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미시마 유키오 자살사건이 터지기 1년 전인 1969년, 미시마가 전공투 학생들이 점령하고 있던 토쿄대학 야스다 강당으로 찾아가 그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던 내용을 담은 1부와,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2000년, 그 때의 전공투 학생들이 모여 그 날의 토론을 회고하는 2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 중 1부의 맨 첫머리 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노트에 기록하였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서 기록 차원에서 남깁니다. 지금 제가 이 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용된 글이 정확히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인지를 적지 못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정확히 옮겼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서 불편하네요. 저작권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는 댓글 남겨주시면 비공개글로 돌리거나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고사카 슈헤이, 미시마 유키오, 아쿠타 마사히코 등 著, 김항 譯, 새물결 출간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부분인용
(제 1부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 '토론' 中)
(제 1부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 '토론' 中)
"오늘 여기 오기 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너하고는 접점이 있을 거야.' 라고 그가 말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접점이 있냐 하면, 전학련(全學連, 전일본학생자치회총연합)이 사상을 통해서 육체로부터 폭력에 이르기까지를 논리적으로 연결시켜내는 것을 너도 인정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 말대로'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접점에 대해 너하고 뭔가 이야기할 건더기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나는 여기 온 것입니다."
"그리고 나하고 제군들의 정치사상은 정반대라고 합니다. 정말 정반대겠지만, 단지 나는 지금까지 일본 지식인들이 사상과 지식에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만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지긋지긋하게 싫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시죠. 그런 선생님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 정말 싫어서 참을 수 없었죠. 물론 나에게 지식이나 사상이 없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동경대라는 학교 전체에서 나는 항상 그런 냄새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전학련 제군들이 한 일들을 전부 긍정하지는 않지만, 다이쇼大正 교양주의로부터 유래하는 우쭐대는 지식인의 콧대를 꺾었다는 공적은 절대적으로 인정합니다.(박수소리)
나는 그런 반지성주의가 실제로는 지성의 극치에서 오는 것일까 또는, 가장 저급한 지성에서 오는 것일까. 이런 점을 아직 모르겠습니다.(웃음) 만약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역주 : 1914~1996. 토쿄대학 법대 교수. 20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학자) 선생님이 팔 걷고 나서서 반지성주의를 주창하면 세상이 납득하겠지만, 마루야마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지성주의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아마 나를 두들겨 패시겠죠.
그리고 반지성주의란 것은 도대체 인간 정신의 어떤 곳에서 비롯되고, 어떤 인간이 진정하게 반지성주의의 자격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의문을 가져왔습니다.
(스테판) 말라르메가「모든 책을 읽었노라. 아아 육체는 슬프다. 모든 책을 읽었노라.」라고 했을 때, 말라르메의 허리가 휘어 있었는지 곧았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지식인의 탄식이란, '모든 책을 읽었다' 는 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탄식하지 않는 지식인이 너무 많습니다. 모든 책을 읽지 않고 대충 10권, 100권의 책을 읽었다고 안심합니다.
여기에도 안심해버린 눈이 있습니다. 나는 일본인의 안심해버린 눈동자에서 뭔가 불안을 읽어내려 합니다. 테레즈 데케루는 여자지만 남자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군들과 나 사이에 어떤 공감이 있을까 하고 이야기하러 왔지만, 나는 결코 제군들의 지지자가 아닙니다. 제군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에 불타서 이리로 온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서로 상대를 이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오늘은 이야기로 한 판 붙어보고 싶습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이 정도로....
여긴 재떨이가 없나? 담배 피우면 안 되나 보죠?"
- 미시마 유키오 -
덧글
2.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했을 때 미시마 유키오는 우울증 따위는 매일 라디오 체조만 해도 낫는다는 식의 말을 하면서 격렬한 디스를 했는데 이에 후나사카 히로시는 그런 미시마 유키오에게 그런 놈이 방공호로 제일 먼저 도망쳤나면서 제대로 비웃어 주었지요.
3. 이런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해 준 바로 그 할복자살은 달리 말하자면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크롬색으로 빛나는 발할라로 갈려고 발악을 하는 눅스의 심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요. 차이가 있다면 눅스는 케이퍼블과의 교감을 통해 위대해지기를 그만두었을 진정으로 위대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그런 깨달음을 준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임모탄 조의 독재를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미시마 유키오는 위대해지려고 했지만 위대해지기는 커녕 형편없는 인간으로 남게되었지요.
2. 결국엔 미시마 자신도 자살을 선택했으니....
3. 매드 맥스 리부트판(분노의 도로)은 안 봤기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지식인 특유의 우월의식을 경계하는 모습 말이죠;(허나 본인도 국수주의에 심취해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로 변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