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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 Special》지브리 대표이사&도완고 회장의 대담 (下) 인사밸



  이 글은 일본의 거대출판사 분게이슌쥬文芸春秋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삼아 3달에 1번씩 계절별로 출간하는 잡지인《文芸春秋 Special》의 2016년 가을호 p.78 ~ 85, 現 스튜디오지브리 대표이사이신 스즈키 토시오 씨와 現 카도카와도완고 그룹 대표이사 겸 사장이신 카와카미 노부오 씨의 대담을 담은《지브리&도완고 비상식경영을 권유함을 번역한 글입니다. 집필된지 1년이 지난 글이라는 점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1948년 아이치 현 출생. 케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후,【 토쿠마쇼텐徳間書店 】에 입사.【 스튜디오 지브리 】로 이적한 후에는 프로듀서로서 활약했다. 저서로《지브리의 동료들》(新潮新書),《일의 도락》(岩波新書) 등이 있다.

  <카와카미 노부오川上量生>

  1968년 에히메 현 출생. 교토대학 공학과 졸업. 97년에【 도완고 】를 설립하여 '착신 멜로디 서비스', '니코니코 동화' 등을 운영했다. 저서로《콘텐츠의 비밀 내가 지브리에서 생각한 것》(NHK出版新書)《룰을 바꾸는 사고법》(KADOKAWAEPUB選書) 등이 있다.


  경쟁을 피하는 경영술

  스즈키 : 막상 지브리를 세우려고 했을 때, 지금 카와카미 씨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문제를 저도 미야 씨(=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때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회사, 스즈키 씨랑 둘이서 하는 거야? 아니면 토쿠마의 산하傘下에서 하는 거야?" 하고 물었죠. 이 때 저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토쿠마 산하에서 하는 겁니다. 책임자가 별도로 있는 편이 나아요." 라고 답했고, 그러자 미야 씨도 "알았어." 라고. 그렇기에 지브리 설립 당시의 사장은 토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였지요.

  카와카미 : 절대적으로 올바른 판단입니다.

  스즈키 : 그러나 여러 가지 사연을 거쳐 2005년 4월에 지브리는 토쿠마에서 독립, 제가 대표이사 겸 사장을 맡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요. 이후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뭔지 아십니까? 차기 사장을 물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쉽게 결착이 나지 않았어요.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어떤 사람이 "미야자키 씨와 스즈키 씨가 있는 판에 굳이 들어와 사장이 될 사람은 없어요." 라고.(웃음)

  카와카미 : 실은 저도 어떤 수를 써서든 경영자라는 중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도완고에서 몇 번 쿠데타를 시도하였죠. 제가 갖고 있는 대표권을 내려놓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를 했습니다만 전패全敗. 우선 회사 내에서 맹렬히 반대했고, 간신히 그들을 설득시키고 나면 다음엔 거래처에서 반대했죠. 저로선 "나 같은 자가 대표로서 책임을 지는 건 분에 넘친다." 는 느낌으로 겸허히, 대단히 정제된 표현을 써 가면서 설명에 임했습니다만, 모두가 진심으로 화를 내더군요.

  스즈키 : 이해가 갑니다. 실은 저도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있거든요.

【 디즈니 재팬 】회장이었던 호시노 야스지星野康二 씨를 2008년에 지브리 사장으로 초빙하게 되었는데 이 때 무심결에 "지금까지는 저 혼자서 대표권을 갖고 있었으므로, 호시노 씨 개인이 대표직을 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 이야기했더니, 지금까지의 교류과정에서 보면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호시노 씨께서 화를 내셨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호시노 씨와 저, 이렇게 두 사람이서 대표권을 갖게 되었죠.

  그것이야말로 기실 회사라는 집단의 본질과 같은 부분이지요. '누가 마지막으로 책임을 지느냐.' 여기에서 안이하게 도망치는 자세는 용납되지 않아요.

  사장에 따라서는 스스로 자신의 퇴임규정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요. 토호東宝의 전임 사장이셨던 타카이 히데유키高井英幸 씨 이전에는 토호 임원의 정년이 규정되지 않았으므로, 그는 사장이 되자마자 자신의 정년을 정하자고 제안하셨지요. 그리고 70세가 되자 자신이 결정해놓은 내규에 따라 퇴임하셨죠.

