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관찰자

beholderer.egloos.com

포토로그



《문예춘추 Special》일본의 크리스트교 세력이 약한 이유 (上) 세계밸



  이 글은 일본의 거대출판사인 분게이슌쥬文芸春秋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삼아 3달에 1번씩 계절별로 출간하는 잡지인《文芸春秋 Special》의 2016년 겨울호 p.62 ~ 67,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 교수님께서 집필하신《크리스트 교가 일본에 널리 퍼지지 못한 이유를 번역한 글입니다. 집필된지 1년이 넘어가는 글이라는 점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

  1953년 토쿄 도에서 출생. 토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소 박사과정 수료. 현 일본여자대학 교수. 토쿄대학 첨단과학기술 연구센터 특임연구원 등의 지위를 역임. 주된 저서로는《전후 일본의 종교사》(筑摩選書) /《크리스트교 입문》(扶桑社新書)등이 있다.


  고작 전체 인구의 1% 이하. 세계 최대의 '비 일신교국가' 의 수수께끼

  이 세계에는 크리스트교 신도가 23억 명 / 이슬람교 신도가 16억 명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크리스트교 신도는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합쳐도 10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슬람교 쪽은 더욱 심하여 일본인 신자는 1만 명 정도, (일본 거주) 외국인들을 합하여도 10만 명을 조금 상회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주목받을 만한 현상으로, 세계의 국가들 가운데 이 정도로 일신교를 신앙하는 인간이 적은 국가는 달리 없다. 일본은 일신교가 침투하지 못한 최대의 국가인 것이다.

  이슬람교 쪽은, 지금까지 일본인이 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해외로부터 이슬람교 신도가 일본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반면 크리스트교의 경우, 16세기에 이미 전파된 바 있다. 그 후 금교령이 내려지긴 했으나, 메이지 시대에 들어 금교령이 해제되었고, 각국으로부터 선교사가 찾아와 크리스트교 계열의 속칭 '미션 스쿨' 도 전국에 많이 건립되었다.

  (태평양) 전쟁 이전 시기戰前에는 국가신토체제에 기반하여 크리스트교 포교에도 제한이 가해졌으나, 종전 이후戰後 새로운 헌법 아래 신앙의 자유가 확립되면서, 자유롭게 포교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분명히 크리스트교 신도의 비율은 늘어났다. 전쟁 이전 시기의 신자 수가 30만 명 정도였던 데 비해, 지금은 3배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종전 직후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점령시기를 경험한 것도 한 몫하여, 한때에는 크리스트교가 붐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 크리스트교의 교세는 번성하지 못했고, 사회적으로도 주목받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크리스트교 계열 지식인ㆍ문학가가 사라져버린 지금의 상황이 이를 상징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크리스트교 신앙을 가진 작가로서 유명한 사람이 소노 아야코曾野綾子 씨 정도밖에 남지 않았잖는가. 한때는 하나의 문학장르를 형성하고 있던 크리스트교 문학은 거의 소멸해가고 있다. 무교회파 크리스트교 신도가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도 사라졌다. 크리스트교는 일본에서 신자를 늘려 나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적인 세계에서의 영향력조차 상실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복음파의 '장벽壁' 이 되었던 건

  어째서 이렇게까지나 크리스트교가 일본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가. 일본의 크리스트교 역사를 생각하는 데 있어 이는 가장 중요한 의문이자 과제이다.

  이는 크리스트교 문학이 아직 주목을 받고 있던 시기, 카톨릭을 신앙하고 있던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씨가 그 대표작인《침묵沈默》등에서 제기한 문제이기도 했다. 엔도 씨는《침묵》에 등장하는 배교한 포르투갈 신부를 통해 "이 나라는 모든 것을 부패시켜버리는 바닥 없는 늪지다." 고 명언하였다.

  이 대사가 의미하는 것을 곱씹어보는 것도 중요하나 시대를 좁혀서 종전 이후로 한정해 보자면, 신자를 늘릴 만한 절호의 환경이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트교의 교세가 확대되지 못한 건, 창가학회創価学会의 존재 때문이다.

  현재의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데,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에서는 프로테스탄트 계열 복음파福音派가 신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크리스트교 신도가 전체 인구의 30%를 점하게 된 한국도 그렇고, 중국에서도 최근에는 크리스트교 신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 주력은 중국정부에게 공인받지 못한 지하교회(地下教会, 내지는 가정교회)로, 그들 다수가 복음파 계열이다.

