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관찰자

beholderer.egloos.com

포토로그



《역사군상》舊 소련 영화 '전쟁과 평화' 비평 ┣ 雜誌 歷史群像



  이 글은 잡지《歷史群像》제 53호(2002년 6월호) 158쪽의 기사인,《THE WAR MOVIE - 전쟁과 평화》를 번역한 것으로, 피에르 츠자키(ピエール・津崎, 역주 : 익명의 집필자) 님께서 집필하신 글입니다.

'전쟁과 평화' 미국판 5DISK DVD 패키지(출처 : 아마존)


  - 한 편의 영화에 자극받아,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전쟁에 흥미를 갖게 된 경험이 있다. 구 소련의【세르게이 본다르추크】감독이 만든《전쟁과 평화》《워털루》같은 작품들을 통해 200년 전 나폴레옹 전쟁기의 팬이 된 사람 역시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세계 영화사에서 끊임없이 논의되어 온 70밀리미터의 초거작《전쟁과 평화》를 소개하겠다.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러시아의 문호【톨스토이】의 원작을 구 소련에서 국책사업으로 삼아 그 위신을 걸고 만든 영화로, 4부작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러닝타임은 7시간이 넘는다. 제작기간 5년 / 59만 5천여 명의 등장인물들을 동원한, 그야말로 기념비적 작품이라 하겠다. 세 명의 귀족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위로는 황제부터 아래로는 농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자아내는, 19세기 초두 러시아를 다룬 일대 서사시敍事詩이다. 전쟁사 팬의 입장에선 그 모스크바 원정을 정점에 둔 나폴레옹의 對 러시아 전쟁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나, 그 완성도는 어중간하지 않고 오히려 감동할 만한 정도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톨스토이적 세계관은 차치하더라도 스펙터클한 볼거리 역시 대무도회大舞蹈會 / 거대한 모스크바 세트와 화재 씬 / 설원雪原을 걸으며 패주敗走하는 나폴레옹 군대 등 허다하게 많으나, 누가 뭐래도 주목할 만한 장면은 세 번에 걸친 대규모 야전 씬이다. 제 1부의【센그라벤】과【아우스터리츠】(둘 다 1805년 벌어진 전투), 제 3부의【보로디노】(1812년 전투) 모두가 숨을 삼키게 할 정도로 박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모스크바 전면을 막아서며 벌어진 보로디노 회전 장면은 톨스토이 원작에서도 중시되었지만 여기선 영화 역사상 공전절후空前絶後의 스케일로 무장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폴레옹 전쟁 시대에서 손으로 꼽을 만한 대격전이 풀 스케일로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은 유럽과 미국의 '초대작' 따위와는 차원부터가 다르다. CG 같은 것도 없던 당시에, 거대한 평원에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인마를 때려넣어 이를 재현한 것이니까.

  소련 정규군 12만 4천여 명과 말 3만 5천 필이 이 전투장면에 동원되었다고 하며, 이들이 양군으로 나뉘어 격전을 벌인다. 러시아군 보루로 공격해 들어오는 나폴레옹 군대의 거대한 종대縱隊 / 포격砲擊의 폭풍 / 프랑스 기병騎兵 VS 러시아 보병步兵의 방진 / 촌락村落을 둘러싼 공방攻防 / 양군이 어우러져 벌이는 백병전白兵戰... 카메라가 때로는 하이앵글로, 때로는 공중촬영으로 포착하는 평원平原은 완전히 군대들에 의해 매몰되어 버린다. 그리고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풍경 / 전장을 농밀하게 떠도는 화약연기 / 무리를 이루어 폭주하는 주인 잃은 군마軍馬 / 야산野山을 이루며 켜켜이 쌓인 사상자死傷者들 같은, 전쟁사나 소설로 접한 광경이 현실에서 재현된다.【쿠투조프】와【바그라티온】같은 군인들도 그 이미지에 딱 맞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나폴레옹의 경우는 체격이 너무 좋다 싶으나) 포격에 노출될 공포를 인내하면서 대기하는 보병들과 반 미치광이가 되어 포격을 계속하는 포병砲兵들에 대한 인간묘사 역시 절대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

  촬영지는 보로디노 현지라고도, 현지에 기념비가 너무나 많은 탓에 스몰렌스크 근교에서 촬영했다고도 하며, 사실고증이 지나친 나머지 현지의 콩밭을 엎어서 옛날의 보리밭으로 되돌려놓은 곳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 참가한 소련 장병들은 19세기 당시의 조전操典을 따라 1분에 걷는 걸음 숫자부터 새로이 하나하나 훈련받았다고 한다. 당대의 복장기준 변경까지 반영시켜, 러시아군이 아우스터리츠 전투 때와는 다른 군장軍裝을 하고 있었던 점도 평판이 되었다. 그 실전을 방불케 하는 촬영에 의해 10명의 중상자가 나고, 기병이 굴러 떨어지는 씬에서는 질주하고 있던 말들의 다리에 부착해놓은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무자비한 수법을 사용, 수많은 말들이 희생되었다(?)고도 한다. 이 거대한 스케일에 놀란 냉전기 서방에선 다양한 루머가 파생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쌍방 군대의 작전을 시시콜콜히 해설하는 영화가 아니므로 전투의 경과를 안다면 더욱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그러한 예비지식이 없어도 당시 전투에 대한 이미지가 충분히 전달된다. 2차대전 이외에는 흥미가 없으신 분이라도 전투장면 부분만큼은 한 번 정도 들여다보시길 추천드리는 바이다.


덧글

  • 함부르거 2020/09/20 01:36 # 답글

    본추다르크 감독 영화는 스케일 개쩔죠. 개쩐다는 비속어가 절로 나올 정도로요.

    유튜브에 올라온 영화 클립이 저화질이라 좀 아쉽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LovWXcjiZI
  • 3인칭관찰자 2020/09/20 04:24 #

    정말 스케일과 물량감은 압도적입니다. 그것도 50여 년 전에 CG같은 것도 없이 인력의 힘으로 저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ㄷㄷ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블랙)

3585
539
378275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