  카와카미 : 저도 작년 6월에 KADOKAWA의 대표이사 겸 사장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열린 이사회에서 사장이 결재하도록 되어 있는 27개 항목에 달하는 권한을 전부 위양委讓하였습니다. 저의 업무는 '책임을 지는 일' 로 한정하고, 담당자들에게 실무를 맡긴 것이죠.

  그럼,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제 생각엔 '무익한 전투를 피하라.' 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우수한 인물이라도 언제나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경쟁상대가 출현하면 그 사업에서는 가능한 한 철수하고 싶다." 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 경쟁상대에게 서비스 구축과 운영을 맡기고, 저희는 그 이용자가 되는 쪽이 편하지요. 이상理想을 말하자면, 경쟁 없는 세계에서 꿀을 빨며 압승을 거두고 싶어요.(웃음)【 니코니코 동화 】는 '도완고가 아니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서비스' 입니다. 그렇기에 경쟁하는 일 없이 즐겁게 계속하고 있지요.

  스즈키 : 그러나 일본의 일반적인 회사는 오히려 정반대로, 이익을 낳기 위해서는 경쟁할 수밖에 없다, 고 믿어 의심치 않지요. 모두가 달려드는 곳에 반드시 이익이 존재한다, 는 식으로.

  카와카미 : 그건 입시전쟁이 낳은 가치관이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엘리트들 대부분은 입시경쟁이라는 고난이도의 경쟁에서 승리한 후, 다시 또 높은 경쟁률을 헤치고서 유명기업에 입사하였고, 거기서 다시 사내경쟁을 거쳐 간부가 되었죠. 그렇기에 경쟁이야말로 성공하는 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스즈키 : 그래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에 전투물이 많은 걸까요. 이전부터 제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게 히어로물이 됐든 로봇물이 됐든 어찌됐든 경쟁, 전투가 메인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죠. 일본인은 경쟁을 좋아하는 거 같네요.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점을 한 가지 더 꼽자면, '회사를 크게 만들지 않는 것' 입니다. 회사라는 걸 차려 운영하면서 도중에 알아차린 건,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경비 지출이 늘어간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가면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러한 경비 증가를 메꾸기 위해서라도 업무량을 늘리지 않을 수가 없었죠. 허나 그렇게 하자 경비는 더더욱 팽창해갈 뿐이었습니다. 지브리를 예로 들자면 최초에는 한 번에 한 작품씩 만들고 있던 걸 "동시에 두 작품을 만들어라." 고 지시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어떻게 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업무량을 확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문제를 놓고 미야 씨와 몇 번이나 토의하곤 했지요.

  카와카미 : 회사에는 관성력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시작하게 되면 갈수록 반동이 튀어오르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도완고에서 운영하는【 니코니코 동화 】서비스를 훗날 정산해본 바에 따르면, 최초 몇 년동안 100억 엔을 투자했더군요. 100억 엔이 들어간다는 사업이란 걸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면 절대로 벌이지 않았을 겁니다. 사업을 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유저들의 인기를 모아가던 순간에도 비용은 말없이 늘어가고 있던 겁니다. 그런 식으로, 경영자인 저의 의사를 초월하는 힘이 회사라는 곳에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즈키 : 회사는 생물이지요.

  카와카미 : 그렇습니다. 제가 100억 엔을 쓴 게 아니라, 회사라는 생물이 사용한 겁니다.(웃음)

  어쨌든, (규모를) 확대해나가지 않고 유리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회사의 목적을 둔다면 지브리의 전략은 이치에 맞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스즈키 :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저는 샐러리맨 시기부터 '어떻게 하면 오래 가는 구도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시 토쿠마쇼텐에선 여러 종류의 잡지를 만들고 있었는데 지켜보면 3년을 버티는 편집장이 없더군요. 그것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였는데 그들 모두가 성실하게 필사적으로 판매부수를 늘렸단 말이죠. 그러나 그렇게 되자 편집부가 받는 부하도 늘어났지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일반관리비(간접부문의 인건비 / 시설비 등)의 부담도 증가하였고, 부수 신장을 기대할 수 있는 메이저한 기획밖에 할 수 없게 됩니다. 업무의 자유도가 떨어지는 것이죠.

