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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세상》교육의 의미 (5) 인사밸



  본 글은 1975년 3월, 일본출판사 츄오코론샤中央公論社에서 신서본新書本으로 간행한 故 쿄고쿠 쥰이치 교수님과 영화평론가 사토 타다오 님{이 분의 책 중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는《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한국영화와 임권택》(절판),《일본영화 이야기》(절판)등이 있습니다.} 의 대담집인《학교와 세상 - 진학문명을 뛰어넘는 것(中公新書 388) 제 1장 <교육의 의미> 에 수록된【 획일화와 자발성이란 모순 】부분(p. 17 ~ 19)을 번역한 것입니다. 일단은 몇 년 전에 미리 번역해 놓았던 (그리고 헌책이었기 때문인지 책심도 박살난....) 1장만 포스트로 올릴 예정입니다.


  쿄고쿠 쥰이치(京極純一, 1924 ~ 2016)

  1924년(타이쇼 13년) 쿄토 출생. 1947년에 토쿄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 현재(1975년) 토쿄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과정론 전공.

  사토 타다오(佐藤忠男, 1930~)

  1930년(쇼와 5년) 니가타 시 출생. 1957~1962년 사이에《영화평론》,《사상의 과학》등의 편집에 종사한 후, 프리랜서로서 영화 / 교육 / 대중문화 분야 평론을 해 왔다. 1973년부터 개인잡지인《영화사 연구》를 간행중.


  획일화와 자발성이란 모순

  쿄고쿠 : 학교교육은 문화를 재생산해내는 한 가지 방도입니다. 그리고 학교교육의 특징은 획일화에 있죠. 예를 들어 소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あ" 라는 히라가나를 가르칠 때는 일정한 획순을 따라 그럴듯한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대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도 "이 타입의 미분방정식은 이렇게 풀어라." 고 가르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교육은 언제나 획일화 지향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한 가지 패러독스가 존재하는데, 배우는 쪽이 자발성, 즉 '하려는 의지' 가 없다면 히라가나 한 글자도 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즉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획일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발성과 획일화는 양립하기 힘든 요소입니다.

  본래는 걸을 때 왼발과 오른발을 같이 내딛으면 넘어진다는 식으로 그런 것을 철저히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획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는 너 스스로 걸어." 하고 손을 떼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면도 지니고 있지요. 즉 최종적으로는 백화요란百花燎亂, 즉 개성적 다양성을 이상으로 삼아 지향하면서도, 정작 입으로는 받아쓰기와 주판알 튕기는 것까지 획일화하여 가르쳐야만 합니다. 간단히 양립할 수가 없는 겁니다.

  학교교육의 기본에는 우선 획일화가 존재하며, 학교도 관청 중 하나인만큼 갈수록 획일화는 강화되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그 곳에서 배출되는 인간에겐 개성적이고, 백화요란이 만발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양자 간의 모순에 치인다는 거죠.

  자발성이 중요해지면 중요해질수록 획일화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가장 극단적인 분야가 예술 계열입니다. 악보를 보여주면서 "이 음은 이 건반에 대응하는 거야." 라는 걸 가르치는 건 획일적일 수 있지만, 피아노를 치는 방법을 획일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필순 같은 걸 획일화시켜봤자 글씨는 개성적으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예술과 연구 뿐만 아니라 어른의 활동 자체도 본래, 개성적이고 자발적이라 할 수 있겠죠. 그 지점에서는 획일화를 중심으로 삼은 학교교육의 (로켓에서 말하는) '추진력' 도 종언을 고합니다. 어른을 학교에 들여보내어 획일화시켜 가르치는 건 대단히 힘든 일로, 소위 '직업교육의 무대' 에서만 그것이 가능해집니다. 밥그릇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걸 익히지 못하면 총탄에 맞아 죽음을 당할 것이다.' 는 식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솟아 오르는 당사자의 열렬함이 없다면. 획일적으로 교육을 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연령대와 무엇을 주입시키려고 하느냐는 조건 등에 의해, 학교교육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나이대까진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정도의 애매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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