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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하루오] 이부세 마스지井伏鱒二는 악인? 아오조라문고



아래의 제 번역글을 퍼가시는 건 자유입니다,
단 퍼가실 때 그 출처를 정확히 적어 주셨으면 합니다.


원제 : <井伏鱒二は悪人なるの説>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제 번역글도 참조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다자이 오사무를 존중하자>(1936년에 쓰여진 사토의 전일담)
<다자이 오사무를 추억하며>(1954년에 쓰여진 사토의 후일담)


  -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는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悪人이다" 라는 한 마디를 언급해 남겨놓고 죽었다 들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유언이라 생각되기에, 본인은 이 발언을 해설하여 다자이의 입장에서 이부세 마스지가 악인이었다는 걸 검증해보려 한다.

  다자이는 역설적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사내였기에【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이다. 】고 적었다 해도 나로선 기이하다는 생각은 그닥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부세 씨에게 오랫동안 갖가지 신세를 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면 그쪽이 더욱 의아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자이가 진심으로 이부세를 악인이라 생각했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이다" 따위의 단순하고 세련되지 못한 표현으로 과연 만족할 수 있었을까. 여시아문如是我聞의 필법이라 해도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다자이 오사무의 입장에서 그만한 독설毒舌을 던질 가치도 없는 악인이었다는 말이 된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죽은 친구가 남긴 한 구절의 문장을 문자 그대로 올바르게 읽어내려 하는 사람이다.

  만약 다자이가【 사토 하루오는 악인이다. 】라든가【 야마기시 가이시山岸外史는 저능아다. 】같은 글을 남겼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천하의 다자이도 그런 글은 쓰지 않았다. 그것이 다자이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이다. 】고 내뱉어도 이부세 마스지는 양심의 가책을 받을 리 없고, 호한好漢 이부세 마스지를 알고 지낼 정도의 인물 중에 다자이의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머저리도 없다는 걸 알기에 다자이는 안심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이부세에게 응석을 부리기 위해 거침없이【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이다. 】고 단언한 후 가 버렸다, 는 식으로 표면적이고 개략적인 해석을 할 수 있을 것도 같으나, 그가 남긴 말의 본뜻은 그렇게 단순한 넋두리가 아니다. 결국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 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 구절을 쓰고 있었을 당시의 다자이는 이부세를 단순히 "악인이라 부를 만해서 악인이라 부른다." 는 실감을 했음이 틀림없다고 다자이 오사무를 알고 이부세 마스지를 아는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과 인격을 위해 아래 글을 남기고자 한다. 이로 인해 이부세 마스지가 더욱 더 곤혹스러워 할수도 있다는 점은 내가 알 바 아니다. 이부세 마스지는 건재健在하다. 그가 어떤 인물인가 하는 건 사람들이 그를 접해보면서 그들 좋을대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무엇을 위해 다자이 오사무나 본인의 변호와 판단을 기다리려 하는가.

  다자이 오사무는 적어도 그 시점에선 이부세 마스지를 악인이라 생각했다. 이런 나의 말을 긍정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건, 바로 이부세가 다자이 부부의 월하빙인(月下氷人, 역주 : 결혼 중매를 선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기억에 오류가 없다면 그는 그저 형식적인, 소위 '부탁받은 중개인' 을 넘어 보다 본연의 의미로 툥용되는 중매쟁이 역할을 한 걸로 기억한다. 내 주장은 이를 발단으로 삼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다자이 녀석은 죽기로 결정하자 남들마냥 그 뒤에 남겨질 아내女房와 자식子供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인정人情이 솟아올랐던 것이다. 다자이는 그런 쩨쩨한 면 따위는 한참 초월한 듯한 대단한 사람인 양 행세했지만, 그는 절대 그런 호걸豪傑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젠체를 하고 허영을 부리기 위해 그런 포즈를 취했을 뿐, 찌질한 징징이 녀석泣き虫野郎 그 자체였다. 아쿠타가와 상을 타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파비날 중독 입원치료를 받기 싫다고 징징거렸듯 말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문학에는 대중성大衆性이 있는 것이리라. 의리인정의 신도義理人情の徒가 근대적인 분장을 한 모습이었달까....

  그때 그는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도저히 남들과 비슷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리 없는 자신에게 아내를 권하여 남들처럼 결혼結婚을 시켜주면서 무거운 짐을 지운 이부세 마스지가 쓸데없는 친절을 베풀었다는 것을. 그런 악인만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 이런 한탄을 할 필요도 없이 편하게 죽을 수 있었을 텐데, 이부세 마스지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을 가련히 여길 수밖에 없으니 (라고 다자이는 이부세를 악인으로 만들어 일체의 책임責任을 그에게 전가転嫁했을 것이다.)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이다.' 라고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이 문구의 이면에 다자이는 "마누라여, 자식들이여, 이 나쁜 남편을, 이 나쁜 애비를 용서해라." 는 마음을 솔직하게 기록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이부세 마스지는 악인이다. 】는 말로 표현하였던 것이다. 이 문구에서 이 정도의 함축含蓄을 읽어내고, 그의 심리적 비약心理的飛躍과 사실왜곡事実の歪曲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결국 다자이 문학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자이의 결혼을 알고 있는 자라면 이해하기가 쉬운 수수께끼이니, 그의 아내나 이부세는 이 구절만으로 알아채리라 보고 이렇게 유서에 쓰긴 했어도, 곧장 알려지게 되는 자체가 겸연쩍고 표면의 문자가 마음에 걸려 결국 유서를 구겨버렸다는 건, 다자이 자신도 자기 문학의 진정한 독자는 얼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쓸데없는 해설을 단 것을 안 지하의 다자이는 지금 "사토 하루오는 악인이다." 라며 분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쿠힌》제 2호(1948년 11월 15일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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