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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60808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中 독서



  아래 내용은 미시마 유키오 자살사건이 터지기 1년 전인 1969년, 미시마가 전공투 학생들이 점령하고 있던 토쿄대학 야스다 강당으로 찾아가 그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던 내용을 담은 1부와,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2000년, 그 때의 전공투 학생들이 모여 그 날의 토론을 회고하는 2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 중 1부의 맨 첫머리 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노트에 기록하였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서 기록 차원에서 남깁니다. 지금 제가 이 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용된 글이 정확히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인지를 적지 못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정확히 옮겼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서 불편하네요. 저작권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는 댓글 남겨주시면 비공개글로 돌리거나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고사카 슈헤이, 미시마 유키오, 아쿠타 마사히코 등 著, 김항 譯, 새물결 출간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부분인용

(제 1부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 '토론' 中)



  눈동자 속의 불안

  "반동이 반동적이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기에 여기 섰습니다.(웃음)
   저는 남자가 한번 문을 나서면 7명의 적을 만난다고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7명 정도가 아닐 것 같아 엄청난 기개를 갖고 왔습니다."


  "저는 모리악이 쓴『테레즈 데케루』라는 소설을 자주 떠올리곤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남편을 독살하려는 테레즈라는 여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왜 남편을 독살하려 했는가? 사랑하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미워해서? 그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테레즈는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편을 독살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편의 눈동자 속에서 불안을 보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이거야말로' 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군들도 여하튼 일본의 권력 구조, 체제의 눈 속에서 불안을 보고 싶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사실 저도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과는 다른 방향에서. 저는 안주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싫기 때문입니다." 


  "나는 최근에도 어떤 자민당 정치가로부터 폭력 반대 결의라는 것을 개최하니까 서명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웃음)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폭력에 반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서명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우든 좌든 폭력에 반대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폭력의 효과가 현재 아주 아이러니컬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단지 무원칙 또는 무전제로 폭력을 부정하는 사고방식은 의도하지 않게 공산당의 전략에 동참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경대 문제를 전반적으로 보면 어느 순간엔가 자민당과 공산당이 접점을 만드는 시점이 생겨서, 이래도 되나, 실로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저는 그 때 동경대 문제 자체를 보고 폭력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든가, 폭력은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쓴 것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습니다.

  내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자민당과 공산당이 '질서 유지' 운운하며 타협하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본 전국에 만연해 있습니다.

  "이데올로기 같은 건 어때도 좋잖아? 원칙이나 논리 같은 건 어때도 좋잖아? 어쨌든 질서가 중요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현상 유지가 필요해. 그걸 위해 경찰이 있는 거잖아? 경찰은 당면 질서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고, 당면 질서가 유지되기만 하면 자민당과 공산당이 손을 잡아도 상관없어." 같은 거 말입니다.

  지금 입구에 저를 지칭하는 '근대 고릴라' 그림이 있는데, 말 그대로 저는 원시적 인간이니까 원칙 없이 그 따위 일이 벌어지면 기분이 더럽습니다. 자민당은 더 반동적이면 좋겠고, 공산당은 더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는데, 양쪽 다 주저주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나를 가장 짜증나게 합니다.

  누구를 상대할지 결정하고 누구와 싸우기 위해 달려들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사람은 한 번 해치울 땐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 땐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하겠지만, 그 때가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이유는 제군들이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형 폐지론자는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입장에 서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내가 제군들이 보기에 체제 쪽 사람일지 모르지만,
  합법적으로 폭도를 진압하고 폭도에 대해 사격을 가하는 건 자위대 일입니다.
  나는 자위대원이 아니니까요. 물론 자위대에는 많은 신세를 지고 있고 존경하고 있지만.

  나는 한 사람의 민간인입니다. 내가 행동을 벌일 때는 결국 제군들과 똑같이 비합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합법적으로, 결투의 사상으로 사람을 죽이면 살인범이니까, 포돌이들에게 잡혀가기 전에 자결이든 뭐든지 해서 죽어버릴 겁니다.

  (블로거 주 : 결국 미시마는 죽기 1년 전인 이 시점에서 이미 사고치고 자살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말...)

  그런 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 때를 대비해서 몸을 단련시키고,
  '근대 고릴라' 로서 훌륭한 고릴라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삽니다."


- 미시마 유키오 -
   
 


덧글

  • 레이오트 2016/08/08 23:23 # 답글

    미시마 유키오가 더글라스 맥아더의 명언을 제대로 연구했다면 그딴 형편없는 짓거리를 벌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3인칭관찰자 2016/08/08 23:43 #

    맥아더가 남긴 명언 중에서도 어떤 대사인가요?
  • 레이오트 2016/08/08 23:54 #

    전쟁을 아는 자는 전쟁을 두려워한다, 입니다.
  • 3인칭관찰자 2016/08/09 00:03 #

    그렇군요.. 미시마는 어쨌든 장교로든 사병으로든 군인이 되어 전선에 가서 태평양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전선에서 지옥을 맛본 사람들에 비하면 좀 허공에 뜬(?) 듯한 주장을 한다는 느낌도 드는 건 사실이죠.
  • 레이오트 2016/08/09 00:18 #

    무엇보다 진정한 전사이자 본래적 의미의 사무라이였던 후나사카 히로시에게 미시마 유키오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인간의 표본 그 자체로 보이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 3인칭관찰자 2016/08/09 00:33 #

    학창시절에 찐따였던 애가 나이들어 몸 만들고 격투술 좀 배워서 나대고 다녀봤자 이종격투기 선수에겐 우습게 보이는 거야 피할 수 없을테니.....
  • 키키 2016/08/11 19:44 # 답글

    저는 미시마 유키오를 예전부터 흥미롭게 관찰했습니다. 오늘날 미시마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더군요. 비웃거나, 무슨 생각의 발로로 저렇게 흑화해버렸을까 혹은 거론자체를 하지말자 입니다.

    미시마의 작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탐독하고, 그의 사상서를 읽어본 결과 저는 어느정도 그의 천황주의에 동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기타 잇키로부터 시작된 일본 사상가들의 천황주의의 흐름 말이지요..

    물론, 저는 일본의 천황제를 일본 민중들의 족쇄라고 보고 폐지해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폐지를 이해하니 그 존속도 어느정도 동감이 되는 바가 있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16/08/12 16:15 #

    제가 보는 미시마 유키오는 "대단히 흥미로운 인물" 입니다. "무슨 생각의 발로로 저렇게 흑화해 갔을까.." 하는 점도 그 흥미 안에 포함되어 있지요.

    물론 한국인이란 입장에선 마냥 감정이입을 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일본의 극우 소설가란 이유 때문에 단순히 무턱대고 까이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서, 약간 안타깝다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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