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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치 칸] 카와나카지마 전투川中島合戦 (4) ┗ 日本合戰譚



  이 글은 패전 이전 일본의 유명 대중소설 작가로 출판사 분게이슌쥬文藝春秋의 창립자 겸 초대 사장이자, (고인이 된 친구들의 이름을 따) 아쿠타가와 상芥川賞 / 나오키 상直木賞이라는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을 만들어내기도 한 키쿠치 칸菊池寬 씨의 저서《일본합전담日本合戦談》에 포함된【 카와나카지마 전투川中島合戦 】편을 번역한 글입니다.




  이제 묘시(卯の刻, 오전 6시)가 되면서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혀 갔다. 문득 전방을 바라보자 이게 왠일인가, 에치고越의 대군이 밀물같이 아군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새벽은 대장을 둘러싼 수천 병사를 비추었노라 】였다.【 타케다의 여러 부대도 이를 보고서 크게 놀라, "어떻게 어느 사이에 이런 대군이 이곳에 나타났는가. 하늘에서 내려왔는가, 땅에서 솟았는가. 그야말로 천마天魔의 소행이다" 고 하면서, 그 씩씩한 타케다의 용장들과 거친 무사들도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여러 부대가 침착함을 잃고 있었다.(《코요군키甲陽軍記》)  】   

  켄신은 (자군) 1만 3천 명 가운데 아사히야마 산성旭山城에 5천 명을 잔류시켜 놓았기에, 이 곳에 있는 병사는 정예병 8천 명으로 병력수는 같았으나, 불의를 찔린 타케다 군은 처음부터 정신적으로 일격을 당한 상태였다.

  그래도 역시 백전을 거치며 연마된 신겐은 조금도 놀라지 않으면서 우라노 민부浦野民部에게 적의 정세를 탐지하게 하여, "켄신은 자군 부대를 끊임없이 빙글빙글 회전시키면서 사이가와 강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 보고했는데, 신겐 공 이 말을 듣고는 "그 빼어난 우라노도 모르는 게 있었을 줄은. 그것은 차륜진(車懸り, 쿠루마카카리)" 이라는 것이다. 돌아가면서, 하타모토旗本를 적의 하타모토와 맞부딪혀 일전을 벌일 때 쓰는 전법이니라." 고 답하며 부대를 재정비시켰다고 한다.

  (저자 주 : 그러나 차륜진이란 어떤 것인지가 상당히 의문스러운 게, 대군을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게 하는 것은 실제로는 곤란한 것이다. 그러나 군담물 작가가 농담한 것도 아닌 듯하며, 실제로 카와나카지마에서 켄신의 진형은 수차水車와 같이 친위대旗本를 축으로 삼아 빙글빙글 돌면서 전군이 적군과 부딪혔다. 그러나, 상세한 것은 알 수 없다.)

  에치고 군은 선봉인 카키자키 이즈미노카미(柿崎和泉守, 카게이에景家)가 순무大蕪菁 깃발을 앞세운 1천 5백 명의 부대를 이끌고 맹렬한 진격을 시작하여, 오전 7시 30분 무렵 미즈사와水沢 서쪽 끝에 진을 치고 있던 타케다 사마노스케 텐큐 노부시게武田左馬之介典廐信繁의 부대(약 7백 명)에게 돌격했다. 텐큐 부대는 크게 낭패하면서도, 창을 잡고 소라고둥을 울리면서 응전한 타케다 군은 아직 진형의 재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던 신겐의 명령에 따라 용약하여 적에게 맞섰다. 신겐은 진형을 12단으로 편성하여, 우회한 부대迂廻軍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책략을 선택, 지네百足가 그려진 사시모노를 꽂은 연락장교(使番衆, 츠카이반슈)들을 여러 부대로 보내어, "부대는 그 위치를 가능한 한 사수하라." 고 엄명을 내렸다.

  카키자키 부대와 텐큐 부대의 백병전은 카와나카지마의 정적을 깨뜨려, 맞부딪히는 창들의 울림과 칼날을 겨루는 타치太刀 소리는 요란했고, 칼과 창의 번뜩임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카키자키 부대는 새 부대를 투입하여 교대하고 다시 부대를 교대시키면서 앞뒤 돌아보지 않고 힘차게 돌격하였기 때문에, 그 텐큐 부대도 고전하게 되어 대오가 서서히 어지러워져 갔다. 이 날 텐큐 노부시게는, 황금으로 만든 타케다비시(武田菱, 역주 : 타케다 가문의 문장, 깃발에 마름모 4개가 그려진 문양이다) 장식물을 꽂은 투구를 쓰고, 검은 색 실에다 비단을 섞어 엮은 갑옷을 입고, 감색 천으로 만들어 금박으로 경전의 문구를 새겨넣은 호로(母衣, 화살막이)를 지고서 사슴빛 말鹿毛에 올라타 지휘채를 휘두르며 격려했으나, 형세가 불리해졌기에 분연히 일어나 호로를 벗어 부하에게 넘겨주며, " 내 아들 노부토요信豊에게 주어 유품으로 삼아라." 고 하며 투구끈을 자르고 3척의 큰 칼을 휘두르며, 무리지어 쳐들어오는 에치고 병사들을 베어 쓰러뜨리고 또 베어넘기며 귀신처럼 싸웠으나, 결국 칼이 부러지고 힘도 다하여 전사討死했다. 어찌됐든, 신겐의 동생이 전사했을 정도로 혼란했으니 (타케다 군이) 얼마만큼 고전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이에 야마가타 부대山県隊의 일부가 텐큐 부대를 구원하러 왔기에, 카키자키 부대도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전방에서는 (우에스기 측) 시바타 부대新発田隊와 (타케다 측) 아나야마 부대穴山隊가 혼전을 벌였는데, 아나야마 부대도 사력을 다해 격전을 벌였다. 이 때 에치고의 혼죠本庄 / 야스다安田 / 나가오 부대長尾隊는 코슈의 우익 측인 모로즈미両角 / 나이토 부대内藤隊와 접전하였는데, 코슈 군의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 부대장 모로즈미 분고노카미 토라사다両角豊後守虎定는 '이제 여기까진가.' 고 각오하고서, 오케가와도우桶皮胴 형태의 커다란 갑옷에다, 카엔가시라火焔頭 투구에, 용맹하고 덩치 큰 아시게(葦毛, 역주 : 흰 바탕에 검은 색 계통 색이 얼룩처럼 섞여있는 말)에 올라타 커다란 창을 휘두르며 아수라처럼 에치고 병사들을 쓰러뜨렸으나, 결국 창이 부러지고 힘이 다하여 전사하고 말았다.

