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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치 칸] 나가시노長篠 전투 (2) ┗ 日本合戰譚



  이 글은 패전 이전 일본의 유명 대중소설 작가로 출판사 분게이슌쥬文藝春秋의 창립자 겸 초대 사장이자, (고인이 된 친구들의 이름을 따) 아쿠타가와 상芥川賞 / 나오키 상直木賞이라는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을 만들어내기도 한 키쿠치 칸菊池寬 씨의 저서《일본합전담日本合戦談》에 포함된【 나가시노 전투長篠合戦 】편을 번역한 글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글의 내용은 일본 전국시대를 둘러싼 지금의 통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자인 키쿠치 씨가 별세하신 때로부터만 쳐도 이미 68년이 지났으니 말이죠. 특히 오다 노부나가의 3대 전투(오케하자마 / 아네가와 / 나가시노 전투)의 경우 최근의 학설에 의해 전투의 양상과 전개 자체에 대한 해석이 크게 뒤집어져서, 이《일본합전담日本合戦談》에 수록된 이야기는 상당히 낡은 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지금 통설로 자리잡은 나가시노 전투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언젠가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좋든 싫든 현대의 역사가들이 '1차 사료가 아니다' 는 이유로 가지쳐낸 내용이 여기에는 제법 섞여있기 때문에, 이 내용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흥미 위주로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출처 : 아오조라 문고


  오다 / 토쿠가와의 진형이 갖추어지는 것을 보고 (5월) 19일, (타케다武田) 카츠요리勝頼도 작전회의軍評定를 열었다. 직접 주장하기를, "전군이 타키가와 강滝川을 건너 키요이다하라清井田原로 본진을 옮겨, 아사키浅木 / 미야와키宮脇 / 야나기다柳田 / 타케히로竹広 부근에서 결전을 벌인다." 고 하였다. 그러나 신겐 시대 이래의 숙장宿将인 바바 미노노카미 노부후사馬場美濃守信房 / 나이토 슈리 마사토요内藤修理昌豊 / 야마가타 사부로베에 마사카게山県三郎兵衛昌景 등은 "이는 불가한 일입니다" 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미 중원의 패자로 올라서 있는 노부나가와 / 토카이도 제일(의 지휘관) 로 불리는 이에야스의 연합군이 패배하기 힘든 진용과 준비를 하여 이 곳에 왔음을 꿰뚫고 있었다.     

  나이토 등은 퇴군退軍을 주장하며, "만약 적이 추격하여 오면 신슈(信州, 시나노 지방)로 끌어들여서 싸우는 것이 옳습니다." 고 말했다. 카츠요리는 이를 듣지 않았다. 그러자 바바 등은 "그렇다면 나가시노 성長篠城을 함락시킨 후에 철수한다면, 타케다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습니다. 지금 성에 조총이 5백 정 있다고 치고, 아군이 공격하면 첫 발에 5백 명의 부상자가 생길 것입니다. 다음 번에는 그 이하의 사상자가 날 것입니다. 이렇게 1천 명을 넘지 않는 희생을 하여, 타케다 가문의 명성에 흠집을 내지 않는 정도에서 철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라고 했으나, 타케다의 무력에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있던 카츠요리는 아토베 오오이노스케 카츠스케跡部大炊助勝資의 진언을 들을 뿐, 승낙하지 않았다. 

  비전론자非戦論者들은, "그렇다면 나가시노 성을 우려빼 카츠요리가 그곳에 입성하고, (타케다) 일가 무장들은 후진을 맡은 후, 우리 3명의 부대가 강을 건너 적과 대진하여 지구작전을 편다면, 아군의 군량은 걱정할 바 없는 반면에 적군은 그렇지 않아 자연히 퇴진하게 될 것입니다." 고 말하였다. 아토베 등은 "무엇 때문에 노부나가 정도 되는 자가 물러가겠는가. 그리고 저쪽에서 먼저 쳐들어올 때는 어찌할 것인가?" 고 말하며 반대하자, 바바 등은 "그때는 어쩔 수 없다. 일전을 벌일 뿐." 이라고 답했다. 아토베들은 조롱하며, "그 때가 되어 싸우든, 지금 싸우든 마찬가지이다." 고 응수했다. 카츠요리는, "지금은 전투를 벌일 뿐이다. 미하타御旗, 타테나시武楯에 맹세하건데 전법을 바꾸리라." 고 말하였기에 군사회의는 결정이 나고 말았다. 미하타란 (타케다 가문의 시조인 신라사부로新羅三郞) 요시미츠義光 이래 대대로 전해져오던 흰 깃발, 타테나시란 마찬가지로 미나모토 가문源家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여덟 벌의 갑옷 중 하나로, 둘 다 타케다 가문의 보물인지라 한 번 여기에 대고 맹세하면 어떤 수를 써도 물릴 수 없다는 법도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신겐 시대 이래의 지용을 겸비한 무장들의 간언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하여, 카츠요리의 자부심과 아토베들의 현명하지 못함不明이 전략을 그르쳤기에, 병사수와 병기의 차이가 있었던 데다 이젠 전략까지 뒤떨어지게 되었다.    

