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관찰자

beholderer.egloos.com

포토로그



독서210118 -《일본사는 이렇게 재미있어》中 독서



  모로타諸田 : (중략) 저는 이전에《달을 내뱉다月を吐く》라는 책에서 토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정실부인 츠키야마도노築山殿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만.

  한도半藤 : 읽어봤습니다. 막판에 반전이 있었지요.

  모로타 : 이에야스에 대해 서술한 글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츠키야마도노 쪽은 사료史料에서도 '악녀悪女' 한 글자로 퉁쳐지고 있어요. 역사가歴史家들이 집필한 번듯한 서적에서조차 '악녀' '질투심 강한' 이라고 평가될 뿐으로,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어서. 츠키야마도노는 타케다 가문武田家과 내통內通했다는 혐의를 받아 이에야스 가신家臣의 손에 살해당하고 말지요. 이에야스가 천하天下를 잡게 되면서 "올바른" 이에야스가 죽인 여자이니만큼 "악녀" 가 된 것이겠지만, 조사를 해 보니 그녀가 연면체로 쓴 미문美文의 편지가 전해지고 있고, 대단히 높은 교양敎養을 지닌 여성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질투심에 미쳐서, 이에야스가 총애하던 시녀侍女를 나무에 결박해 학대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 때 그녀가 그 장소에 있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한도 : 역사엔 그런 면이 있어요. 토쿠가와가 천하를 잡게 되면서 토쿠가와에게 불리한 이야기들이 대거 사라지는 거죠. 내지는 토쿠가와의 역성을 들면서 다른 자들을 싸그리 나쁜 놈悪者이나 쫄보弱虫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은 '명장名將' 이라고 평가받지만 사실은 그리 대단한 명장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웃음). 하지만 토쿠가와는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에서 신겐에게 처참하게 깨졌단 말이죠. 그러니 "신겐은 강한 놈이다." 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약한 놈한테 졌다고 하면 폼이 살지 않거든요. 결국은 토쿠가와가 타케다를 멸망시켰지만, 이 때도 "강한 상대를 멸망시켰다" 고 해야 자기들의 강력함을 좀 더 증명하기 쉽죠. 그러한 면을 역사가들은 - 뭐 저도 그 끄트머리에 속해 있지만 - 잘 직시하려 하진 않지요.

출처 : 한도 카즈토시半藤一利 編著,《日本史はこんなに面白い》p.115 ~ 117. 文藝春秋, 2008.


  위 책의 故 한도 카즈토시 씨와 모로타 레이코諸田玲子 씨의 대담에서 발췌했습니다.

  모로타 씨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필업에 진입해, 드라마 대본을 소설화하는 노벨라이즈 작가 경력을 거쳐 지금은 역사소설가로 확고히 자리잡으신 분입니다. 역사의 주변인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여성(토쿠가와 이에야스 만년의 애첩 오로쿠お六, 카츠 카이슈의 여동생 오스미お順 등)들을 부각시킨 소설 /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여성(츠키야마도노, 이이 나오스케의 정부情婦였던 무라야마 타카村山たか 등) 인물의 재평가를 시도한 소설을 많이 집필하셨습니다. NHK에서 방영한 타케이 에미 주연의 사극드라마《추신구라의 사랑 - 48번째 충신》의 원작자이시기도 합니다.


관련 링크


이쪽은 역사소설가 안자이 아츠코 씨의 츠키야마도노 열전 부분입니다.
모로타 씨의 글은 아니나, 츠키야마도노를 보는 시선에 공통점이 많아서.

(두 분 모두 나오키 상 수상작가입니다. 안자이 씨 쪽이 까마득한 선배이지만)

츠키야마도노에 대한 제 생각도 위 포스트들에 단 대댓글과 거의 같으니.


덧글

  • 차가운 도시남자 2021/01/18 17:59 # 답글

    알아갈수록 야마오카 소하치 그 늙은이의 더러운 아부소설 위인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인식을 그르게 오해하도록 만들었나를 느낍니다.
  • 3인칭관찰자 2021/01/18 19:51 #

    우리나라에선 '대망' 급으로 히트한 일본역사소설 히트작이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한 채 '대망'만이 고인물 명작으로 오래도록 남아서, 대놓고 주인공 보정을 팍팍 주었던 '대망' 의 이에야스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지금은 개인적 호불호와는 별개로 해적판인 '대망' 이 아니라 정식 저작권을 취득하여 번역된 솔출판사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 많은 호응을 받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작권 취득하여 정발된 일본 역사소설들이 대부분 별다른 경제적 보답을 받지 못하고 절판된 상태고, (저작권 만료 작품을 예외로 하면) 일본 역사소설의 국내 번역출간은 씨가 마른 지가 오래인지라...
  • 차가운 도시남자 2021/01/18 20:02 # 답글

    대망 책 귀퉁이에 이런 구절이 인쇄되어 있어서 어이가 없었는데 인터넷에도 내용을 찾을 수 있군요.-[대망 이데올로기와 퇴계 경(敬) 사상]

    http://www.gsshop.com/mi15/prd/prdImgDesc.gs?prdid=20019438&prdGbnCd=50&subSupCd=

    이런 유치하며 부끄러운 정신승리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대망 판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지요. 해적판 번역자가 한마디로 기본도 안 된 아큐같은 인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난세를 살아남으려고 맏아들 죽이고 정처 잡아죽이고 그런걸 경사상에 결부시키고 참...
  • 3인칭관찰자 2021/01/18 20:19 #

