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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의 큰 오해》오케하자마桶峽間 전투 역사



  본 글은 2007년, 일본출판사 PHP연구소에서 신서본新書本으로 간행된 스즈키 마사야鈴木眞哉 씨의 저서《전국시대에 대한 큰 오해戦国時代の大誤解제 3장 <거짓된 명장면> 중 1편인【 오케하자마 기습전桶狭間の奇襲戦 】부분(p. 88 ~ 92)을 번역한 것입니다. 위 책은 2019년에 문고본으로 신판이 출간된 상태이므로, 이 책 내용을 더 이상 번역하진 않을 겁니다. 가능한 한 필요한 부분만 번역하려 했으며, 절대로 배포나 불법공유 목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기서 명확히 하겠습니다.


  오케하자마 전투는 수많은 전국시대 전투 가운데서도 대단히 유명하다. 일본사 교과서 부류에도 대개 기재되어 있으며,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도 계속 묘사되어 왔는데, 유명하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는 그러한 사례가 상당히 존재하는데, 이 오케하자마 같은 경우가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통설에 따르면 입경上洛을 위해 진격해 온 스루가駿河 지방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의 대군을 에이로쿠 3년(1560) 5월 19일,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소수의 병력으로 기습하여 요시모토의 목을 베었다고 되어 있다. 즉 이 이야기는,【 요시모토의 입경 】과【 노부나가의 기습 】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기둥을 틀로 하여 성립되어 있는데, 우선 요시모토가 입경을 의도하고 움직였다는 점부터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戰國時代라 하면 모든 다이묘들이 교토에 깃발을 세우는 걸 꿈꾸었던 것처럼 이야기되기 십상이나, 다음의 장에서 다루겠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특히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경우, 본인에게 입경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여부는 별개로 쳐도 이 시점에서 입경하는 건 가능할 리 없었다.

  요시모토는 공공연히 언급하기를 4만, 실질 2만 5천 명 정도의 병력을 이끌고 출진했다고 하는데, 교토까지 가는 길에는 노부나가를 제외해도 부딪혀야 하는 다이묘大名가 여러 명이 된다. 그리고 키나이畿內와 그 주변은 실력자인 미요시 나가요시三好長慶가 꽉 잡고 있었다. 이들과 제대로 싸워 격파하려면 그 정도 병력으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정말로 입경할 의지가 있었다면 그전부터 정지작업을 하여 각지의 세력들과 제휴해야만 했을 것이나, 요시모토는 그런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당시 교토 근변을 주름잡던 미요시 나가요시의 초상화(출처 : 일본 위키피디아)
오케하자마 전투가 벌어진 1560년은 미요시 세력이 강력한 위세를 떨치던 해이기도.


  그렇기에 요시모토가 입경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의심받은 경우가 존재했다. 예를 들면 타카야나기 미츠토시高柳光寿 씨 같은 분도 요시모토의 목적은 우선 노부나가를 격파하여 오와리 지방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러나 실제의 문제로 보자면 이것도 역시나 "짐이 무거운" 것이었다.

  두 개의 기둥 가운데【 요시모토의 입경 】쪽에 대한 실상은 그 같은 것이나, 또 다른 기둥을 이루는【 노부나가의 기습 】에 대해선, 근년에 이르기까지 누구 의심하는 자가 없었다. 타카야나기 씨 같은 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정도였으니 영화나 TV 드라마 같은 데서도 노부나가가 건곤일척의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장면을 되풀이하여 계속 방영하였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시는 바이리라.

  그러나 후지모토 마사유키藤本正行 씨가, 이 기습설에 이의를 제기하셨다.



후지모토 씨의 저서《노부나가의 전쟁》표지(출처 : 일본 아마존)
첫 출간으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래도 조금 낡은 느낌이 있지만
이 책에서 후지모토 씨가 주장하신 내용의 상당수는 지금 통설이 되었다.


  후지모토 설의 골격은 어떤 의미에선 단순명쾌한 것으로, "신뢰할 만한 사료에는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오케하자마 이야기는 에도 시대 초기에 오제 호안小瀨甫庵이라는 작가가 집필한《신쵸키信長記》라는 책에 기반해 있었다. 이《신쵸키》라는 책은 노부나가의 옛 신하였던 오오타 규이치太田牛一라는 자가 집필한《신쵸코우키信長公記》를 저본으로 삼아, 그 책의 통속물 버전 같은 모습을 하여 집필된 책이었다.

  그러나 이《신쵸코우키》에는 "요시모토가 입경에 뜻을 두고 있었다." 든가, "노부나가가 기습을 하였다." 는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노부나가는 이마가와 군에게 정면공격을 시도했다는 식으로 나와 있다. 운 좋게 그 시도가 들어맞아 요시모토의 목을 벨 수 있었다는 말이다.

