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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 Special》중국은 왜 부패와 손을 끊지 못하는가 (上) 뉴밸



  이 글은 일본의 거대출판사인 분게이슌쥬文芸春秋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삼아 3달에 1번씩 계절별로 출간하는 잡지인《文芸春秋 Special》의 2016년 여름호 p. 160~167, 오카모토 타카시岡本隆司 교토부립대학 교수님께서 집필하신《옹정제雍正帝도 고심하였던 부패의 중국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집필된지 6개월이 넘은 글이라는 점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카모토 타카시>

  1965년생. 쿄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학과 박사과정 만기퇴학. 미야자키 대학宮崎大学 조교수를 거쳐 쿄토 부립대학京都府立大学 교수가 됨. 저서로는《중일관계사》(PHP신서),《근대 중국사》(치쿠마신서) 등이 있다.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발족한지 3년. 당초에는 정책, 역량 공히 미지수였던 그의 정권운영은 미국과의 대립 / 경제 성장세의 감속 등, 눈 앞에 놓인 적잖은 문제들을 끌어안고 있음에도 어쨌든 안정을 유지하는 중이다.

  지금 이 정권의 기둥으로 자리잡은 사업들 중 하나가 反 '부패腐敗' 캠페인이다. 눈에 띄는 사례만 하더라도, 얼마 전 저우융캉周永康을 위시한 당과 군부 대물들의 부정비리를 적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그 타겟이 대물에 한정되는 건 아니다. 조직 바깥에서는 알아내기 힘든, 엄청난 숫자의 작은 '부패' 에 대한 단속도 엄격했다. 하루에 5백 명 이상이 처분된 때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국과 다소나마 연관되어 있는 외국인이 그 나라 하면 바로 떠올리는 것이, 비싸고 독한 술로 "건배乾杯" 를 외치는 성대한 접대연회였다. 그러나 反 '부패' 캠페인이 가져온 충격에다 사치금지령까지 내려지면서 제대로 된 접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사자들의 불만을 필자도 여러 번 직접 귀로 들은 바가 있다.

  '부패' 란 침을 뱉어 마땅한 네거티브한 현상이자 폐해이므로, 反 '부패' 라고 하면 반대로 포지티브한 정책, 선정善政이 된다. 특히 '부패' 가 가져오는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더욱 그러할 것임이 틀림없다. 시진핑 정권은 아마 그러한 점에서 민중들의 지지를 얻어온 것이리라.

  다수가 이해하고 있는 건 이런 정도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관찰만으로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패' 내지는 이에 대항하고 있는 시진핑 정권에 올바른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까.

  '부패' 와 같은 알기 어려운 일은 조직 바깥의 사람이 쉽사리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완전하게 이해하는 건 원래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인들의 관측은 충분하다고 할 수가 없다. 중국의 실상은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부패' 라는 것과는 상당히 상이한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변별하지 못하고 헛도는 관찰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부패' 는 비리汚職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부패' 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너무나 뻔하고 우스운 질문이라 비웃지는 마시라. 원래의 의미는 '물건이 썩는다.' 는 것이므로 윤리적으로도 그 행위 자체로도 "썩었다" "열악하다" 는 의미와 직결된다, 고 생각하는 것은 현대 일본인들이 느끼는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

  '부패' 는 한자어로 원래 중국에서 건너온 단어이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대부터 존재한 단어로, 기원전에 집필된 문헌인 사마천司馬遷의《사기史記》에서도 등장한다. 그러나 "물건이 썩어서 먹을 수가 없다." 는 의미가 존재할지언정, "도덕이 타락하여 비리를 저지른다." 는 의미는 아니었고, 그 이후도 일관되게 그러하였다.

  '부패' - 물건이 썩는다는 건, 미생물이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작용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인간이 그 물질에 대해 "이제 먹을 수가 없다." "써먹을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다" 는 대단히 네거티브한 평가를 내릴 때 쓴다는 함의가 존재한다.

  미생물이 일으킨 비슷한 현상이라도, 먹을 수가 있고 영양가가 있고 써먹을 수 있는 경우에는 '양조醸造' 라든가 '발효発酵' 라는 별개의 한자어를 사용하여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부패' 쪽은 그와 반대로 비난 / 적의가 담긴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비리 / 공금횡령 등의 부정한 이득행위를 '부패' 라는 단어로 비유하려 한다면, 우선 그러한 행위를 혐오하는 개인적인 심정, 이를 엄격히 단죄하는 사회적인 통념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거 중국에서 그러한 심정ㆍ통념이 있었는지 여부가 포인트이다.


  작은 정부가 착복을 낳았다

  오랜 중국사에선 부정ㆍ비리가 횡행하여 밥 먹듯이 행해지던 시대도 존재하고, 그다지 찾아볼 수 없던 시대도 존재한다. 그러나 너무 지금 시대와 떨어져있어도 우리들이 참고하기는 힘들다. 이 글에서는 현대에 제법 가까운 18세기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이 때도 비리가 횡행하던 청나라清朝 시대였다.