    '대망'이 처음 출간된 때가 1970년대고 그걸 감안한다면 백보 양보해서 그 시대엔 책 서문 등지에다 이황 사상이나 구절 몇개 슬그머니 삽입하여 일본에서도 이렇게 퇴계 이황을 높이 평가한다는 식으로 국뽕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거 없고 일본원서엔 일언반구도 없는 한국관련 내용을 해적판에 슬며시 끼워넣어 마케팅을 해온 거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오늘날에도 저 짓거리를 하는 건 뭐 제가 봐도 지극 ㅂㅅ같습니다. 주인공이 조선 사람인 것처럼 왜곡 짜집기했던 만화 '꽃의 케이지' 한국 해적판을 실물로 봤을때 진심으로 쪽팔렸는데 그쪽은 그래도 2021년에 서점 서가에 버젓이 꽂혀있진 않지요. 그런데 이쪽은 시발.....
  • 3인칭관찰자 2021/01/18 21:49 #

    도시남자님 댓글 보고 이곳저곳 검색해봤는데 동서출판사가 '대망' 저작권법 위반 3심 소송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내는 솔출판사에 이겼다는군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12117045&code=940301

    저작권법이 생기기 전에 번역출간되어 팔려온 1975년 번역 '대망' 은 책의 내용을 수정하지 않는 한 2021년 지금 책 판매를 해도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군요.

    그래서 저작권을 정식 구입한 솔출판사 쪽은 2005년에 나온 '대망' 개정판 번역이 1975년 번역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위주로 저작권법 소송을 걸었고, 1, 2심에선 솔출판사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지금까지의 판결을 뒤엎고 작년 12월 동서문화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네요.

    그래서인가.. 솔출판사는 올해부터 '도쿠가와 이에야스' 광고에 '대망은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출판물' 이란 멘트를 쓰지 않고 있고,

    동서문화사 쪽은 작년에 '대망' 2020년 개정판을 내면서 자기들도 야마오카 소하치 유족들과 협의하여 원전의 저작권을 취득했으며, 애초에 1970년에 대망을 처음 출간할 때 이미 야마오카 소하치의 허락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군요.

    이렇게 되면 동서문화사 '대망' 전집은 사실상 합법화 인증을 받은 셈이 되는데(시바 료타로의 역사소설이 남았지만 저작권을 구입해서 시바의 책을 출간하려는 출판사가 없는 지금으로선 일단 송사조차 안 걸릴테고) 이거 참. 심사가 복잡해지네요.
  • ㅇㅇ 2021/01/18 23:24 # 삭제 답글

    에도막부시절에는 히데요시의 업적에 대해 얘기하는걸 쉬쉬하고 이에야스는 비판조차 할수없는 위치고... 유신이후에는 이에야스가 야비한너구리가 되고 히데요시의 평가가 다시 상승하는걸보면 결국 돌고도는거같네요
  • 3인칭관찰자 2021/01/19 10:19 #

    그런 걸 보면 한결같이 고정된 역사적 평가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흐르고 세상의 가치관이 변하면 또 어떻게 평가가 바뀔지는 알 수 없달까요.
  • 포스21 2021/01/19 09:13 # 답글

    대망이라... 어릴적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 3인칭관찰자 2021/01/19 10:33 #

    의외로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하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외할아버지가 직장생활하시던 시절 책장에 '대망' 이 꽂혀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은 적이 있네요. 시바 료타로의 역사소설을 수록한 전집 후반부 중 몇 권은 지금 제 책장에 꽂혀 있기도 하고요.
  • BigTrain 2021/01/19 12:24 # 답글

    신겐 거품론의 근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네요. 행보를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은 일개 지방영주에 불과한데, 회장님이 젊은 시절에 된통 깨진 적이 있다보니 띄워줄 수밖에 없는...
  • 3인칭관찰자 2021/01/19 13:13 #

    네. 신겐은 에도 시대엔 "오다, 도요토미, 쵸소카베, 다테 등보다 한 수 위인 독보적 인물이고, 그나마 우에스기 켄신이 군사적 재능에 한해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식의 넘사벽급 걸물로 대우받았는데, 이에야스를 깨뜨린 업적이 없었다면 과연 토쿠가와 천하에서 그 정도 우대까지 받을 수 있었을지는 ^^;;;
  • ㅇㅇ 2021/01/19 13:25 # 삭제

    그렇다면 인생의 하이라이트중에 큰 부분이 이에야스를 곤혹스럽게한것인 시마즈요시히로나 사나다노부시게도 비슷한걸까요??
  • 3인칭관찰자 2021/01/19 13:34 #

    ㅇㅇ // 전장에서 이에야스를 상대로 '분전한' 인물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는 식이었고 두 사람 다 에도 시대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신겐 급의 평가는 받지 못했던 걸로 압니다.
  • 함부르거 2021/01/25 13:51 # 답글

    야마오카 소하치가 이에야스를 너무 빨아줘서 한참 재밌게 읽던 젊은 시절에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생각했었죠. 나중에는 이에야스를 무슨 생불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작가의 변에도 말년의 이에야스를 그리는데 고뇌가 많았다고 하니 자기 생각에도 심하긴 했던 모양이에요. ㅎㅎㅎ
  • 3인칭관찰자 2021/01/25 14:46 #

    아무리 주인공 보정이라지만 능력과 인간성 등 온갖 면모에서 먼치킨 대우를 하면서 완벽한 인간에 가깝게 치켜세운단 생각까지 들 정도라... 좀 심하긴 심했죠 ㅎㅎ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블랙)

175
453
408912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