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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셀렉션》사나다 유키무라의 편지 (上) 역사



  이 글은歷史群像シリーズ 戦囯セレクション 奮迅 真田幸村P.64 ~ 68에 수록된, 역사학자 후지모토 마사유키(藤本正行, 역주 : 오케하자마 전투 기습설을 최초로 부정하신 걸로 유명한) 님께서 집필하신, <편지로 보는 사나다 유키무라의 실상 - 여생을 전쟁에 걸었던 사나이의 심정> 을 번역한 글입니다.


  케이쵸 5년(1600) 9월에 벌어진 세키가하라 전투関ヶ原の戦い에서 서군西軍에 가담한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ㆍ사나다 유키무라(真田幸村, 문서에 서명한 기록을 보면 '노부시게信繁' 라 적고 있고, '유키무라幸村' 란 이름으로 서명署名한 문서는 단 하나도 없다) 부자는 유키무라의 형인 사나다 노부유키(真田信幸, 그의 아내는 이에야스家康의 중신인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의 딸이었다)가 동군東軍에 가담한 것을 참작받아, 전후 죽음만은 면하고 그 해 12월, 코야 산高野山에 있는 유배지로 이송되었다. 마사유키 54세 / 유키무라 34세 때의 일이었다.

  마사유키는 유배지에서 죽고, 유키무라는 훗날 오사카大坂에 입성하여 전사하고 말았으나, 그 동안 두 사람이 노부유키를 위시한 사나다 가문 사람들과 친척親戚ㆍ인척姻戚들에게 보낸 편지들은 살아남았다.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진 이 편지에는 그들이 살아가던 모습과 생각이 솔직하게 담겨 있어 마음을 울리게 한다.

  여기서부턴 이러한 편지들을 통해 유키무라의 실상을 명확히 밝혀 보려 한다. 참고로 사료를 인용한 경우, 일부 한자를 가나로 바꾸거나 오쿠리가나를 사용한 대목이 있을 것이다.(역주 : 원문이 아닌 이 번역글에선 그닥 의미가 없겠지만요.)


  덧없이 사라진 사면의 꿈

  코야 산으로 옮겨간 마사유키는 당연히 사면받기를 원했다. 이를 목적으로 그는 온갖 연줄을 동원해 사면운동을 벌였으리라 추측된다. 케이쵸 8년(1603) 3월 15일자로 시나노信濃 지방 신코사信綱寺에 보낸 편지를 통해 그 단면을 추측할 수 있다.

【 듣자하니 나이후 님(內府樣, 이에야스)께서 이번 여름 중으로 칸토関東로 내려가신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혼사슈(本佐州, 혼다 사도노카미 마사노부本多佐渡守正信)가 졸자의 사면을 중재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산下山하는 데 성공하면 직접 존안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그러나 마사유키의 기대는 안이한 것이었다. 텐쇼 13년(1585)에 벌어진 우에다 공격上田攻め, 그리고 세키가하라 전투. 두 번에 걸쳐 토쿠가와 군을 농락한 마사유키를 이에야스가 용서해줄 리 없었고, 이에야스에게 밉보이면서까지 마사유키의 사면에 힘써줄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사면에 대한 희망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시간만이 흘러갔다. 다음에 언급할 편지는 연대는 불명이나 3월 25일자로 마사유키가 노부유키에게 보낸 편지(《사나다 문서真田文書》소장)로, 마사유키 만년 즈음에 쓰여졌다 추측된다.

【 그쪽으로부터의 소식이 오랫동안 오지 않는 걸 보고 아오키 한자에몬青木半左衛門을 보내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구나. 이쪽은 별 일 없이 지내고 있으니 안심하거라. 단지 근 1~2년 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기력이 많이 죽은 상태다. 이러한 만사를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

  소식이 없는 자식을 나무라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매달리는 이 문면에는, 왕년의 마사유키에게 샘솟던 기백은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추신란에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구절이 쓰여져 있다.

【 이어서 사에몬노스케(左衛門佐, 유키무라), 외람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전의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이쪽은 오랫동안 산에서 유배생활을 보내면서 특히 아버님 쪽이 만사에 부자유를 느끼고 계십니다. 저 같은 경우도 역시, 대단히 무기력해지고 말았습니다. (형님께서) 간과하는 일 없이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

  문면 중에 나오는 '사에몬노스케' 는 유키무라를 일컫는 말이다. 그가 유배지流配地에서의 궁핍함을 형에게 직접 호소하는 문면을 통해 마사유키의 이름으로 보내진 이 편지를 유키무라가 대필代筆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와 동생의 절박한 호소를 노부유키는 어떤 심정으로 받아들였을까?

