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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하루오] 그럼에도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를 존중하자 아오조라문고



원제 : <尊重すべき困つた代物>
출처 : 아오조라 문고


  원문은 줄 바꿈이 단 1번('희망하는 바이다''작품을 읽고' 사이)밖에 없습니다. 가독성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문단을 나누었다는 점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얼핏 보면 동화적이면서도 그 내부에는 근대인다운 자기분열과 정신박약에서 비롯된 자기반성을 동반한 현실감을 바람 불듯 태연하고 은은하게 풍겨대는, 비루하지 않은 골격을 지닌 자를《푸른 꽃青い花》에서 발견한지도 1년이 더 되었다. 제목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작자의 이름이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였다는 건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같은 작자의 글을《분게이文芸》에서 확인하고 허겁지겁 일독하였는데, 이전의 작품이 털실을 풀어헤치는 듯한 문체였다면 이번에는 금속적인 촉감이 느껴지는, 대단히 세련된 세 편의 콩트掌篇가 모여 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은은하고 묘하게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 전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기에, 그 외견은 판이하였지만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수긍하게 되었다.

  당시《분게이슌쥬文芸春秋》에 시평時評을 기고하고 있던 본인은 이 작자와 작품에 대해 한 마디 하려다 작품의 알갱이가 너무 작은 데다, 작자의 풍격이 본인의 기호와 지나치게 들어맞는다는 점을 의식하였고, 어차피 피어날 장미꽃이라면 이윽고 꽃을 피울 테니 그 때 가서 성원을 보내도 늦지 않으리라고도 생각하며 한 동안 침묵하고 지켜보기로 작심했었다. 결국 얼마 후에《광대의 꽃道化の華》이 발표되는 걸 보고 본인은 '그럼 그렇지' 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간에 야마기시 가이시山岸外史와 알고 지내게 된 본인은 이쪽 방면을 통해 다자이의 인간 됨됨이를 다소나마 전해들은 게 있었고,《광대의 꽃》저자로서의 그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보내어 독후감을 전해주었다. 다자이는 당시 "건강은 회복되었습니다만 아직 병원에 있으니 퇴원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는 답장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야마기시와 함께였다.

  나는 다자이를 아쿠타가와 상芥川賞 후보로 밀었으나 예선予選에 진입하기만 했을 뿐 결국 입상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다자이의 풍부한 재능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치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다자이의 인간적인 미숙함을 탐탁찮아 한 것 같다. 거기에다 다자이의 작품들에 예술적 혈족의식을 느껴던 본인 정도를 제외한 타인들의 눈에는 아무래도 충분히 납득할 수가 없는 무언가가 잠재되어 있다는 걸 본인도 지당하다 인정할 정도이니 결국은 사람들의 의견에 피치 못하게나마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다자이가 분기奮起하여 그의 작품 그 자체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이해될 수 있을 날을 희망하는 바이다.

  작품을 읽고 이미 그런 마음이 들어 있던 본인은 다자이와 직접 면회해보고서 그는 본인과 예술적 혈족芸術的血族이라는 걸 더욱 깊이 체감했다. 제멋대로고, 게으르고, 천성적으로 뼛 속까지 로맨틱ロマンテイツク한 성향을 지닌 자였다. 분방하면서도 나약한 자기자신이 범람하여 자의식自己意識을 깊숙이 잠식, 스스로의 검토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 이런 부류의 운명이다.

  거기에다 그의 경우는 아편성 중독증阿片性の中毒症까지 달고 있었기에 우선 이 병부터 고치는 게 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본인은 의학을 수련한 불초한 동생과 상담하여 중독증을 신속히 치료할 것을 그에게 권고했고 치료는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허나 그의 경우는 타고난 성격이 중독증보다 더 곤혹스러운 경우로, 우선 주변 사람들, 나중엔 자기 스스로를 상대로 고뇌할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런 면이 그의 예술을 형성하는 중요한 원천이기에 우리들은 다소의 민폐를 감내하며 이를 관용적으로 받아주면서 그를 격려하여 재능을 꽃피우도록 하는 데 매진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가 지닌 재능은 우리들이 그에게 관용을 베풀도록 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기회를 빌려 본인은 다자이의 자중대성自重大成을 기원함과 동시에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방도를 규정하는 자가 되려 한다. 다자이를 알고 있는 예술적 혈족 중 한 사람으로서.

<분게이文芸> 제 1년(1936년) 4호(4월 1일자) 수록


덧글

  • 진보만세 2019/03/25 00:35 # 답글

    "스스로의 검토자가 되어, 자기 스스로를 상대로 고뇌할 인물"--> 다자이를 이만큼 예리하게 꿰뚫는 평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런지. 작가도 작가이지만, 평하는 평자 또한 예사롭지 않군요.

    항상 심혈을 기울여 올려주시는 글월들, 감사드립니다..
  • 3인칭관찰자 2019/03/25 11:14 #

    후대 사람으로서 하는 평가가 아닌, 동시대의 사람으로서 다자이를 제자로 맞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리얼타임 시점임에도 다자이란 인물을 예리하게 갈파한 것 같습니다.

    진보만세님의 글도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요즘 댓글 자주 달아드리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오늘 하루도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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