  역사상 중국은 일관되게 '작은 정부(칩 거버넌트)' 였다. 즉 재정을 소규모화하여 가능한 한 세금을 거두려고 하지 않는 것을 선정善政이라 생각하는 이념이 강했다. 자연히 지출도 적었기에 공무원들에게 주는 봉급도 억제되어 버렸다.

  사실 역대 중국의 정부관료가 받는 봉급은 참새 눈물만큼 적었다. 예를 들어 18세기 초의 경우, 일본 영토 전체와 비슷한 허난 성河南省을 다스리는 고관에게 주어지는 소정의 연봉은 은 155냥. 지금 화폐로 환산하면 대략 2백만 엔(역주 : 우리나라로 환산하면 약 2천만 원 ~ 2천 2백만 원). 이래서는 혼자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하물며 수백 명에 달하는 일가와 부하들을 부양할 수가 있었으랴.

  그러나 고금을 막론하고 중국의 관리들은 유복하였다. 물론 참새 눈물만한 연봉으로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봉급 이외에 막대한 실수입이 들어왔던 것이다. 앞의 사례(허난 성)의 경우, 장관의 실수입은 무려 20만 냥. 연봉 155냥의 천 배를 초월하는 액수이다.

  이 돈은 법정세금과는 별도로 서민들로부터 거둬들인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납세시에 내는 은 조각을 규격에 맞는 은정銀錠으로 다시 제조하면 무게가 감소하니 그 분량까지 미리 할증하여 징수한다." 는 식의 명목을 붙였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법적으로 정한 세금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윗전에 바쳐야 하는 부담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거둬들인 재물을 사적으로 착복하는 것이므로, 현대 우리들의 감각으로 보자면 분명한 비리였고 '부패' 이다.

  그러나 당시 관리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므로, 오히려 당시의 체제에 내재된 구조적인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필요악이므로 그 절도節度은 존재했을 것임이 자명하며, 이 선을 크게 일탈하지 않는 이상 착복을 해도 추궁받는 경우는 희귀했다. 그러나 그 절도란 것은 결국 양심ㆍ선의ㆍ자제 및 그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법정세금 이상으로 할증하여 거뒤들이는 방법도 시대와 경우에 따라 제각각이었으며 그 명목도 액수도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다.

  당시 관리들이 읽던 매뉴얼을 들여다보면 '필요성이 있기에 착복을 해도 괜찮은 사례' / '착복을 그만두려 생각한다면 그만둘 수 있는 사례' / '단호히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는 사례' 를 예시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의 경우도 법정세금 이외로 거둬들였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어서, 세 사례를 구별하여 취사선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여기에 불공정 / 불공평이 나타나는 건 당연했다. 당시의 증언에 의하면 서민이 납부하는 세금 가운데 공금으로 들어가는 액수는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심할 때는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세금을 바치는 서민들로선 그때그때의 경우에 따라 가능한 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이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었다.

  관민官民 모두 옳고 그름의 차이도, 맑고 탁함을 가리는 선택의 문제도 아니며 손해득실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만큼, 이는 비리를 부정ㆍ죄악으로 보지 않는 감각으로 이어지면서 확고부동한 관습이 되었다. 그러한 풍토에서 비리가 만연한다고 해도 전혀 신기하지는 않은 것이다.

   

덧글

  • 나인테일 2017/02/12 02:32 # 답글

    근데 일본도 정권 바뀌고 정변 일어나고 할 때마다 튀어나오던 정책이 감세와 긴축이었고 이에 대한 코멘트조차 중국, 조선을 빼다 박았었는데 일본은 꼭 이런 식으로 내로남불을 시전하죠.
  • ㅇㅇ 2017/02/12 07:54 # 삭제

    일본인이 글 썼다지만 중국 얘기 하는데 일본을 꼭 언급해야 됨?
  • 산마로 2017/02/12 09:53 # 삭제

    일본을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게 현 중국의 비리의 연원을 역사적인 데서 찾고 있으니까요. 그 역사가 중국에만 있었던 것이라면 그 가설은 기각하기 이르지만, 다른 나라에도 있었던 것이라면 가설은 당장 기각되어야 합니다.
  • 3인칭관찰자 2017/02/12 16:46 #

    나인테일 // '작은 정부' 라고 글에 언급되어 있기에 감세와 긴축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감세와 긴축보단 오히려 밑의 산마로님이 말씀하신 대로 세금을 적게 걷는 정부를 의미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 레이오트 2017/02/12 10:32 # 답글

    중국의 부패 문제가 지나치게 큰 정부와 가혹한 조세 수탈 때문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니 ㅇ_ㅇ;;;;;;
  • 산마로 2017/02/12 14:42 # 삭제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의미를 잘 구별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작은 정부란 권력이 작은 정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적게 거두는 정부를 뜻할 뿐이죠.
  • 3인칭관찰자 2017/02/12 16:50 #

    레이오트 // 이 글에서 말하는 작은 정부=세금을 적게 걷는 정부라는 산마로님 말씀이 옳은 듯 싶습니다.
  • 레이오트 2017/02/12 17:12 #

    천자라는 칭호로 대표되는 절대권력이 주는 이미지가 이래저래 사고를 치는군요.
  • 2017/02/12 11: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2/12 17: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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