  다음에 언급하는 건 우즈키(卯月, 4월) 27일자로 마사유키가 노부유키에게 보낸 편지(《사나다 문서》소장)로, 여기선 사태가 좀 더 절박해졌음을 알리고 있다.

【 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병에 걸려 힘겨워하고 있으니, 미혹스러워도 추량해 주었으면 싶다. 지금까지 10년 간을 버틴 것도 따지고 보면 다시 한 번이나마 네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이나, 현 상태론 그런 바람은 이루어질 것 같진 않구나. 뭐 그래도 건강에는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으니, 깨끗이 병환이 나은 후에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문면에 "지금까지 10여 년을 살아온 것도" 라고 적혀있는 만큼, 케이쵸 16년(1611)에 쓰여진 편지일까? 병환에 대한 불안감과 자식을 만나고 싶어하는 심정에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마사유키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케이쵸 16년(1611) 6월 4일, 마사유키는 유배지인 코야 산에서 숨을 거두었다. 향년 65세.


  기백이 시들어가는 낙일落日의 나날들

  마사유키의 죽음으로, 유키무라는 당초엔 사면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으리라 추측된다.

  "두 번에 걸쳐 이에야스에게 고배를 들게 한 책임자는 마사유키로, 본인은 그의 아들에 불과하다. 형 노부유키는 이에야스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으며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마사유키가 죽은 이상 대우가 개선되지 않을까. 노부유키에게 신병이 위탁되어 우에다에서 은거생활을 보내든, 인질이 되어 에도로 보내지든, 그 어느 쪽이 되더라도 산 속에서 보내는 유배생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어떤 처지라도 감수할 수 있을 텐데.." 유키무라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시기에 그가 출가하여 코하쿠(好白, 코하쿠사이好白斎)라는 칭호를 얻은 것은 아버지를 추도하는 의미 뿐 아니라 사면을 받기 위한 포석으로도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반대로 사면을 통고해 줄 사자使者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유배지에 잔류해 있던 마사유키의 가신들은 1주기가 끝나자마자 우에다로 돌아가버렸다. 유키무라의 주변은 훨씬 더 삭막해졌으리라.

  이 시기, 사나다 가문의 중신重臣인 키무라 토사노카미 츠나시게木村土佐守綱成가 연말 선물로 잉어를 보내왔다. 유키무라는 시와스(師馳, 12월) 말일에 보낸 답례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근황을 보고했다.

【 그러면서도 이번 겨울은 만사가 부자유스럽고, 훨씬 적막해진 상황 속에 있습니다. 제 한심한 푸념을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라면서 이 편지 추신에,

【 귀하께선 렌가連歌에 몰두하신 듯 하군요. 제게도 "시간 때우기에 좋으니 함께 하시지 않겠습니까?" 라며 렌가를 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늙어서 배우는 학문이라 그런지 쉽지가 않더군요. 헤아려 주시기를. 】이란 내용이 적혀 있다. 무료함을 곱씹던 유키무라는 렌가를 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늙어서 배우는 학문' 이어서 그런가 쉽지 않다고 적고 있다. 유배생활의 적막함이 쓸쓸하게 묻어 나온다 하겠다.

  다음 편지는 마찬가지로 사나다 가문의 중신이자 유키무라의 누님 무라마츠村松의 남편인 오야마다 이키노카미 시게마사小山田壱岐守茂誠로부터 잉어를 선물받은 답례로 2월 8일자로 보낸 답례장(《오카모토 문서岡本文書》소장)으로, 여기에도 다음과 같은 근황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 이쪽도 무사히 지내고 있습니다. 제 시덥잖은 일상은 이치우(一宇, 사자로 보낸 자의 이름)가 말해줄 터이니 길게 쓰진 않겠습니다. 이젠 직접 존안을 뵐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라면서, 추신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 그 무엇보다도 늙어간다는 게 애석합니다. 저도 작년부터 부쩍 노화가 진척되고 병치레가 잦아졌습니다. 치아는 빠져가고 있고, 수염은 대부분 백발이 되어버렸습니다. 】

  이 무렵의 유키무라는 아직 40대 중반으로, 아무리 전국시대라 하나 절대 늙은 나이는 아니다. 10년에 달하는 유배생활 / 아버지 마사유키의 죽음 / 사면을 바라기 힘들어진 절망감 등이 그를 일개의 노인으로 몰아갔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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