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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소설]《섬의 궤적 1》카넬리아 문고판 1~4회 ┣ 게임



  이 글은 2013년(2014년 한글화 발매) PS3 / PS Vita용으로 발매된 게임《영웅전설 섬의 궤적 1》의 작품 내 소설로 등장하는《카넬리아 문고판》(1~11권)을 정리한 글입니다. 본래《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FC》에 등장한 게임 내 소설로, 소설의 무대와 게임의 무대가 겹치면서 소설 주인공이 게임 속 조역으로 등장하는《섬의 궤적 1》에서 '문고판' 이 되어 재등장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위 게임의 플레이스테이션 Vita 한글판을 이용해 게임 상의 텍스트 내용을 가감없이 옮겼습니다. 가독성을 감안하여 1~4회 / 5~8회 / 9~11회로 나눠 올립니다. 저작권상 문제되는 바 있을 시 알려 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제 1회 《제 국 시 보》Ⅰ

  나는 회전문 앞에 서서, 부츠의 뒤꿈치를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코트 옷깃을 올리고 턱을 끌어당기고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짧고 가지런한 머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흔한 가죽 코트와 가죽 부츠는 사실 철판으로 보강된 특별주문품이지만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인다.

  평범한 외견 -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직업은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잿빛으로 빛나는 아침 안개 사이로 큰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마치 진자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때때로 행상인의 목소리에 흐름이 끊기지만 그 소리는 바로 흐름을 되찾는다.

  제도의 아침은 언제나 회색이다. 판매원의 옆구리에서 잡지를 낚아채고 뒤쪽으로 미라를 던져준다. 잉크의 수수함까지 눈에 익은《제국시보》. 표지를 열고 회색 지면 위를 눈으로 훑는다. 문득 숨이 막혔다.

  사회면 제일 아래쪽에서 그 문자를 찾았다. 나의 시선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인 세르나트」- 문자가 의미를 잃고 단순한 잉크 얼룩이 될 때까지, 같은 행을 바라보았다. 몇 초의 공백 후, 마침내 시선은 기사의 마지막까지 흘러내렸다. 기사를 읽는 동안 기억이 과거의 한 부분으로 향하고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은 3년 전, 며칠 간 있었던 일들을 향해서 -


  3년 전 그날 오후의 제도도 변함없이 회색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22세의 나는, 평소와 같이 부티크의 문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미휴트 제도공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점주 미휴트에게 새로운 일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휴트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으로 도력기(오브먼트) 조정이 취미였던 나는 얼마 안 되는 단골이었다. 질퍽질퍽한 골목길을 지나 썩어가는 나무문을 빠져나가면 반지하에 위치한 공방 입구에 흐릿하게 빛나는 도력등이 보인다.

  미휴트가 나에게「일」을 주게 된 것은《백일전쟁》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쯤이었다. 당시 리벨 왕국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어서 도력기의 수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다. 수상한 놈들과 함께 밀수를 시도한 미휴트는 나에게 운송역을 맡겼다.

  평민 출신에 연줄도 없던 10대였던 나는 당연히 그 일을 맡았다. 왕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거의 장물 전문 배달원이 된 것 같지만,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착실하게 미라는 벌 수 있는 일은 내겐 이거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세련되지 않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을 한 나는 모자나 바지 속에 물건을 숨기고 국경을 계속해서 왕복했다. 덕분에 나의 지갑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2, 3년 동안 이름도 꽤 쌓이게 되었다. 나는 경박한 필이기도 했고, 재주꾼 루니이기도 했고, 동시에 겁쟁이 크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휴트는 나를「토비」라고 불렀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일을 했을 때 사용한 가명으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제 2회 구동

「여어, 토비. 마침 잘 왔어」

  나에게 그렇게 인사를 하고 미휴트는 카운터에서 느릿하게 움직였다. 먹고 있던 과자를 무릎 위에 놓고, 설탕투성이의 손을 탁탁하고 턴다. 어두운 가게 안에 달콤한 냄새와 구운 사과의 냄새가 퍼졌다.

「마침 물건이 도착했단 말이지」
 
  미휴트는 허리를 틀어 뒤쪽의 찬장에서 오래된 잡지에 쌓인 물건을 건네 주었다.

「이번엔 뭐야?」못 들을 걸 알면서도 난 괜히 물었다.

