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세기 일본의 유명 한국사 연구 사학자이자 대표적인 친한파 학자이셨던, 그리고 요즘 국사책에 나오는 '통일신라 민정문서' 를 선구적으로 연구하신 걸로도 우리 나라에 이름을 알린 바 있는 故 하타다 타카시 교수님(1908~1994)의 1969년작 저서를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이원호李元浩 교수님(2016년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께서 번역하시어 1981년에 출판사【탐구당探求堂】에서《일본인의 한국관》(탐구신서 226)이란 이름으로 출간한 책의 일부 내용(p.80 ~ 96)을 발췌한 글로 총 4번에 걸쳐 올리려고 합니다.
원문의 글을 그대로 옮겼기에 지금 시대의 한국어 문법과는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제법 있을 수 있습니다. 혹 이 포스트가 저작권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는 댓글 남겨주시면 비공개글로 돌리거나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하타다 타카시旗田巍 著, 이원호 譯, 탐구당 출간(탐구신서 226)
《일본인의 한국관 - 정한론에서 대한사시까지의 배경》중 2장 <일본인의 한국인관>(p.80 ~ 96)
2.
1965년 도오꾜(東京)의 사회과목 담당 교사가 한 소학교에서「어린이는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고 하는 의식조사를 행하고, 3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아동 200명에게 한국 혹은 한국인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써보게 했다. 이 때 아동이 쓴 감상문은 일본인의 한국인의식, 그 형성을 생각해 보는 데 있어서 좋은 참고가 된다.
아래에 실은 작문은, 그 의식조사에 참가하여, 그 결과를 보고한 산본전인(山本典人, 블로거 주 : 야마모토 노리히토)의「어린이는 조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歷史地理敎育 122호)에 수록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학년의 아동은 한국인에 관해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자신의 직접적 경험 속에서 한국인상을 마련하고 있다. 3학년의 감상문의 대표적 사례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한국은 근사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깨끗한 양복을 입고 춤을 추거나, 서어커스를 하거나 합니다.」
「한국의 양복은 재미있고 우습다. 하지만 스커트같은 양복이다.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고 있을까. 일본같은 놀이를 하고 있을까. 일본처럼 줄넘기를 한다면, 곧장 지쳐버리겠지. 그렇지만 옷이 기니까. 그래도 추켜 올려서 뛰는지」
「한국인은 깨끗합니다. 양복이 반짝반짝합니다. 거기다 미인입니다. 귀에 긴 이어링을 달고 있읍니다.」
순진한 어린이는 직접 본 한국인의 인상을 통하여 한국인 혹은 한국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다. 좁은 범위의 경험에 불과하지만 거짓없이 관찰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3학년의 감상문 가운데는 아래와 같은 이질적인 것도 있었다.
「얼마 전에, 저녁 밥상에서 내가 이상한 몸가짐을 하고 있으니, 할머니는『그것은 조선의 앉음새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할머니가 여러 가지 들려 주셨읍니다.『조선인은 코구멍을 후벼서, 기둥이나 밥상이나 양복 따위에 붙여 둔단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조선인은 몸가짐이 나쁘군요』하였더니『너도 그렇지 않니』라고 하셨읍니다. 그리고 할머니는『조선이나 중국에 가면, 라면이나 메밀국수만 먹어야 한다』고 하셨읍니다. 나는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읍니다.」
「조선인은 텔레비젼으로 보고 있으면, 젓가락을 쓰지 않고 손으로 먹고 있읍니다. 그것도 좋지만 손도 씻지 않고 먹고 있읍니다. 나는 지저분하다고 생각했읍니다.」
여기서는 가정에서 노인이나 텔레비젼에 의해서, 어린이의 마음에 그릇된 한국인상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한국인의 앉음새가 일본인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생활 양식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서「몸가짐」과는 관계가 없다. 이「할머니」는 그것을 행실로 간주하며, 한국인의 앉음새를 행실이 나쁜 것으로 생각하여 한국인의 행실이 나쁜 것을 끄집어 내어서 손자를 나무라고 있다. 그것을 듣는 마음 속에, 한국인은 행실이 나쁘다고 하는 관념이 심어진다. 한국인의 음식에 관한 조모의 말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그러한 무책임한 말은 어린 손자에게 한국인에 대한 경멸과 일본인으로서의 우월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코후비기」의 이야기는 씨가 먹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은 한국인은 불결하기 짝이 없다는 관념을 심어주고 있다.
텔레비젼을 보았다는 것도 마찬가지로「더럽다」라는 관념을 심고 있다. 마치 한국인은 불결하다는 생각은 고학년생의 감상문 가운데는 몇 번이고 나타난다.「더럽다」라고 하는 모멸감은 일본사회에 뿌리깊이 퍼져 있으나, 그것이 가정이나 텔레비젼을 통하여 어린이의 마음에 심어지고 있다. 한국인을「깨끗한」것으로 본 아동의 인상과는 전혀 이질적인 것이 심어지고 있다.
4학년이 되면, 3학년에 비하여 지식과 감정이 성장한다.
