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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하루오] 모리 오가이森鴎外 선생을 추억하며 아오조라문고




원제 : <思い出>
출처 :
아오조라 문고


  20대 시절 오가이 선생님鴎外先生을 5~6번 뵌 적이 있었다. 이후 두 세 번 육군성 의무국医務局에 교정본을 갖다드리면서 뵙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간단한 대면으로, 회고담을 늘어놓을 정도의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

  이 시기 요사노 히로시(与謝野寛, 역주 : 텟칸鉄幹. 요사노 아키코与謝野晶子의 남편) / 이쿠타 쵸코生田長江 / 나가이 카후永井荷風 씨 등이 오가이 선생님의 문인門人이었으니, 나는 선생님의 손자뻘(역주 : 제자의 제자)에 해당한다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인연이 있기에 나는 선생님과 직접적인 관계는 맺지 않았어도 그 분의 문학적 사업을 존경하고 있다. 선생님은 당신이 세간으로부터 까다로운 사람이라 인식되는 것을 씁쓸해하시며 언제나 상대가 거북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려 하셨으나, 마주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그 점이 더 거북하게 느껴졌다.

군복차림의 모리 오가이(출처 : 나무위키 '모리 오가이')
군의관 겸 소설가로 두 직업에서 모두 절정의 성공을 누린 인물이다


  추억이라고 할 게 있다면, 언젠가《우리들我等》이란 잡지의 출판기념회 당시 긴자 오와리쵸銀座尾張町의 라이온 2층에서 특별히 친한 자들과 모여 함께 술판을 벌일 때, 선생님은 자리에 앉은 자들이 거북해하지 않도록 술안주 겸으로《데카메론デカメロン》중에서도 특출나게 외설스런(음란한) 에피소드를 웃으면서 이야기하셨다. 이 시절은 외설스런 책들의 발매가 금지당하던 시기였으나 선생님은 "읽는 법이 잘못된 것이지, 요령있게 유머로 삼는다면야 외설적인 것도 외설이 아니게 된다네. 웃음 없이 읽어나가면 외설적일지라도 우리들이야 유머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는가." 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신문기자란 자들은 만나도 해롭고 만나지 않아도 해로운데 선생님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다루십니까?" 라며 질문하자 웃으시며 "어떻게 다루더라도 해로운 자들이야." 라고 답하셨던 게 선생님의 명언 중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츠와노(津和野, 역주 : 오가이의 고향)에 건립된 시비문詩碑の文에 대한 상담을 받고서 '적어도 소학교 선생쯤 되면 내용을 이해하여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가 필요하다' 고 생각. 탁월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전쟁적인 색채를 띠지 않은 작품이 좋겠다는 관점에서 선생님의 진중시집陣中詩集 중 <커프스 단추カフスボタン>를 골랐다. "그런 김에 글 하나 써주시죠." 라며 부탁하길래 "악필惡筆이라 사퇴하겠네." 라고 뻗댔으나 끈질기게 부탁하는 데 밀려 부끄러움을 천세千歳에 남길 각오로 붓을 잡았다. 악필인 탓에 알아먹기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 <산인신보山陰新報> 1954년(쇼와 29년) 7월 9일자 게재 -


덧글

  • 진보만세 2019/02/02 16:19 # 답글

    혹독한 검열의 암흑기, 유머로 돌파한 모리상.. 따뜻한 일화, 그 스승에 그 제자네요 ^^
  • 3인칭관찰자 2019/02/02 18:17 #

    메이지 시대 소설가 중 나츠메 소세키와 쌍벽을 이루는 문호인 만큼 나름 이야깃거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 공손연 2019/02/02 20:50 # 삭제 답글

    소설가로서보다 군의관으로서 너무 병크가 커서 문제가 많은 인물인것 같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19/02/02 21:22 #

    러일전쟁 각기병 건 말이군요... 그건 저도 쉴드치기가 힘든 오가이의 병크긴 합니다.
  • 차가운 도시남자 2019/02/04 17:57 # 답글

    문인들끼리 저리 교류하며 추억담을 남기는 것도 보기 좋군요. 한국에서는 이런 글을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시기 질투나 하지 교류하고 우정을 나눈다든가 하는 일은 문필가들 사이에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이문열이 고은을 빗대어 쓴 무슨 악령이라든지 이런 블랙코미디 같은 글은 있네요.
  • 3인칭관찰자 2019/02/04 20:06 #

    그럭저럭 훈훈한 분위기랄까요. 물론 문단의 원로가 된 사람이 자기 청년 시절의 문단 대원로를 회고하는 글이고 그 대원로가 자기 스승의 스승이었던 관계상 좀 더 우호적으로 쓰여졌을 순 있겠지만은, 생전에 열심히 추종하고 아양떨다가 그 사람 관뚜껑이 닫히자마자 태도가 표변하여 할 말 못할 말 다 던지는 부류도 이 세상엔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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