「상대는 왕국의 그곳이다」미휴트는 질문을 무시하고 철도와 비행선의 티켓을 건넨다.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토비. 매번 하던 것처럼 빈틈없는 너였으면 좋겠어」

  깊은 한숨을 내쉬자, 미휴트는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그 손에서 또 과자 냄새가 퍼진다. 그가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나는 가게를 나왔다.


  가방 안에서 헌종이 덩어리가 구르고 있었다. 나는 옆구리에 그 감촉을 느끼며, 이것도 장물일 거라고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달리 불안은 없었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익숙했고, 지금까지 어떤 트러블이 있더라도 잘 넘겨왔다. 실제로 일을 하며 쌓인 경험도 있어서, 도력 마법(오벌 아츠) 지식과 솜씨는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역에서 수상한 놈을 봐도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적으로 되는 일은 없었다.

  승강장은 왕국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혼잡했다. 벤치에도 자리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구 가까이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을 바꿔 들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남자 2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찰구 앞, 정확히 제국문장의 말머리 타일 부근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곧 1명이 더 와서 이야기에 합류했다. 계속 보고 있자니 녀석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격이 굉장히 좋은데다 머리 스타일까지 같은 저 3명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확 띄었다.

  그 3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가방을 고쳐 들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도력기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흐른다. 낮은 도력기관의 소리가 멀리서 느껴지더니 곧 어깨 위로 지나간다.

「괜찮을 거야」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고 검은 빛을 내는 철 덩어리가 선로에 미끄러지며 들어온다. 도력기관이 반대방향으로 추진을 거는 것이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인파에 밀리듯 나도 객차의 문 쪽으로 밀려갔다. 차창의 옆을 지나갈 때, 순간 개찰구 쪽에 시선이 흘러갔다. 아까 그 남자들은 없었다. 타일로 만들어진 말의 얼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 3회 시스터

  열차는 안갯속을 달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붙은 물방울이 투명한 줄무늬가 되어 계속 같은 장소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차창에 이마를 붙인 채 손가락으로 티켓 2장을 문질렀다. 왕국까지는 철도로 아득히 먼 남부 국경도시까지 가서 비행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양쪽 다 일등석의 티켓이었다. 객차는 거의 만석이었지만, 나의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어쩌면 미휴트 녀석이 일부러 비워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그에게도 꽤 벌이가 큰 건수일지도 모른다.

「왕국에 가시는 건가요?」

  열차로 절반쯤 지났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통로에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3겹의 버클로 코트의 앞을 고정시킨 그녀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묶은 적갈색 머리에 같은 색의 눈동자.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라면서 쪼그리고 앉으며 나의 옆자리를 가리키며「저쪽은 담배 연기가 지독해서」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보라색 공기가 떠도는 뒤쪽을 돌아봤다. 나는 말없이 발밑의 가방을 창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자꾸 말을 걸어왔다. 나는 도력기에 관련된 일 때문에 왕국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적당히 말을 둘러댔다. 그 여성은 교회의 자선운동가로 국경도시에 볼일이 있다고 한다.

「일단은 시스터라고 불리고 있어요」그녀는 검은 가죽 부츠에 싸여있는 다리를 꼬면서 물었다.「별명이지만요」하며 계속 이야기한다.「시스터 카넬리아」그것이 그녀의 별명이었다.

  나와 시스터 카넬리아는 잡담을 이어갔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열차가 숲을 지나자 주황빛이 객석 위를 비추었다. 저녁 햇볕에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고 나는 그녀의 별명의 유래인 홍요석(카넬리아)을 상상했다.

  이윽고 열차는 완만하게 속도를 줄이기 시작해 짐을 가지러 그녀는 자리에 돌아갔다. 나는 이제 습관이 된 동작으로 가방과 마법(아츠)용 도력기를 조사했다. 종이에 쌓인 물건도 허리에 묶어둔 도력기도 무사했다.

  정시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차내에 흘렀다. 목적지 날씨는 비. 좌석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창문에 빗방울이 튀고, 검푸른 도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역의 신호등에 물방울이 부딪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금속음, 도력 기관의 추진력으로 오는 진동.

