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관찰자

beholderer.egloos.com

포토로그



[게임 내 소설]《섬의 궤적 1》카넬리아 문고판 9~11회 ┣ 게임



  이 글은 2013년(2014년 한글화 발매) PS3 / PS Vita용으로 발매된 게임《영웅전설 섬의 궤적 1》의 작품 내 소설로 등장하는《카넬리아 문고판》(1~11권)을 정리한 글입니다. 본래《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FC》에 등장한 게임 내 소설로, 소설의 무대와 게임의 무대가 겹치면서 소설 주인공이 게임 속 조역으로 등장하는《섬의 궤적 1》에서 '문고판' 이 되어 재등장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위 게임의 플레이스테이션 Vita 한글판을 이용해 게임 상의 텍스트 내용을 가감없이 옮겼습니다. 가독성을 감안하여 1~4회 / 5~8회 / 9~11회로 나눠 올립니다. 저작권상 문제되는 바 있을 시 알려 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제 9회 카넬리아

  끊어져 가는 도력등의 깜빡이는 빛이 하수 표면에 얇은 빛을 달리게 하고 있었다. 그 앞을 바람 소리를 남기며 시스터가 앞지르고 있었다. 발끝 저편의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쫓아 나는 숨을 헐떡이며 발을 움직인다.

  칠요교회의 성당을 목표로 나와 시스터는 쉬지 않고 이끼 낀 돌 위를 달리고 있었다. 역에서 성당까지 지상에서는 3블록 정도의 거리다. 수문 끝에서 배수구를 오르면 성당 앞의 광장으로 나갈 수 있다.

  멀리서 도력등의 빛이 보인다. 시스터는 고개를 이쪽으로 향해 오른손을 뻗어 다음 블록에서 우회전이라고 알려준다. 그대로 그녀는 무언가에 대비하듯 양 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시스터 카넬리아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깜박이는 조명 아래 카넬리아의 몸이 모퉁이로 사라진다. 한 개, 두 개, 세 개, 계속해서 둔탁한 충돌 소리가 나고, 무언가가 물 속으로 떨어졌다. 골목을 돈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묘한 자세로 누워있는 2명의 남자로, 나도 모르게 길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한다. 몇 걸음 앞서가는 시스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변함없는 보폭으로 달렸다.

「카넬리아다!」

  뒤에서 들리는 노성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 명의 남자가 모퉁이의 시체 근처에 누워서 피가 흐르는 입으로 소리를 치고 있었다.

「카넬리아가 있다!」

  시스터는 뒤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얼굴을 앞으로 돌려 그녀를 따랐다.

  수문까지 곧게 뻗은 수로가 사각형의 어둠에 덮힌 채, 기다리고 있었다. 카넬리아는 상당히 지친 나의 보조를 맞춰준다.

「저 녀석들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것 같네」그녀는 허공을 응시한 채 말했다.

「아까 저 녀석, 동료?」

  카넬리아는 나에게 적갈색의 눈동자를 향했다.

「유격사에게 들었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이상은 물어볼 수 없었다. 도력등의 불빛 속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발 그림자를 바라보며 오로지 앞으로 몸을 나아가게 했다.

「여관에서 싸운 여자를 기억해?」

  갑자기 시스터가 입을 열었다.

「내가 용병을 그만둔 것은
  저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카넬리아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저런 식으로 죽는 게 아니라」그렇게 시스터는 되풀이하고「어차피 죽을 거라면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죽고 싶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을 느끼며 나는 그녀의 옆을 계속 달렸다. 문득 호흡하는 중간중간, 희미한 물소리를 들은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토비, 당신도 느꼈어?」시스터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마침내 멈춰 선다.

「녀석들의 후속 부대가 온 것 같아」

  우리는 2개의 수로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도착했다. 악취를 풍기는 넓은 물줄기 너머로 흐리게 비치는 수문이 보인다. 습기 찬 벽에 등을 붙이고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아무래도 매복이 있는 것 같네」시스터는 강 건너를 노려보고 뒤로 얼굴을 돌렸다.「하지만 우회할 시간이 없어」두 번, 세 번, 그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깊게 호흡한다. 나는 땀이 밴 손으로 도력기를 들고 가방 손잡이를 손목에 둘렀다. 언제나처럼 구두를 확인한 시스터가 몸을 일으킨다. 달라붙을 듯한 어둠 속으로 우리는 숨을 멈추고 단숨에 뛰어들어갔다.