  카츠요리는 결코 어리석고 우둔한 무장은 아니었으나, 그 기략과 위명威名이 아버지 신겐에 비하면 크게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양장良将을 인솔하고 써먹는 능력과 감식안이 없었으며, 이런 식으로 노장들을 억누르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려는 아집이 있었다. 휘하 제장들의 사이가 그다지 원활하지 못했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도 애석한 일이었다.

  아토베들이 강경하게 일전을 벌일 것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노부나가의 용간用間에 빠져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가 전투 중에 배신하리라고 맹신했기 때문이라고도 전해지는데, 이것은 단순한 전설일 것이다. 그리고 "아토베와 함께 카츠요리의 총애를 받고 있던 나가사카 쵸칸長坂釣閑이 바바 / 나이토 등과 싸워 일을 그르치기에 이르렀다." 고도 하나, 사실 나가사카는 이 때 다른 방면으로 출동해 있었기에 이쪽은 분명 후세 역사가들의 험담에 불과하다. 나가사카 / 아토베 두 사람이 새로운 주군 카츠요리의 총애를 받는 것을 자랑하며 횡포를 많이 부렸다고 하는 것이야 사실인 듯하나, 그들이 반드시 타케다 가문을 생각하지 않는 소인배였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나가사카는 (타케다 가문이 멸망할 때) 카츠요리와 텐모쿠 산天目山에서 함께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아토베의 경우도 어찌됐든 텐모쿠 산까지 동행하긴 했다. 이 때 카츠요리와 함께 한 사무라이들이 4~50명밖에 남지 않았던 걸로 보면, 아토베도 상당히 충성스러운 가신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단지 그들의 지략이 바바 / 나이토 / 야마가타에게 미치지 못했고, 그들 그룹은 이미 작년부터 싸움을 벌인 결과, 서로 반목하고 있었다.

  이 전투가 벌어지기 1년 전인 텐쇼 2년(1574) 말기, 야마가타의 숙소에 바바 / 나이토 / 코사카 마사타카高坂昌隆 네 사람에다 오야마다 사효에 노부시게小山田佐兵衛信茂 / 하라 하야토노스케原隼人佐를 끌어들여, 이들이 내년도의 군사업무를 평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전부터 카츠요리의 "측근 간신側姦" 무사로 백안시당하고 있던 나가사카 / 아토베 두 사람이 그 곳으로 찾아왔다. 성격이 급했던 나이토는 "이 자리는 기밀에 해당하는 군사회의 자리이다. 신겐 공이 돌아가셨을 때, 타케다 가문의 군사기밀은 우리들 네 명이 내밀하게 결정하라고 유언하신 바 있다. 이 중요한 자리에 무슨 일인가?" 고 호통치자, 나가사카는 "카츠요리님으로부터 1~2년 내로 오다 / 토쿠가와와 결전을 벌일 각오를 하고 있다는 뜻을 받들어, 군사회의의 장에 온 것이다." 고 답했다. 나이토는 대노하여 "이 들여우같은 자식아. 주군을 부추겨 무모한 전투를 벌여, 타케다 가문을 멸망시키겠다는 거냐. 깜도 안 되는 군사업무를 논할 시간이 있으면 미타케 산三嶽에 가서 종이나 쳐라." 고 매도했다. 나가사카도 화가 나 칼집에 손을 대자, 나이토는 "짐승을 베는 데 쓰는 칼은 가지고 있지 않다." 며 칼집도 뽑지 않고 (나가사카를) 내려치려 했던 걸, 사람들이 뜯어말렸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원한 때문에 이번의 군사회의에서도 쌍방이 다투게 되었으나, 비전론자들이 끝내 패배하면서, 바바들은 다이도지 산大道寺山에 있는 냇물을 마비쟈쿠(馬柄杓, 역주 : 물을 떠 먹는 국자)로 나누어 마시며, 죽음을 각오하기로 맹세했다.
 
  비전론자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결전 당일인 21일 아침, 역시 비전론자였던 야마가타 마사카게를 대표로 삼아 카츠요리를 설득해 보았으나, 그는 "그 나이를 먹어도 목숨은 아까운가 보군." 이라고 빈정대며 상대해주지 않았다. 분연히 물러난 마사카게는, 동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설득은 이미 쓸모없게 되었다. 모두 전사하자." 고 내뱉은 후 툇마루에서 말에 옮겨타며, 투구끈조차 조이는 것을 미루고 전장으로 달려갔다고 전한다.

  용장勇将과 맹렬한 무사猛士들이 비전론을 펴는 전쟁이 잘 풀려나갈 리가 없다. 모두가 전사할 각오를 굳히고, 무모한 전투임을 알면서도 싸움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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