「일본과 한국은 형제와 같은 나라이므로, 사이 좋게 지내면 좋다」고 하는 생각이 있으며, 또한「조선은 현재 대한민국과 조선 XXXX국(블로거 주 : 검열에 의해 '인민공화' 4자 삭제)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떻게 해서 둘이 합쳐지지 않는지 이상하다. 빨리 합쳐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것처럼, 한국의 남북분열에 관한 인식, 분단에의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적 성장과 더불어 다른 쪽에서는 한국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길러지고 있다.
「텔레비젼에서 보면, 조선은 일본보다 훨씬 뒤떨어진 나라로 생각된다.」
「조선 사람들은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만약 내가 조선인이었다면, 싫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형으로부터 조선의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그 때문에 조선은 썩 좋은 나라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싫었을 것」이라는 감정이 싹트고 있다. 그것은 텔레비젼이나 형의 이야기 그밖의 것을 통해서 심어지고 있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는 채, 어느틈에「싫은 것」이라는 혐오감이 자라고 있다.
5학년이 되면, 한국에의 혐오감이 일층 뚜렷이 나타난다. 보다 더 한국인에의 호감을 갖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한국인은 아름답고, 깨끗한 노래를 잘 합니다.」
「한국은 체육이 왕성한 나라로, 사람들은 체육을 아주 즐기는 것 같읍니다.」고 하는 밝은 싯점으로 한국ㆍ한국인을 보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은 극소수로, 그 반대로 혐오를 나타내는 것이 불어나고 있다.
「조선인과 중국인은 불결하다.」
「조선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로, 집도 짚으로 만들어졌다. 냇물에서 빨래하기도 한다.」
「조선은 산 벌레를 먹는다고 들은 바 있다. 무언가 원시적이고 야릇한 기분이다.」
「조선인은 이웃집의 수도물을 쓰는 모양이다. 그것은 사용료가 비싸기 때문인 모양이다.」
여기에는 듣기 거북할 정도의 모욕적인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고학년이 되면 지식이 불어나고 판단력이 길러지는 것인데 도리어 두려워할 편견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년생이 되면, 일본과 한국의 현상에 관해서 감상문이 불어난다.
「미국이 조선에 침입치 않고, 두 나라를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 그 국민에 알맞는 좋은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 번역자 주 : 그 동안 재일 조련계열의 선전공세, 일본 매스콤의 편중보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른바 전위적이라고 자처하는 현장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가운데 좌경적ㆍ친공산주의적 노선을 공공연하게 지지하고 순진한 학생에게도 왜곡된 견해나 가치 의식을 심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겠다.〕(블로거 주 : 이 책의 한글판이 나온 건 전두환 대통령 집권 초기 시절. 번역자인 이원호 교수님께서 자기검열 목적으로 이 역자주를 다셨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그 외에도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에 관해서 아래와 같은 우려해야 할 생각들을 나타내고 있다.
「옛날 조선은 일본의 영토였으나 전쟁에 일본이 졌기 때문에 뺏기고 말았다. 전적으로 조선은 뻔뻔스럽다. 그리고 물고 늘어진다. 거기다 조선인은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점점 버틴다.」
「조선은 일본의 영토였는데 독립해서 일본은 좁게 되었다. 그러므로 일본의 아이들은 놀 장소가 좁다.」
이러한 것에 의하면, 아동들은 한국의 독립을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해방으로는 보지 않고, 일본의 영토가 한국인에게 빼앗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일본의 영토를 빼앗은「뻔뻔스러운」녀석이며, 그들이 일본에 거주한다는 것은 한층 부당하고「물고 늘어지는」것으로 비치고 있다. 한국인 특히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일본의 패전ㆍ한국의 독립에 결부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혐오ㆍ불신의 감정은 일본과 한국과의 분쟁에 의해서 일층 드높아진다.
「조선은 아무래도 좋아할 나라는 아니다. 리(승만) 라인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면 경비정이 와서 어선을 잡아 버린다. 전적으로 조선은 싫은 나라다.」
아동들은 이러한 분쟁을 전적으로 한국이 부당한 것으로 보고 이를 전체에의 혐오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혐오감ㆍ불신감 가운데는 일본의 한국지배를 바라는 사고가 싹트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현재 정치가 어지럽습니다. 때문에 일본에 무조건 따라 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막연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대하는 일본의 지배, 한국의 복종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국민학생의 작문에 의해서 일본 아동의 한국 혹은 한국인을 살펴 보았다. 그 가운데는 밝고 소박한 의식도 없지 않으나, 혐오ㆍ불신ㆍ모멸의 의식이 매우 강하다. 특히 고학년이 될수록 후자가 보다 더 분명히 부각된다. 한국인 이외의 외국인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이러한 의식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에 대해서 나타나는 특수한 의식이라고 보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유치한 아동의 생각이라고 해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동을 둘러싼 일본사회의 분위기와 그 반영이기 때문이다. 전후에 태어나서 자란 가장 새로운 세대의 의식에, 일본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 이미 20여년 이상이 흘렀고 그동안 일본사회는 다방면에 걸쳐 변화와 진보를 이루었는데도, 전술한 바와 같은 아동의 의식을 낳고 있다. 이것은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일 것이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