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류큐) 문화를 근대적인 학문으로 체계화시킨 선구자로 "오키나와학의 아버지沖縄学の父"라 불리는 이하 후유(伊波普猷, 1876~1947)가 쓴 첫 번째 저서《고 류큐》개정판(1942년 출간)의 저자 서문입니다.
태평양전쟁의 본격화와 오키나와 전투, 미국의 오키나와 점령 등 격동의 시대가 찾아오고 이하가 1947년에 별세함에 따라 오랫동안 절판되었던 이 책은 2000년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이와나미 문고岩波文庫 레이블로 다시 간행되었다가, 이후 품절되어 지금(2021년 기준)은 새책으론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제 번역글을 퍼가시는 건 자유입니다, 단 퍼가실 때 그 출처를 정확히 적어 주셨으면 합니다.
링크 : 아오조라 문고
-《고 류큐》를 세상에 내놓은지도 34년이 지났다. 이 책의 목적은 주로 향리 청년들에게 향토 지식을 보급하려는데 있었으나, 은사이신 니이무라 박사님新村博士께서 중앙 학계에 소개시켜 주신 덕으로 뜻하지 않게 이 저서가 남도(南島, 역주 : 오키나와) 연구의 입문서로 자리잡으면서, 타이쇼 5년(1916)에 논고 몇 편을 추가하고 권두 삽화 20여 점을 첨부한 재판을 도쿄에서 간행할 수 있었고 타이쇼 11년(1922)에는 오카무라 치아키 군岡村千秋君이 진력해준 덕택에 교도겐큐사鄕土硏究社에서 제 3판을 출간해주었다.
- 젊은 시절에 쓴 책인지라 지금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분이 많기에 3판을 마지막으로 절판絶版시키려 생각했던 걸, 3~4년 전 오카무라 군이 "지금도 이 책은 남도 연구의 입문서 지위를 잃지 않았으므로 제 4판을 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고 종용하길래 일단 잘못된 주장을 하였던 부분에 주를 달고, 이후 발전시킨 부분에는 저서 내지 논문 이름을 기입하는 선에서 멈추어 가능한 한 원형을 보존토록 하고, 쇼와(역주 : 1926년~1989년)로 접어든 이후 저술한 논고들 중에서 아직 어느 저서에도 수록시키지 않았던 십 수 편을 추가해, 이 원고를 오카무라 군에게 넘겨주면서 장과 구의 취사선택을 그에게 일임하였다.
-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으나, 올해에 접어들어 오카무라 군이 카네시로 쵸에이 군金城朝永君을 통해 출판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한 해명을 내개 전언伝言토록 한 후, 약 1시간이 지나 집무 중에 급사執務中急死했다는 비보悲報를 받았을 땐 적지 않게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가 내게 반송되어 오면서, 장과 구가 적절히 취사선택되고 체제가 정돈된 것을 확인하자 한층 더 고인의 노고가 체감되었다.
- 올해(1942) 여름, 세이지사靑磁社의 야마히라 타로 군山平太郎君이 찾아와 북인(北人, 역주 : 아이누인)의《유카르 개설ユーカラ概説》에 대응하는 남인(南人, 역주 : 오키나와인)의《오모로 개설おもろ概説》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길래 "그걸 집필하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리네." 라고 답하자, "그럼, 뭔가 남도에 관한 연구는 없습니까?" 라 물었다. 그래서 앞의 원고를 손궤짝에서 꺼내 보여주자 "지금은 이걸 출간합시다." 라고 이야기가 되었지만, 단기간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책으로 완성되어 세상의 볕을 보게 된 건, 세이지사의 각계각층 사람들에게 감사드릴 따름이다.
- 지금 출간에 즈음하여 최초로 제본된 한 권의 책을 오카무라 군의 영전에 바쳐, 생전의 두터운 정에 보답하려 한다.
- 그리고, 색인을 만들어주고 갖가지 사정을 봐 주었던 히가 슌쵸 군比嘉春潮君,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 노력해주었던 카도카와 겐요시 군(角川源義君, 역주 : 훗날 출판사 '카도카와쇼텐角川書店'을 창립한다. 즉 얼마 전 카카오가 인수한 일본 출판&미디어계 대기업 'KADOKAWA'의 창업자이자 초대 오너.) 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쇼와 17년(1942)의 한가을에, 이하 후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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