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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하라 타다오] 도쿄대 성서 연구회 폐강사 (下) 아오조라문고



  이 포스트는 청년시절 우치무라 칸조内村鑑三의 훈도를 받은 무교회파 크리스트교인의 양심에 기대어, 쇼와 시대 초기 일본 도쿄 제국대학 경제학부 교수로서 일본의 식민지 통치와 침략주의를 끊임없이 비판하였기에 중일전쟁(1937) 이후 학계에서 추방되셨다가, 일본 패전 이후 복권되어 1951~1957년 도쿄대학 제 16대 총장으로 재임하셨던 故 야나이하라 타다오(矢内原忠雄, 1893~1961) 교수님의 글로, 1937년 중일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셨다가 반강제적으로 도쿄 제국대학을 사직해야 했을 때, 15년간 본인이 지도해오시던 학내모임인【 제국대학 성서 연구회帝大聖書研究会 】의 회합에서 마지막으로 강의하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6장~39장은 대체적으로 열왕기 下와 역대기 下의 기록들을 이사야 예언에 딸린 부록으로서 게재한 내용이므로 이 부분은 생략하고, 이로서 이사야서 강의를 마침과 동시에 오늘을 기점으로 제국대학 성서 연구회를 해산하도록 하겠다. 이사야서 강의도, 이 모임도, 끝을 맞이하는 것이다.

  제국대학 성서 연구회는 아마 본인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해, 즉 타이쇼大正 12년(1923) 가을부터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당시 도쿄 제국대학 법학부 / 경제학부 교수, 조교수들 중에 우치무라 칸조 선생님 문하에서 수학한 자가 나까지 합쳐 5명 있었고, 학생들과 젊은 졸업생들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이들끼리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 여러 사정이 있었기에 교수들 중에서 발기인發起人이 된 자는 결국 본인뿐이었다. 모임은 1달에 1번 제국대학 산상집회소山上集会所에서 비공개 소모임으로 열려, 회원들 간의 자유로운 담론을 유도하며 가능한 한 본인이 지도자적 지위에 서는 것은 피하려 했다. 모임은 기도감화회祈祷感話会를 열기도 하고, 각 학부에 속한 회원들이 전문적인 문제를 신앙의 입장에서 비추어보며 담론을 나누기도 했지만, 가장 오래 지속된 건 당번을 정해 성서 연구를 하게 한 다음 이를 발표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모임은 계속되어 왔으나 언제부턴가 기력을 잃고 추락세가 지속되는 상태였기에, 재작년 3월에 모임을 한번 해산하고 4월부터 새로운 출발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종래와 달리 소모임 회합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학내에 게시하여 공개하는 한편, 회원들 상호간의 연구를 대신해 본인이 직접 강의를 하게 되었다. 본인은 전투적으로 임했고, 모임 자체도 활기를 띠게 되었다. 최초 몇 회는《과학과 종교》등 학문적인 문제를 놓고 강의를 하다가 11월 이후 로마서 강의를 시작했고, 금년에 들어서 이사야서를 강의했다.

  그러던 도중, 여러분들도 익히 알다시피 시국時局은 점차 변화하였고, 본인은 대학을 사직하게 되었다. 그러나 본인은 정말로 사직하였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데다, 이사야서 강의도 끝나지 않았기에 본인이 여기서 성서 강의를 계속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제국대학 내에서 모임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수되는 자의 소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이 모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 왔지만, 본인이 사직한 후에 이 회합을 열기 위해서는 또 다른 교수분의 소개 도장을 받아야만 한다. 만에 하나 이 모임에서 문제가 터지면 그 교수분께 폐를 끼치게 된다. 설마 이 모임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으나,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대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났던 게 요즘의 시세인 만큼 또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와 같이 본인이 책임지고 회합을 가지는 게 불가능해진 이상, 이 모임은 여기서 그만두는 게 온당하리라 생각된다. 제국대학 내부에 이와 같은 모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지금 제국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자가 이를 짊어져야 하지, 본인이 할 일은 아니다. 본인은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성서를 강의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제국대학은 단순히 본인이 소속되어있는 일터일 뿐만 아니라, 일본 최고교양의 터전이다. 이곳에서 배우는 학생은 일반적인 일본인 이상의 레벨을 지닌 엄선된 사람으로, 일본의 두뇌이자 척추라고 할 만한 자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고등학문을 교육하고 깊은 인격을 함양케 하는 건 일본국을 드높이고 정결케 만드는 방도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들의 레벨이 저열하다면 그것은 일개 제국대학의 치욕을 넘어, 일본이라는 나라가 열등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은 성서에 기술되어 있는 진리를 통해 대학의 학문을 드높이고, 인격을 정결케 하는 일이 일본국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확신하여 왔다. 우리 제국대학 성서 연구회는 인원도 소수이며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비공개 모임으로 기능했기에 지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긴 했으나, 이 산상집회소에서 매달 1번씩 모여 기도하고 이야기하며 서로서로의 마음을 충만케 해 온 것은, 대학을 선하게 만들고 일본국을 선하게 만드는 방도라고 믿어왔다.

  오늘에 와서 보니 본인이 오래도록 기도해 왔던 것들, 노력을 경주해왔던 것들은 무엇 하나 성과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만 일어난 듯하다. 만약 본인이 제국대학 성서 연구회 같은 일에 마음을 쓰지 않고 본업인 학문상의 업무에 더욱 몰두했었다면, 어쩌면 대학에서 사직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이 학원에서 온갖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지는데, 본인은 경악할 따름이다. 진정으로 학문을 하는 자들은 밖으로 내쳐지고 들개와 승냥이들만이 배회하는 곳이 되었다. 학문과 진리는 위축되고 평화와 질서는 사라졌다. 대학은 본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본인은 이를 하느님의 심판에 위탁할 수밖에 없으리라. 훗날 이 황야에 물이 솟구쳐 올라, 들개들의 서식지가 된 곳이 다시 갈대밭처럼 번성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군들은 이윽고 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리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제군들의 신앙을 필요로 하는 때가 찾아오고, 그때 본인이 제군들에게 이야기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본인이 했던 말에 제군들 자신의 언어를 얹어서 국민들과 세계를 향해 외쳐주길 바란다. 그리고 후대에 이와 같은 말들을 편집해주는 자들도 나와주었으면 싶다.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을 대대손손 전함으로써, 일본국의 빛나는 부흥과 이 세계의 평화의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들은 이 희망을 영원히 품어 나가리라. 그러나 지금은 일어서서, 우리 모두 이곳에서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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