  복음파는 질병치료라든가 현세구복의 실현을 전면에 내걸고서 선동적인 설교를 하는, 카리스마적인 목사를 중심으로 조직된 집단이다. 카톨릭의 아성이라고 할 만한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에서도 복음파로 개종하는 자가 폭발적인 기세로 증가하여, 바티칸은 이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종전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경험하였다. 이런 시대에 크리스트교 복음파가 세력을 확대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종전 이후 세력을 확대한 건 창가학회 / 입정교성회立正佼成会 / 영우회霊友会 같은 니치렌종 계열日蓮系의 신흥종교들이었다. 특히 창가학회는 경이적으로 교세를 신장, 현재에 이르러서는 전체 국민의 3% 정도를 회원으로 삼고 있다. 창가학회 하나만 해도 (전체) 크리스트교의 4배에 달하는 신자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종전 이후의 창가학회를 지도한 건 제 2대 회장이었던 토다 죠세이戸田城聖였다. 토다는 '현세구복의 실현' 을 중심으로 내걸고 특유의 서민적인 화법으로 수많은 회원들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창가학회는 경제성장이 계속되던 국가들에서 복음파가 성취하였던 것과 거의 동일한 성과를 이뤄냈다. 거기에다 정계까지 진출하여,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던 서민들로 하여금 선거활동을 통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이렇게 되면 복음파가 일본으로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사라진다. 이전에, 일본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복음파의 한국인 목사가 포교를 도중에 포기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창가학회를 위시한 니치렌 계열 신흥종교는, 크리스트교가 일본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덧글

  • 레이오트 2017/05/28 11:34 # 답글

    반면 한국은 넬라 판타지아 버프 없이 성경(과 해설서)만 가지고 그 탄압 속에서 교세를 늘린, 인류문명사의 문화승리를 거두었죠.

    본론으로 넘어가서 일본은 다른 종교 전파하기에는 최악인게 해치워야 하는 신의 수가 무려 8백만이거든요.
  • 차가운 도시남자 2017/05/28 12:33 #

    문화승리? 그건 아닌거 같군요. 그따위 종교 들어왔다고 문화승리라. 문화정복이죠. 자신들 고유신앙 대신 완전히 기독교화 되었으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처럼.
  • 기독교는 2017/05/28 16:00 # 삭제

    해악입니다. 솔직히 별 도움 안되잖아요
  • 나인테일 2017/05/29 03:31 #

    한국 고유신앙이래봤자 아메리카 원주민과 무려 같은 뿌리의 샤머니즘이었지만 이미 이건 삼국시대에 주류에서 나가리된지 오래죠.

    그리고 농경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샤머니즘이 주류 종교에서 탈락한건 한국 만의 일도 아닙니다. 심지어 가장 이질적인 농경문명인 중남미에서도 샤머니즘은 전형적인 다신교에 의해 도태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구대륙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도 완벽히 똑같은 수렴진화가 발견되죠. 그러니 딱히 이 문제가 민족적 자존심이 어쩌니 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 나인테일 2017/05/29 03:21 # 답글

    800만 or 20억. 신들이 남두성권마냥 개떼 머릿수로 달려드는 동네에선 일자전승 삼단합체 야훼라도 별 수 없군요(...)

    근데 창가학회를 갖다 대도 뭣한것이 걔네도 3% 밖에 안 되는군요.
  • 3인칭관찰자 2017/05/29 19:53 #

    단지 이 글 쓰신 시마다 교수님이 학계에서 창가학회 신자수를 꽤 보수적으로 잡고 계신(전체 인구의 3% 전후, 250만~400만명) 학자분들 중 하나로, 실제 창가학회 신자수는 최소로 2백만 명설에서 최대론 2천만 명설까지 있을 정도로 명확하지가 않긴 합니다.(창가학회 자체에선 800만 가구를 신도로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하지만요)
  • 존다리안 2017/05/29 07:51 # 답글

    유럽과 유사하게 사회 전반의 세속화가 진행된 것도 영향을 줬을지도요.
    (유럽 기독교 비중이 많이 떨어졌다나...)
  • 3인칭관찰자 2017/05/29 19:42 #

    네. 경제발전과 세속화에 따라 유럽&북미처럼 탈종교 현상이 벌어지는 게 일본에도 영향을 주고 있겠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블랙)

1267
425
335812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