  제 10회 발동

  반대쪽을 향해 시스터는 검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단숨에 달려갔다. 순식간에 나는 낙오했다.

  수문에서 마법(아츠)이 번뜩이고 연달아 하늘을 가르지만, 어느 것도 시스터에게 닿지 않는다. 수로에 침전된 오물이 튀어 올라 폭풍처럼 내게 날아든다. 최후의 마법을 피하며,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이 있을 법한 물보라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뛰어들었다.

  모래주머니로 만든 벽을 뛰어넘어, 그녀는 양팔을 뻗었다. 엽병들은 지면에 수직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팔은 상상할 수 없을 각도로 목을 찌르고, 맥을 끊고 지나갔다.

  내가 돌바닥으로 올라왔을 때는 이미 그녀 이외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이 앞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면 성당이야」카넬리아는 손수건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손을 흔들며 피를 털어내고 싸움의 여운에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후속 부대가 접근하고 있어. 서두르자」

  물을 차며 나아가는 낮은 발소리는 이미 명확히 귀에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우리는 엽병들의 시체를 넘어 마른 수로로 향했다.

  젖은 돌을 짚고 반쯤 열린 수문으로 빠져나갔다. 목덜미에 물방울이 튀었다. 나는 머리에 울리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것은 마법을 구동하는 도력기의 소리였다.「토비!」흰 빛이 시야에 가득 찬다. 시스터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어디선가 뻗은 손이 어깨를 잡아챘다. 나의 몸이 뒤로 끌려가는 것과 동시에 마법이 포석에 작렬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굉음을 온몸에 맞으며 나는 등부터 지면으로 충돌하고 튕겨올라 배로 떨어지게 되었다. 하수에 빠진 얼굴을 드니 자욱하게 흙먼지를 토해내는 수문이 보였다. 그 안에서 악몽같이, 양손에 칼을 든 엽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흙 위에서 나는 발버둥 쳤다. 순식간에 용병들이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몸을 굴려 칼을 피하고 두 번째 칼은 가방으로 막았다. 소리도 없이 천이 잘리며 물건이 굴러떨어졌다. 허리의 도력기를 찾았지만, 손끝에는 도력기가 달려있던 쇠사슬만 남아 있었다.

  나의 목을 응시하며 장검을 들어 올리는 용병. 그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스터였다. 그녀의 손이 심플하게 움직이더니 용병은 장검만을 남긴 채 날아갔다. 칼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시스터는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토비」고개를 숙인 그녀의 볼을 타고, 붉은 줄기가 흘러내렸다.

「당신도 여신 곁으로 가게 될지도 몰라」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코트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아까의 마법 때문이다. 나를 놓칠 때 맞은 게 틀림없다. 거품 낀 진홍의 피가 그녀의 가슴을 적신다. 나는 땅에 떨어뜨린《아티팩트》를 집었다. 젖은 종이를 벗기고 차가운 금속 덩어리를 자신의 도력기와 함께 쥔다.

  이제 엽병단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수문을 가로막고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시스터의 들리지 않는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켰다. 기구를 울리게 하는 마법을 발하는 순간, 뺨에 뜨거운 칼이 스쳐 지나간다. 순식간에 들이받아져 앞으로 쓰러졌다. 머리 위로 시스터의 등이 보인다. 그 오른팔이 힘을 잃고 어깨로 매달렸다. 그녀는 잠시 얼굴을 아래로 향하더니 그대로 미끄러지듯 눈앞으로 넘어져 왔다.

  나는 시스터를 일으키고 공격해오는 용병을 마법으로 날려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셀 수 없는 검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킨 채, 오른손을 몸을 지키도록 높이 올렸다. 칼이 바람을 가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컴컴한 눈꺼풀 뒤에, 끝없는 흰 세계가 펼쳐져 갔다. -



  최종회《제 국 시 보》Ⅱ

  흰 세계에 삼켜진 나는 단단한 지면에 토해지듯 굴러 떨어졌다.

