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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 Special》드라마 '사나다마루'의 세계 (上) 역사



  이 글은 일본의 거대출판사인 분게이슌쥬文芸春秋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삼아 3달에 1번씩 계절별로 출간하던 잡지인《文芸春秋 Special》의 2016년 봄호 p.18 ~ 23, 전국시대사의 유명한 권위자이신 후타키 켄이치 교수님께서 집필하신《대하드라마 사나다마루의 세계 ~ 대하드라마 14개 작품의 고증을 담당한 석학이 역사적 배경과 최대의 볼거리들을 철저히 안내한다 ~》를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이 3년 전 NHK 대하드라마를 소개하는 글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후타키 켄이치二木謙一>

  1940년 도쿄 출생. 코쿠가쿠인대학国学院大学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코쿠가쿠인대학 교수. 토시마가오카여자학원豊島岡女子学園 교장 등을 역임. 저서로《오사카의 진大坂の陣》(츄코신서中公新書),《세키가하라 전투関ヶ原の戦い》 (츄코신서),《시대극과 풍속고증》(요시카와코분칸吉川弘文館) 등 다수의 책이 있다.


  올해의 NHK 대하드라마《사나다마루真田丸》는 시청률 20% 전후의 쾌적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는 역시 미타니 코키三谷幸喜 씨의 각본과, 주인공 사나다 겐지로 노부시게真田源次郎信繁를 연기한 사카이 마사토堺雅人 씨의 명랑함, 그 아버지인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 역을 맡은 쿠사카리 마사오草刈正雄 씨의 살짝 코믹한 책모가적 매력에 힘입은 바일 겁니다.

《사나다마루》공식 포스터(출처 : 나무위키 '사나다마루(드라마)' 항목)


  조금 더 이유를 찾아본다면 전국시대란 배경이 재미를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부나가信長 / 이에야스家康 / 호죠北条 / 우에스기上杉 같은 명확한 개성個性과 다양한 인간철학人間哲學으로 무장한 인물들이 맞부딪히는데, 그들의 언어言葉에는 현대現代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말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역사학자로 중세ㆍ전국시대사 전문가입니다. 대하드라마 시대고증ㆍ풍속고증 역을 오닌의 난応仁の乱을 배경으로 하는《꽃의 난花の乱》(1994년 작품)에서 처음으로 맡은 후 오카다 쥰이치岡田准一 씨 주연의《군사 칸베에軍師官兵衛》(2014년 작품)에 이르기까지 20년에 걸쳐 14개 작품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말하자면 드라마를 무대 뒷면에서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달까요. 사실과 드라마를 오가면서 조율해왔던 제 입장에서 최신작《사나다마루》의 볼거리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료가 없는 부분이 큰 난제

  우선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이 사나다 노부시게(유키무라幸村)이며, 타케다 가문武田家이 멸망하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걸 안 저는 '이거 참 대담하군' 이라며 내심 놀랐습니다. 역사가의 입장에서 '사나다 유키무라真田幸村' 만큼 높은 인기人気와 지명도知名度를 누리는 반면 실체実体가 모호한 인물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유키무라 하면 오사카 전쟁大坂の陣이지요. 세상은 거의 토쿠가와 천하徳川天下로 굳어져 가는데도 의義를 관철하여 토요토미 진영에 가담, 겨울 전쟁冬の陣에서는 '사나다마루' 라 명명한 성채에 근거지를 두고 엄청나게 분투했고, 더욱 더 정세가 악화된 여름 전쟁夏の陣에서는 토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로부터 시나노 지방信濃国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음에도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서, 싸움이 시작되자 적 본진에 맹렬한 공격을 가해 바로 그 이에야스가 자결을 각오하였을 정도의 타격을 입힌 끝에 장절히 전사하였고 적으로부터도 "일본 제일의 용사日本一の兵" 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명랑하고 다정한 성품으로, 강담세계에서는 사루토비 사스케猿飛佐助를 위시한 닌자군단忍者軍団 '사나다 10용사真田十勇士' 를 부리며 맹활약. 이 정도로 일본인이 애호할 드라마틱한 영웅도 달리 없지요.

드라마 오프닝에 등장하는 노부시게 군단의 진격
(출처 : 나무위키 '사나다마루(드라마)' 항목)


  그러나 그런 그가 '역사드라마의 주인공', 그것도 '대하드라마의 주역' 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정도로 난이도 높은 주인공은 달리 없기 때문이죠. 본래 군소 다이묘였던 사나다 가문真田家에 대해서는 그다지 사료史料가 축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물며 전설적인 '사나다 유키무라' 도 아닌 실제 역사의 '사나다 노부시게' 로 시야를 좁히면, 사료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애초에 '유키무라' 란 이름부터가 후세의 창작이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장편 역사드라마에서 사나다 가문을 다룰 때는 전국시대戦国時代의 사나다 3대真田三代, 즉 군공을 세워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에게 중용된 할아버지 유키츠나幸綱 / 신겐이 "내 두 눈 같은 자" 라 칭찬한 군략가軍略家 아버지 마사유키昌幸 / 그리고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적ㆍ아군으로 갈리게 된 노부유키信幸ㆍ노부시게信繁 형제에 이르는 3대기를 그리는 것이 일종의 정석이었습니다. NHK 연속드라마《사나다 타이헤이키真田太平記》(1985년 작품. 이케나미 쇼타로池波正太郎 원작)도 그 중 하나였고요. 