  수화물을 조심하라는 방송이 들리자 승객들은 통로에 서기 시작한다. 빗속에서 수기를 흔드는 역원의 제복을 보면서 나도 가방을 안고 일어섰다.

  통로에서 시스터 카넬리아와 마주쳤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했을 때, 돌연 그녀가 내 쪽으로 넘어졌다. 나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키며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길을 양보해 주었다. 인사를 하고 먼저 통로로 나가는 나, 그 뒤에는 카넬리아가 간격을 두지 않고 따라왔다. 오른손이 멋대로 도력기가 있는 주머니에 들어간다. 그러나 평소의 금속 감촉은 그곳에 없었다.

  순간 강렬한 힘이 나의 손목을 비틀어 올렸다. 금속이 튀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나의 등, 정확히 신장 부근을 뾰족한 물건이 누르고 있었다.

「찾는 물건이라면 나한테 있어, 토비」

  시스터 카넬리아의 입술이 나의 귀 뒤편에서 희미하게 움직였다.

「움직이거나 떠들지 마, 토비.
  더 이상 따끔한 맛은 보고 싶지 않겠지?」

  시스터는 손목을 누르는 각도를 약간 바꾸었다. 나의 눈동자 속에서 색 없는 불꽃이 튀었다.



  제 4회 육탄

  시스터 카넬리아는 나의 오른팔을 비틀며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얌전하게 있어, 토비」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손목의 각도는 느슨해지고, 아픔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해하지 마, 토비.
  나는 여신 에이도스가 보낸 당신의 수호자야.」

  그녀는 그렇게 귓전에 속삭이면서, 나에게 창밖을 보도록 지시했다.「토비」라고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의「비」부분이 귀를 간지럽힌다.

  승객들은 천천히 차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카넬리아에게 밀리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창밖의 승강장을 보았다. 개찰구와 이어지는 계단 아래에 그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도의 역에서도 봤던 그 3인조다.

「극진하게 환영해주는 것 같네」그녀의 목구멍 안쪽에서 흐린 웃음소리가 들린다.「도력기를 돌려줘」고개를 돌리며 부탁했다. 카넬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양쪽에서 인사하는 승무원을 뒤로하고 납빛의 승강장으로 나온다. 젠장, 이 바보들.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야? 세차게 부는 안개 같은 비에 거의 눈을 감은 나는 젖은 계단을 반걸음씩 천천히 내려갔다. 그 뒤에서 같은 보폭으로 따라오는 카넬리아. 그 패거리들은 계단 바로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녀석들에게 넘겨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3인조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가방을 쥐고 있는 왼손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계단의 중간에서 갑자기 카넬리아가 말했다.「토비, 발밑을 봐」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빗물이 스며든 부츠의 발끝을 보았다. 그리고 숨을 내쉰 순간, 카넬리아가 나를 힘껏 밀쳐냈다. 발끝에서 나온 물방울의 뒤편으로 천지가 뒤바뀌고 나의 몸은 계단 아래 패거리들에게 등으로 떨어졌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늑골이 부서지는 감촉. 군인풍의 패거리 2명에게 굴러떨어지고 그 기세로 물웅덩이까지 굴러떨어진다. 승객들이 비명이 마치 열차의 브레이크 소리처럼 들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차가운 타일을 등으로 느끼며 나는 왼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다섯 손가락은 확실하게 가방을 잡은 상태였다.

  몸을 일으키려다 미끌어지고 나는 턱부터 다시 넘어졌다. 열심히 좌우를 둘러봤지만 군인풍의 남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터 카넬리아의 모습만이 머리 위의 승강장에 보였다. 마치 곡식 자루를 메는 것처럼 어깨에 사람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열차 쪽으로 향하자마자 그 사람을 선로 아래에 던져 넣었다. 세계는 아직도 요동치고 있었다. 시스터의 부츠 소리가 가까워지고 나의 손을 잡는다. 잡았을 때의 위화감을 나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 가자. 토비」

  억지로 일으켜서 뛰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이 소리를 내며 길을 열어주었다. 왼팔의 끝에서 가방이 흔들리며 허벅지를 때렸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드디어 시스터가 손을 놓아준다. 순간 무언가가 벗겨졌다. 나는 시스터의 양손이 붉게 튀어오른 피에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달리면서 승강장 쪽을 돌아보았다. 나를 마중 나온 3명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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