  당시(우주전함) 야마토》,(은하철도) 999》,(기동전사) 건담》이 크게 유행하는 가운데《아니메쥬》는 최대판매부수 (월) 45만 부까지 도달하였습니다만, 정말로 하고 싶었던 기획이지만 아직 지명도가 낮았던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 32페이지를 할애하여 대특집 기사를 게재하였더니 멋들어지게 판매부수가 반토막나는 겁니다. 당시에 동료들과 "어느 정도 부수를 기록했을 때의 지면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하는 문제로 이야기해본 결과, 20만 부 정도가 아닐까 하는 결론에 다다른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언저리까지 줄어들어버린 거에요. 사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만 이윽고 18만 ~ 23만 부 / 반품률 1할 언저리 수치로 자리를 잡자 잡지로서의 수명도 오래갈 수 있게 되었지요.

  지브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기에 "1년에 두 작품씩 만들면 더욱 더 돈을 벌 수 있어." 같은 외부의 달콤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3년에 두 작품씩 만드는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죠.

  카와카미 : 결국, 현재의 자본주의 속에서 중시되는 두 가지 평가축엔 모순이 존재하는 겁니다. 첫 번째는 '이익률' 이고, 다른 하나는 '전년대비'. 결국 많이 벌어들이면 벌어들일수록 다음 해가 고달파지므로, 의도치 않게 확장노선에 편승해야만 하는 거죠.

  스즈키 : 그렇게 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무리가 오게 되죠.   

 
  '유의미한 낭비' 를 하라

  카와카미 : 그러므로 이익이 많이 날 때에는 회사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대신 오히려 '낭비' 해 버리는 식으로, 순발적인 이벤트 / 특별기획에 돈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략적인 낭비' 는 결코 마이너스가 되지 않아요. 단 '낭비' 에도 적절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으며, '어떤 유의미한 낭비에 어느 정도로 돈을 쓸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경영자인 저입니다.

  덧붙이자면, 그런 무의미한 부분을 만들어놓으면 경영상황이 빠듯해질 때 이를 쳐내기도 쉽습니다.

  스즈키 : 말씀대로입니다. 순풍을 탈 땐 집단을 조금씩 비합리적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하면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요.(웃음) 《아니메쥬》편집부 같은 경우도 알바생을 포함하여 6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낮밤 가리지 않고 시끌벅적하게 지내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연애사건이 터지는 등, 온갖 다양한 사건이 매일 일어났죠. 그런 면이 재미있었어요.

  카와카미 : 그 점은 스즈키 씨의 경영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모습을 즐기는 면이 있으시니.

  스즈키 : 회사를 확장하거나 돈을 더 벌어들이자는 이야기보단 그런 쪽이 더 즐겁죠. 그러니 자주 회의를 열어서는 거래처 담당자의 이혼문제 / 자식들의 진로문제 / 남녀간의 사이를 어떻게 중개할 것인가 같은 것들까지 논의합니다. 카와카미 씨에게 아내분을 소개시켜드린 것도 저 아닙니까?(웃음) 그러고 보면 본래 일본의 회사란 건 그런 곳이었을 겁니다.

  카와카미 : 보살핌을 받은 측에서 말씀드리는 거지만(웃음) 그 때 스즈키 씨는 저희들이 최적의 조합인지에 대해선 일절 생각하지 않으시고, 단순히 즉흥적으로 붙여주신 것 같았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차치하고 말이죠.

  스즈키 : 상성같은 것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짝지어주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어.(웃음) 저는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결과적인 문제까지는 책임을 지지 않겠지만, 그런 기회를 최대화시켜주는 건 가능할 테니까.

  카와카미 : 그건 스즈키 씨의 인재관과도 통하는 부분이겠군요. 근본적으로 누구나 좋게 생각하시고, 일단 멤버들을 모아놓은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관찰하고 계시니까요.

  스즈키 : 사람들이 모이면 무언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야말로 회사라는 조직의 최대 메리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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