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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의 큰 오해》타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의 일기토? 역사



  본 글은 2007년, 일본출판사 PHP연구소에서 신서본新書本으로 간행된 스즈키 마사야鈴木眞哉 씨의 저서《전국시대에 대한 큰 오해戦国時代の大誤解제 3장 <거짓말투성이 명장면> 중 2편인【 카와나카지마의 일기토 】부분(p. 92 ~ 96)을 번역한 것입니다. 위 책은 현재 종이책으론 절판된 상태이나, 아마존 킨들 등을 통해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책입니다. 가능한 한 필요한 부분만 번역하겠으며, 절대로 배포나 불법공유 목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기서 명확히 하겠습니다.


  전국시대 전투의 명장면은 대단히 많으나, 카와나카지마의 일기토(一騎討ち, 1대 1 대결) 같은 경우 틀림없는 요코즈나橫綱 클래스라고 할 수 있다. 말 위에서 타치太刀를 휘둘러 내리치는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 책상에 앉아서 이를 지휘용 부채로 막아내는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이 구도는 역사 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이야기이나,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대답을 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유포되어 있는 줄거리는 타케다 측의 사료인《코요군칸甲陽軍鑑》에 기재되어 전파된 이야기이다. 이에 따르면 에이로쿠 4년(1561) 9월 10일에 일어난 제 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에서 "전해들은 이야기" 라면서 양웅의 일기토가 벌어졌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야마모토 칸스케山本勘助 항목에서 서술했듯, 이 책은 옛날부터 그다지 신용받지 못한 서적이다.

  우에스기 쪽에서는《코요군칸》에 대항하여《카와나카지마고카이도캇센키川中島五箇度合戰記》라는 책을 편찬했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역주 : 《코요군칸》과는) 꽤나 차이가 난다. 신슈信州 카와나카지마(지금의 나가노 현長野県 나가노 시長野市)에서 그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나, 텐분 23년(1554)에 일어난 일이라고 적고 있기에 시기가 완전히 다르다.

  그 상황에 대해서도 켄신이 신겐의 본진에 돌입한 게 아니라,【 양웅이 강 한복판으로 말을 몰고 들어가 일기토를 벌인 것 】이라 되어 있다. 거기에다【 이 때의 신겐은 진짜가 아니라 카게무샤影武者였다는 설도 존재한다. 】는 주석도 붙여놓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에스기 쪽도 에이로쿠 4년(1561) 9월의 일기토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신겐에게 칼을 휘두른 건 켄신이 아니라, 그 가신인 아라카와 이즈노카미荒川伊豆守라는 자였다. 】고 기록하였다.

  고 되어 있으니, 우에스기 측의 주장에 따르면 신겐과 켄신 본인들의 일기토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 그래서는 너무나 시시하지만, 우에스기 측의《카와나카지마고카이도캇센키》가 타케다 측의《코요군칸》에 비해 보다 신용할 수 있는 책이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십보백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역주 : 우에스기 측 사료 쪽이) 신뢰도가 더 낮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양웅의 일기토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꺼낸 것이, 에이로쿠 4년(1561) 10월 5일자로 칸바쿠関白 코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가 켄신에게 보냈던 편지다. 사키히사는 이 무렵, 켄신의 초청을 받아 동일본으로 가서 시모우사下總 지방 코가(古河, 지금의 이바라키 현茨城県 코가 시古河市)에 체류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카와나카지마 전투의 소식을 듣고 켄신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켄신 스스로가 타치를 휘둘렀다. 】고 적혀 있으며,【 이는 비할 바 없는 일로 "천하에 명예로운" 일이 되었다. 】고 한다. 일기토를 긍정하고 싶어한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움직일 수 없는 증거" 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애초부터 이것만으로는 칼날을 받은 상대가 신겐이었는지 누구였는지를 알 수가 없다. "천하의 명예로운 일이라고 하므로 신겐과 싸운 것" 이라는 설도 나왔으나, 이것은 상당히 무리한 논법이다.  

  그렇다면 "켄신이 타치를 휘둘러 누군가와 맞서 싸웠다는 점만큼은 인정할 수 있느냐?" 고 묻는다면, 그것도 조금 의심스럽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엔 무기가 무엇이든 적과 직접 싸우기만 했다면 "타치를 휘둘렀다太刀打ち" 고 표현하였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자면, 쌍방이 활과 화살로 싸움을 벌였는데도 위와 같이 기록된 경우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경우도 "켄신이 어떤 무기를 잡고서 싸움을 벌였다." 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일군의 대장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참패하여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를 별개로 친다면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텐쇼 14년(1586) 무렵, 모리 가문毛利家의 중신重臣 마스다 모토나가益田元祥라는 자가 스스로 무기를 들고서 접전을 벌였다고 하여 모리 일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말과 타치 등을 선물한 적이 있다. 모토나가는 일군의 주장이었긴 하지만, 전군을 이끄는 총대장은 아니었다.