  그러나 이번의《사나다마루》에선 첫 회부터 갑작스레 타케다 가문이 멸망하고 맙니다. 신겐도 출연하지 않으며 사나다 유키츠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하드라마는 1년 동안 방영되며 대략 50회로 구성됩니다. 한 회를 45분으로 잡아도 35시간을 가볍게 웃도는 대작이 만들어지죠. 우에다 전투上田の戦い와 오사카 전쟁을 듬뿍 묘사한다고 해도 과연 에피소드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을까 싶은, 드라마 제작의 속사정을 아는 입장에서 공연한 걱정도 들더군요.

  그러나 이렇게 사료가 부족한 부분을 기교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 각본가와 제작진의 역량이겠죠.

  앞에서도 언급했던 사나다 가문은 시나노 북부北信濃와 코즈케 서부西上野에 거점을 둔 작은 다이묘小大名였습니다. 타케다 가문의 가신으로서 동쪽으로 호죠 / 북쪽으론 우에스기 / 서쪽에서는 오다ㆍ토쿠가와의 위협을 받는 가혹한 조건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존하려 몸부림치는, 폭풍 속의 작은 배 같은 존재였지요. 당주 마사유키 입장에선 절대적인 주군이었던 신겐은 이미 세상에 없고, 카츠요리勝頼 역시 마사유키를 믿지 못한 끝에 죽어버렸습니다. 기댈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던 상황 하에서 드라마는 시작됩니다. 지모로 유명한 슈퍼맨 일가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한편으로 대영주들의 의향과 상황 속에 농락당하는 '일반적인 자영업 가족' 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당시 칸토 지역에는 사나다 가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무장들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확실한 내일을 보장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들은 일종의 도박꾼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잡한 의리에 속박당하면서도 직감을 갈고닦고 앞을 내다보아, 성공하면 영지를 가봉받고 실패하면 일족이 멸망하는 판이었지요.

쿠사카리 마사오연기한 사나다 마사유키
(출처 : 나무위키 '사나다마루(드라마)' 항목)


  그 본질을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 타케다 씨가 멸망하면서 기로에 선 사나다 가문이 우에스기에게 붙을까, 호죠에게 붙을까를 놓고 고뇌하는 장면입니다. 두 아들과 마주앉은 마사유키가 제비 2개를 각각 왼손과 오른손에 쥐고 장남 노부유키(오오이즈미 요우大泉洋)에게 어느 쪽이든 빨리 뽑아 봐라고 다그치는데, 양쪽 모두 꽉 쥐고 있어서 쉽사리 빼낼 수가 없는 겁니다. 결국엔 "이와 같은 큰일을 어찌 제비뽑기로 결정하겠냐." 고 말하며 제비를 탁 던져버리고는, 타케다 가문을 멸망시킨 오다 씨에게 붙겠다고 마사유키는 아들들에게 명언하지요. 미타니 씨 특유의 코믹한 표현으로 전국시대 무장의 가혹한 생존경쟁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죠.

  물론 그렇지만,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 사료가 부재하다는 건 그야말로 커다란 난제입니다.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만들려 할 때 저희 같은 고증관련 인원이 참가하는 건 방영 전 해의 3월 쯤입니다. 그때부터 약 1년 반 동안 작업하게 됩니다만, 대본台本만 해도 세 번에 걸쳐 다시 만들어집니다. 우선 밑그림이 될 준비원고가 만들어지면 스토리와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충돌하지 않는가를 점검하는 데서 시작하여, 온갖 수정이 가해집니다. 이 대본은 표지가 흰색이기 때문에 '시로혼白本' 이라 불렸습니다. Q "노부나가는 담배를 피웠습니까?" A "담배가 전래된 건 좀 더 후대의 일이므로 담배를 피웠을 리 없다." 라든가 Q "모리 모토나리毛利元就가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장면을 넣어도 됩니까?" A "불꽃도 보다 뒷 시대에 등장했다." 는 식의 질문과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그렇게 하여 파란색 표지의 제 2 대본(아오혼青本)이 만들어지고, 또 결정본으로 다듬어져 배우들에게 전달되는 겁니다.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도 매주마다 고증회의가 열려서 대사부터 시작해 등장인물들의 의복 / 헤어스타일 / 음식 식단 / 각양각색의 의식 같은 온갖 것들을 살펴보고 결재해야 합니다.

  이번의《사나다마루》같은 경우 이제 2회입니다만, 노부유키와 노부시게가 이와비츠 성岩櫃城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도중에 도적떼의 습격을 받자 입은 옷을 던져주면서 그들을 따돌리는 장면이라든가, 얼굴에 진흙을 발라서 신분을 속이려 하는 장면같은 건 사료에 없으니만큼, 부자연스럽지 않도록 각본가와 연출가들이 신경을 좀 더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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