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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세상》교육의 의미 (4) 인사밸



  본 글은 1975년 3월, 일본출판사 츄오코론샤中央公論社에서 신서본新書本으로 간행한 故 쿄고쿠 쥰이치 교수님과 영화평론가 사토 타다오 님{이 분의 책 중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는《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한국영화와 임권택》(절판),《일본영화 이야기》(절판)등이 있습니다.} 의 대담집인《학교와 세상 - 진학문명을 뛰어넘는 것(中公新書 388) 제 1장 <교육의 의미> 에 수록된【 시스템적 재생산과 교육 】부분 후반부(p. 14 ~ 17)를 번역한 것입니다. 일단은 몇 년 전에 미리 번역해 놓았던 (그리고 헌책이었기 때문인지 책심도 박살난....) 1장만 포스트로 올릴 예정입니다.


  쿄고쿠 쥰이치(京極純一, 1924 ~ 2016)

  1924년(타이쇼 13년) 쿄토 출생. 1947년에 토쿄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 현재(1975년) 토쿄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과정론 전공.

  사토 타다오(佐藤忠男, 1930~)

  1930년(쇼와 5년) 니가타 시 출생. 1957~1962년 사이에《영화평론》,《사상의 과학》등의 편집에 종사한 후, 프리랜서로서 영화 / 교육 / 대중문화 분야 평론을 해 왔다. 1973년부터 개인잡지인《영화사 연구》를 간행중.


  쿄고쿠 : 미국도 마찬가지로 언어를 중시합니다. "지구상의 인류들은 미국으로 이민가서 훌륭한 미국 시민이 되고 싶어한다." 는 것이 미국적 체제의 원리입니다. 현재(역주 : 1975년) 이민자들 가운데는 1세대 (이민자) 와 2세대 (이민자) 가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훌륭한 미국인으로 만들기 위해선 언어교육이 필수입니다. 그렇기에 초등학교에 발음을 가르치는 선생이 존재하며, 아이들의 발음을 공들여 교정하지요.

  미국이 중시하는 또 다른 하나는 사회과목에 속할 미국 헌법과 역사입니다. 인디언들의 입장에선 백이면 백 찬동할 수가 없는 역사이긴 합니다만, 그런 역사를 가르칩니다. 이것들은 정치적 시스템을 재생산하는데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메이지 시대 이후의 일본의 도덕 교과서에선 천황제에 관해 교육하는 한편, 근대사회 / 산업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규칙을 가르쳤습니다. 예를 들어 '그날 번 돈은 그날에 써라' 고 한다면 공업사회가 성장하기 힘들어집니다. 확대재생산이 필요하기에 근검과 저축이 미덕으로 여겨졌고, 계약사회로 접어들었기에 '약속을 철저히 지켜라' 고 가르치는 등, 식산흥업殖産興業을 따라 공업사회로 이행해가는 데 필요한 규칙을 취사선택하여 가르쳤던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 어린이 시절에 배운 대로 행동할지의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단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 는 가치척도를 심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 가르침으로부터 빗나갔을 때, '내 탓이다.' 고 자책감을 느끼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기능하는 한, 정치 시스템은 안정되게 돌아갈 수 있게 되죠.

  정치 시스템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여 돈과 인력을 우선 투입하느냐, 여기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요. 그리고 정치 속에서 돈과 사람을 투입하려면 우선 관청을 만들어서 대량의 공무원들을 고용한 후, 그렇게 고용한 공무원들로 하여금 현장 학교의 교사를 채용하여 교육을 시키게 합니다.

  어떤 나라가 '체육이 나라를 일으키는 기초' 라고 생각한다면 체육대학을 만들겠죠. 나치스 독일이 그러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요즘 체육대학이 있습니다만, 정치 측에서는 체육대학에 경도되기보다는 영어와 수학을 훨씬 중시하지요. 진학경쟁 문제가 존재하니까요. 어느 과목은 보다 중요하고, 어느 과목은 보다 덜 중요하다는 식의 대우를 합니다. 제가 소학교 6학년이었을 때, 여자애들에게는 재봉(裁縫, 바느질) 과목이 있었고 그녀들은 재봉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남자아이들은 그 시간에 체육体操인가 뭔가를 하고 있었죠. 여자아이들에게 재봉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는 건, 어떠한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정치에 의한 의도적인 선택이 상당히 강해져, 다른 곳에도 관청이 만들어지고 그쪽에도 돈과 인력이 투입되다보면 결국 문화요소를 다루는 방식이 경직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변화해감에 따라, 관청의 경직된 업무방식, 사회의 감각, 실정은 어긋나게 되죠. 그렇기에 정치 시스템 측이 지금까지의 방식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의 방식을 수정하기를 거부한 후 공무원 쪽은 "사회가 잘못되었다" 고 말하고, 사회 쪽은 "공무원들이 잘못되었다." 고 서로를 지적하는 경우도 생긴다, 는 게 아닐까요.

  사토 : 나라가 국력을 들여서 어떤 것을 제도적으로 지시하게 되면 경직되기 마련이다, 는 건 정말로 소련 영화에 들어맞는군요. 소비에트 영화들 가운데 재미있는 영화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경직되었고 비평들조차 경직되었기에 대체적인 작품 비평은 테마 비평에서부터 시작하여 시나리오 비평, 그리고 연출 비평, 마지막으로 연기자의 연기 비평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처음부터 끝까지 판에 박은 듯 했습니다.

  일본의 비평가들은 제각기 따로 놀면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만 하고 있죠. 연기자에 대한 흥미가 없는 비평가는 연기자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도 용인됩니다. 그리고 영화비평이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영화비평가가 될 수 있었지요. 교육은 분명 제도적이라는 일면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제도란 건 나라가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거기에 투자하는 모양새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거기에서의 우열에 따라 인간가치가 결정된다는 가치관이 체제적으로 고착화되니까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인간도 있고, 손해를 보는 인간도 있지요.

  뭐라고 할까요. 학교도 역시 재생산을 위한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제가 "학교는 필요없어!" 라며 계속 주장해왔던 건 재생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 온 것인지, 아니면 학교 이외의 장소에 있는 재생산 시스템을 평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온 것인지, 지금 와서는 그러한 점이 제가 생각해 온 문제의 포인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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