  태양의 냄새가 나는 따뜻한 대지. 천국의 바닥은 돌로 되어 있는듯한 감촉이었다. 손으로 주위를 더듬으니 뻣뻣한 머리카락이 닿았다. 시스터도 나와 함께 여신의 곁으로 온 모양이다. 나는 대자로 누웠다.

  주위가 술렁인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시력이 돌아와 확인하니 소녀의 얼굴이었다. 생긋하며 웃는 여자아이. 여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리다.

  라고 생각한 순간 머리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것은 마치 성당에서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몸을 일으키고 마침내 꿈에서 깨어났다.

  비둘기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는 구경꾼들의 시선이 모였다. 낯익은 거리, 소리, 바람의 냄새, 틀림없이 그건 제도의 성당 앞에 있는 광장이었다.

  나는 오른손을 펴서 미휴트에게 받은 금속 덩어리를 보았다. 금색의 빛 줄기가《아티팩트》의 표면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시스터가 이야기한「살아 있다」라는 말이 떠올리며 점차 약해지는 고대의 빛을 다시 한번 꽉 쥐었다.

  서로의 어깨를 빌려 성당으로 향하는 우리를 색유리에 날개를 펼친 여신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 사건은 정연히 처리되어 갔다.

  시스터가 피투성이가 되며 지킨 금속 덩어리는 성당의 추기경 예하를 거쳐, 두꺼운 문 너머로 사라졌다. 황실관계자에 유력귀족의 대리들, 그리고 제국군 장교까지 끝없이 더러운 흥정을 펼쳤고 유격사협회의 조정역을 질리게 하였다.

《하늘의 궤적 3rd》에 등장하는 '성배기사단 총장' 아인 세르나트.
소설의 결말은 위장용. 본 실력은 궤적 세계관 내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

(사진 출처 : The Legend of Heroes Wiki)


  나는 시스터 카넬리아의 옆에 있었다. 교회의 긴 의자에 옆으로 눕혀진 그녀. 진짜 시스터들이 코트를 벗겨 내고 피로 얼룩진 윗도리를 절개한다. 그러자 그 아래에 사슬 갑옷이 나와 그녀들을 당혹하게 했다.

  다음날《엽병단》을 움직이고 있던 모 귀족은 토지를 대가로 손을 놓는 것에 동의하고 드디어《아티팩트》는 교회의 관리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에 한가득 입단속용 대가를 받은 나는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가는 곳은 유명한 고급 휴양지. 몸에 좋은 곳이었다. 호위로 붙여준 유격사는 바로 그 파블과 클레이였고, 출발 직전 둘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시스터에게 안내했다.

  정신을 차린 시스터와 나는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무렵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아인. 나 아인이라고 해」

  나는 그녀의 하얀, 더럽혀지지 않는 손을 꽉 쥐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

  나는《제국시보》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고 있다..

「아인 세르나트」그리고 그 활자의 끝에는 지극히 간단한 기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제 새벽 제도 시가에서 변사체로 발견.
  시체에는 복수의 외상, 고인은 생전 칠요교회의 자선사
  업에 참가하여 각지에서 많은 사람을 구했다.」

  마지막 한 줄을 읽었을 때 거리에 누운 시스터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피로 그녀의 잠자는 얼굴은 몹시 편안해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잡지를 말아 들고 가슴에 빛나는 유격사 문장을 살짝 만졌다. 시스터가 권유했던 이 직업으로 갈아타고 2년이 흘렀다. 이제는 본명을 사용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토비' 의 5년 후 모습.《섬의 궤적》시리즈의 조역으로 등장한다.
섬1&2 시점의 나이는 27세. B급 유격사. 방어력 높은 마법사형 캐릭터.

(사진 출처 : 나무위키 '토발 랜도너')


「토비」귓가에 시스터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차갑고 흐린 창문에 이마를 댄다. 기억 속의 시스터의 눈동자는 홍요석과 같았다. 코드 자락을 휘날리며 어둠 속으로 달리기 시작한 그녀. 눈을 뜨고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제도의 등 빛이 붉게 번지고 흰 안개의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끝>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블랙)

653
460
350059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