8월 11일자에 주필主筆 자격으로 기고했던, 일본 육군의 ‘칸토 방공대연습関東防空大演習’ 훈련을 비판한 사설社說입니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임에도 소위 “하고 싶은 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당시 도쿄대학 법대생에게 보장되던 출세 프리패스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지방지의 시사비평가ㆍ주필 지위를 전전하는 반골 언론인으로 통하던 그는, 이 사설을 읽고 격노한 일본 육군의 압력으로 다음 달 직장에서 쫓겨난 후 두 번 다시 언론사에 발을 붙이지 못했고, 그럼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 군부를 공격하면서 악연惡緣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12년 후에 벌어진 ‘도쿄대공습’의 참상을 거의 정확하게 예견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엔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설이기도 합니다.




  - 방공연습은 과거 오사카大阪에서도 행해진 적이 있지만, 이틀 전인 (1933년) 8월 9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칸토 방공대연습은 그 명칭대로 도쿄東京 근변일대인 칸토関東 상공에서 벌어지면서, 여기에 참가한 항공기 숫자도 어마어마하여 실로 대규모 행사라 하겠다. 그리고 이 연습은 NHK 라디오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고 있기에, 도쿄 시민들은 물론 국민들이 일거에 ‘만약 이게 실전이라면 그 손해는 심대甚大할 것이며, 그 참상은 말로 형언할 수 없으리라.’는 걸 예상하고 또 통감하게 되었을 것이요. 그보다도 ‘이러한 실전은 장래에 결코 닥쳐서는 아니된다.’는 걸 새삼 통감하게 되었으리라. 그와 동시에 우리들은 장래 이러한 실전은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에 이런 가공의 연습을 벌인다 해도 실제론 별반 효과가 없으리란 걸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 장래에 만약 적의 기체敵機를 제국수도帝都 상공에서 요격해야 할 정도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심이 저상阻喪한 결과물로 어쩌면 우리는 적에게 화평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 날이 와서 우리가 기체를 총동원해 적기를 요격한다고 해도 모든 적기를 격추할 수는 없을 것이며, 아무리 적어도 그들 중 2~3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공격을 벗어나 제국수도 상공에 도달, 폭탄爆弾을 투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격추를 피해간 적기의 폭탄투하는 정말로 목조가옥木造家屋이 많은 도쿄 시를 일거에 초토화시킬 것이다. 아무리 냉정해져라, 침착해라, 고 이야기하고 평생에 걸쳐 이에 대비하는 훈련을 시킨다 해도 유사시에는 공포에 대한 본능을 억제할 수 없는 것이라, 도망치며 우왕좌왕하는 시민들의 낭패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며, 투하된 폭탄이 일으키는 화재 외에도 곳곳에서 실화가 이어져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일대 수라장修羅場이 되어, 칸토 대지진関東地方大震災 당시와 똑같은 참상이 벌어지리라는 상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은 몇 번이나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 그렇기에 적의 기체를 칸토 상공, 제국수도 상공에서 요격한다는 건 우리나라 군대의 패배敗北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한 위험이 닥치기에 앞서 우리 기체들이 도중에 이들을 요격해 격추하거나 격퇴하는 방법밖에 없다. 전시통신戦時通信과 무전無電이 꽤나 발달해 있는 오늘날엔 적기의 내습襲来을 이른 시기에 우리나라 군대가 탐지探知할 수 있으리라. 이를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면 우리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 도중에 있는 동해日本海 내지 태평양 연안에서 이를 요격해 결단코 그들을 우리나라 영토 상공으로 들여보내선 안 될 것이다. 다가올 적국 기체의 항로航路는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방어전법 역시 미리 정해놓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아무리 복수의 항로가 있다 해도 그 항로 역시 이미 예정이 되어 있는 걸로 아는 만큼, 이에 대해 물샐틈없이 방어할 방도를 연구하여 적기가 우리 영토에 절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위와 같은 작전계획 아래 치러지는 방공연습이 아닌 이상은, 아무리 그것이 대규모이고 자주 치러진다 하더라도 실전에선 하등何等의 쓸모도 없을 것이다. 제국수도 상공에서 적기를 요격한다는 식의 작전계획을 처음부터 예정하는 건 코미디滑稽나 다름없고, 피치 못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때는 승패의 명운命運을 걸고 최종전쟁最終の戦争을 상정想定해야만 할 것이다. 장관壮観은 장관일지 모르나, 말하자면 이는 하나의 인형극에 불과하다. 특히 그것이 야습夜襲이 될 경우에 대비해 소등을 하여 대비하라는 말은 오히려 사람들을 낭패하게 만들 뿐이다. 과학의 진보가 이를 코미디로 만들길 마지않으리라. 왜냐하면 오늘날의 과학은 기체의 비상속도와 풍향, 풍속까지 계산하여 어떤 방향으로 출발하면 몇 시간만에 어디어디 위도 상공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정교하게 계산할 수 있다고 하므로, 설령 로봇이 이를 조종한다 쳐도 예정된 상공지점에서 대단히 정밀하게 폭탄을 투하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쓸데없이 소등을 하여 오히려 시민들의 낭패를 증대시키려는 건 코미디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특히 과거에 우리가 이 신문의 <꿈의 나라>란에서 소개하였듯, 근대과학의 경이로움은 적외선赤外線까지도 전쟁에 이용하기를 마지않게 될 것이다. 적외선을 이용하면 아무리 어두운 어딘가에 숨어 있으려 해도 명백히 적 군대의 소재를 판명할 수 있게 되고, 이를 격파하기도 용이해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봐도 시민과 시가로 하여금 소등을 시키니 하는 건 완연한 하나의 코미디일 뿐이다. 말하자면 항공전이란 건 제 1차 세계대전ヨーロッパ戦争 당시 (독일) 체펠린ツェペリン의 런던 공격ロンドン空撃이 보여주듯 공습을 하는 자가 승리하고 공습을 받는 자가 패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습에 앞서서 이들을 격퇴하는 것이 방공전의 제 1의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덧글