  이 정도의 클래스라도 그렇게 호들갑이었으니, 우에스기 켄신 정도의 인물이 정말로 직접 적과 싸움을 벌였다면야 분명 비할 바 없는 이야기로, "천하에 명예로운 일" 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뭐, 앞의 장에서도 기술했지만 켄신이란 사람은 그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걸 대단히 즐기는 남자이기도 했다.

  영화나 TV드라마 같은 데서는 이 일기토가 대체로 통설을 따라 연출되고 있다. 이나가키 히로시稻垣浩 감독의 영화《풍림화산風林火山》같은 경우도 그러했는데, 단지 켄신 쪽은 그와 같은 복장을 한 무사 몇 기를 이끌고 쳐들어가는 걸로 설정되었다. 신겐이 아니라 켄신 쪽에서 카게무샤를 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이나가키 씨가 어린 시절 들었던 비파노래 같은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 연출한 것이라 한다.

  카이온지 쵸고로海音寺潮五郎 씨의《하늘과 땅과天と地と》에서는 우에스기 켄신이 주인공이었으나, 일기토의 경우 우에스기 측이《카와나카지마고카이도캇센키》에서 주장하였던 모습처럼 연출되지는 않고, 통설을 그대로 채용하였다. 대하드라마 쪽도 그와 같이 연출되었으나, 카도카와에서 만든 영화판《하늘과 땅과》에서는 두 무장이 강물 속에서 말을 타고 일기토를 연기하는 모습을 취하였다.     

      

덧글

  • 레이오트 2016/05/28 20:54 # 답글

    사실 일기토라는게 삼국지연의를 무대 상연하면서( 무대 상연의 특성 때문에) 서로의 군대가 싸우는걸 장수 개개인 간의 싸움으로 표현하면서 나온 일종의 상징적 표현이지요.
  • 3인칭관찰자 2016/05/28 21:55 #

    일단 중국 쪽(특히 삼국지연의의 일기토)은 그런 면이 강한데... 일본 쪽에서는 무사가 발흥한 이후 무가정권 초기(가장 유명한 게 겐페이전쟁 시기)까지는 일기토 내지는 그와 비스무리한 개념이 있어서 실제 전투에서 행해지는 전법 중 하나로 기능했습니다. 일기토(=잇키우치)란 말 자체도 무사계급이 득세하기 시작할 무렵(12세기 중후반)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조어이지요.
  • 레이오트 2016/05/28 22:00 #

    그럼 전국바사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뜻인가요?
  • 3인칭관찰자 2016/05/28 22:09 #

    당연히 아닙니다. 일기토라는 전법은 전국시대가 되기 한참 전에 도태되었고, "유명한" 무장들이 1대 1로 승부를 겨룬다는 개념은 전국시대가 되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줄어들었죠. 전국시대 역사에서 누구와 누구가 일기토 붙었니 어쩌고하는 건 대부분 에도 시대에 접어들어 삼국지연의 같은 군담소설의 영향을 받아 창작되거나 미화된 게 큽니다.
  • windxellos 2016/05/29 11:29 # 답글

    《하늘과 땅과》의 영화판은 원작 소설과도 완전히 엇나가는 오리지널 전개라 처음 봤을 땐 '어 뭐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막판의 그 기마 일기토는 나름 공들여 연출한 것 같긴 한데 칼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피한방울 솟질 않아서 뭔가 좀 미묘~했던 느낌이었죠;
  • 3인칭관찰자 2016/05/29 16:07 #

    제목만 빌린 건가요... 원작과 다른 전개를 하여 참신함을 주고 싶었던 건지.
  • windxellos 2016/05/29 16:30 #

    그정도까지는 아니고 '켄신이 성장하여 에치고를 평정', '최종보스 신겐, 최종전은 가와나카지마' 같은 기본틀은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우사미가 배신하고 반란을 때린 뒤 켄신과 일기토를 뜬다든가 하는 괴이쩍은 장면이 몇 들어가 있습니다. 영상미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서도;
  • 3인칭관찰자 2016/05/29 17:02 #

    아... 제가 어릴 적 인터넷에서《하늘과 땅과》줄거리를 보았을 때, 우사미가 나중에 반란을 일으킨다고 적혀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버전이 대하드라마가 아니라 영화판이었던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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