  오제 호안이《신쵸키》를 집필할 때, 오오타 규이치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굴하였던 거라면 이야기는 별개가 되겠으나, 물론 그러한 일은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요시모토의 입경 】이니【 노부나가의 기습 】이니 하는 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호안의 창작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호안 같은 부류가 만든 픽션들이 메이지 시대 육군참모본부陸軍參謀本部가 집필한《일본전사日本戰史》에 채용되면서 학자들이나 군인들이 여기에 그럴 듯한 해석을 갖다붙인 결과, 널리 보급되어 정착되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요시모토가 서진한 목적은 입경 같은 게 아니라, 후지모토 씨의 주장에 따르면 센고쿠다이묘戰國大名에게는 일상다반사였던 접경지역 분쟁을 벌이기 위한 데 불과했다. 그렇다면 노부나가로서도 옥쇄를 각오하고 쳐들어가야 할 필요 같은 건 전혀 없었으며, 어찌됐든 이마가와 군을 몰아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총대장이 전장에서 전사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으므로, 최초부터 그런 낮은 확률이 들어맞기를 노리고서 한판 승부를 벌였다는 건 타당치 못하다.

 《신쵸코우키》를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노부나가는 공격을 시도할 때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단지 노부나가에게는 노부나가 나름의 계산이 존재하여, '전날 밤부터 벌어진 전투로 피곤해져 있는 이마가와 군의 일부를 자신의 소모되지 않은 병력으로 격파하면 어떻게든 될 거'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실제로도 그럴 작정으로 행동했는데,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그러나 그 착각이 결과적으론 대박으로 이어졌으니, 세상사란 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2만 5천 명인 이마가와 군이 2천 명 정도였던 오다 군에게 손쉽게 패배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먼 곳에서 찾아온 이마가와 군은 수많은 보급요원들도 필요했기에 군대의 절반 이상은 비전투요원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런 반면, 본거지인 키요스(清須, 아이치 현 키요스 시)에서 곧바로 달려온 노부나가 군은 이마가와 군에 비해 전투원 비율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거기에다, 노부나가 쪽은 똘똘 뭉쳐있었던 데 비해, 요시모토 쪽은 각지에 병력이 분산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양자가 오케하자마(아이치 현 토요아케 시豊明市) 부근에서 충돌했을 때는 현저한 병력차이는 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남은 건 그들이 하기 나름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이니,【 요시모토의 입경 】설은 물론【 노부나가의 기습 】설도 서서히 힘을 잃어가서, 제대로 된 학자라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단순히 기습을 가한 게 아니라, 모략을 써서 요시모토를 오케하자마 부근으로 유도하여 목을 벤 것이다." 는 기이한 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는 오와리의 뿌리 깊은 가문舊家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문헌(역주 :《부코야와武功夜話》) 에 기반한 것인데, 이 책은 일종의 위서僞書로, 정상적인 레퍼런스로 이용할 만한 책이 아니다. 자세하게 설명할 여유가 없기에 그 점을 감안해주시고, 지금까지의 주장에 흥미가 있으신 분은 후지모토 씨의《노부나가의 전쟁信長の戰爭》(코단샤 학술문고) / 《위서 부코야와 연구僞書ㆍ武功夜話硏究(요센샤 신서 y) 를 읽어주셨으면 한다.


참고 포스트(학설의 당사자인 후지모토 마사유키 씨의 주장)

《전국합전대전》오케하자마 전투 정면공격설 (上)
《전국합전대전》오케하자마 전투 정면공격설 (下)


덧글

  • 진냥 2018/03/26 21:17 # 답글

    3인칭관찰자님께서 꾸준히 홍보(?)해주신 덕에 전국시대에 대한 흥미가 날로 비등하여 이번에 도서관에서 [도해 전국무장]이라는 책을 빌렸습니다!
    .....레벨 낮아!!!
  • 3인칭관찰자 2018/03/26 22:55 #

    도해 시리즈에 충실하게 전국시대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알기 쉽게 전해주는 책이면서 은근히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지라 저도 이 책을 통해서 지금까지 생각이 가지 못했던 여러 부분들을 깨닫고 그쪽 분야로 관심을 넓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ㅎㅎ
  • 남중생 2018/03/29 00:57 #

    "도해"야말로 레벨이 높습니다!!
  • 2018/03/26 23: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27 08: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남중생 2018/03/29 00:58 # 답글

    전국사에 대해 조금씩 겹치는 내용이 확장되면서, 재미있게 읽게 되네요. 2018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 3인칭관찰자 2018/03/29 14:07 #

    겹치는 부분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지금까지는 한쪽(정면공격설) 의견만 소개했으니,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반대쪽(요즘은 통설에서 밀려난 우회기습설) 주장자들의 의견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중생님도 2018년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
  • 키키 2018/03/30 10:39 # 답글

    잘 읽었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18/03/30 15:19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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