  • 존다리안 2021/04/24 18:08 # 답글

    일본 아니더래도 소름끼치는 예언이군요.
    로봇이 운운하는 부분은 몇십년 아니 이미 V-1, V-2 각종 유도폭탄이 2차대전 때 실용화된 걸 보면 정말 정확한 예견입니다.
  • 3인칭관찰자 2021/04/24 22:23 #

    그 부분은 별 생각없이 번역했는데 생각해 보니 2대전 때의 유도탄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네요.
  • 無碍子 2021/04/24 21:34 # 답글

    나라전체가 해자로 보호받던 나라가 적의 기체敵機를 제국수도帝都 상공에서 요격해야 할 정도의 사태가 벌어진다는걸 걱정했다는거 자체가 이미 막장으로간다는거죠.
  • 3인칭관찰자 2021/04/24 22:28 #

    당시 일본육군은 그걸 걱정해서 깐 저자조차 고깝게 여기고 사회생활 못하게 매장시켜 버렸으니까요...
  • BigTrain 2021/04/26 10:05 # 답글

    1940년대 이야긴가 했는데 1933년.. ㄷㄷㄷ

    밀덕 입장에서 보니 수정구슬 갖고 미래를 봤나 싶을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을 했네요. 공군전략에 관한 식견 - 전략폭격의 위력과 그에 따른 방공전투, 특히 원거리 방공전투의 중요성, -도 당시 군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고, 거기다 도쿄의 주거지 특성에 따른 피해 예측까지.. 아무리 관동대지진의 경험이 있었다지만.
  • 3인칭관찰자 2021/04/26 13:28 #

    그 정도로 예측을 잘 했던 거군요...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고 조지려 들었던 그 당시 일제 군대의 분위기, 더 나아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일본으로선 불행이고 대한민국으로선 다행 같습니다.
  • 도연초 2021/05/04 13:40 # 답글

    이미 1년전의 1차 상해사변 때 일본 해군의 대대적인 전략폭격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언젠가 우리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심려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비단 도쿄 대공습이 아니어도 이미 두리틀 특공대의 기습적인 도쿄 공습으로도 증명된 일이었지만.
  • 3인칭관찰자 2021/05/04 20:44 #

    군부가 군사정보를 엄격히 통제하던 전전의 일본이라..... 그리고 그 상식적인 걱정을 사회 표면무대에서 드러내는 데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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