  이에 이르러 모로즈미 / 나이토 부대는 후퇴했고, 카키자키 부대와 야마요시 부대山吉隊도 협력하여 코슈의 맹장 야마가타의 부대를 몰아붙였기에, 신겐의 친위대 정면이 틈을 드러냈다. 켄신은 이를 알아채고, 자신의 친위대를 학익진, 즉 가로로 포위하는 대형으로 포진시킨 뒤, 하치만바라八幡原에 있는 신겐의 친위대를 향하여 창과 칼을 휘두르며 돌격했다. 그 부대 3천 명. 켄신의 친위대도 맹렬히 신겐을 향해 돌격하였는데, 타케다 측에선 우측에 있던 모치즈키 부대望月隊와 신겐의 적자嫡子 (타케다) 타로 요시노부太郎義信의 부대, 좌측의 하라 하야토原隼人 / 타케다 소요켄(武田逍遙軒, 노부카도信廉)들의 부대가 구원하러 왔기에 양군 친위대가 어우러진 대접전이 벌어졌다.

  이보다 전에 야마모토 칸스케 하루유키山本勘助晴幸는, 이번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책임을 느끼고, 63세의 노령으로 스님처럼 깎은 까까머리에 흰 천을 묶어 머리띠를 하고, 검은 실로 얽어맨 갑옷을 입고서, 카스게(역주 : 전신에 흰 털이 드문드문 보이는 말) 준마에 걸터앉아, 3척 타치를 휘두르며 부하 2백 명을 이끌고 구릉 부근의 가장 위험한 곳으로 돌출하여 에치고 군 속으로 돌입, 몸에 86군데에 달하는 중상을 입고 부하들과 함께 전사했다.

  이 무렵에 이르러서는 양군의 후군도 모두 전선에 투입되었기에 싸우지 않고 있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고, 양군 2만에 달하는 갑주무사들이 하치만바라 곳곳에서 맹렬히 부딪히며 찌르고 또 찔렀다. 그야말로 장관壮観이었다. 신겐의 적자 타로 요시노부가 이 때 24세. 타케다비시 금장식이 달린 용머리竜頭 형 투구를 쓰고, 푸른 색 갑옷을 입고, 아오게(青毛, 역주 : 파란 색 털로 뒤덮인 말) 준마를 타고서 친위대를 구원하여 분전한 것은 유명하다. 이 때, 하지카노 겐고로 타다츠구初鹿野源五郎忠次는 주군 요시노부를 엄호하다 그 말 앞에서 전사했다. 에치고의 용竜자 깃발은 계속해서 아침바람 속으로 진출하여 갔다.

  코슈 군의 전세는 갈수록 나빠져, 신겐이 앉아있는 지휘용 걸상 주변에 있던 직속부하들도 각자 신겐에게서 떨어져 싸우러 나가게 되면서 걸상 주위에는 2~3명의 시동近習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은' 신겐은 걸상에 가만히 앉아서, 냉정하게 지휘를 계속하고 있었다.          

  신겐은 검은 실로 얽어맨 갑옷 위에 비단으로 짠 법의를 입고, 묘친 노부이에明珍信家의 명작 스와 법성諏訪法性의 투구를 쓰고, 나중에 찾아올 승리를 기대하며 아군 부대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나이 41세.

  이 날, 에치고의 주장 우에스기 테루토라(上杉輝虎, 사실은 아직 마사토라政虎라 불렸다)는 감색 실로 엮은 갑옷에, 파란 견직물로 짠 카타키누를 두르고, 황금으로 만든 호시카부토星兜 투구에 타테에보시立烏帽子를 쓴 후, 명주로 만든 흰 천으로 흰 두건을 만들어 머리에 묶고, 2척 4촌 5분의 쥰케이 나가미츠順慶長光 타치太刀를 뽑아들고는, 호쇼츠키게放生月毛라 이름붙인 명마에 올라타, 마리지천摩利支天의 재림인가, 하고 생각될 만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덧글

  • 재팔 2015/12/16 20:20 # 답글

    60년대 NHK의 사극 하늘과 땅과에서는 조총 소리를 신호로 공세로 들어가는 것으로 차현진을 묘사하더군요^^
  • 3인칭관찰자 2015/12/16 20:40 #

    하늘과 땅과... 의외로 오래 전에 사극으로 만들어졌네요. 저는 한 80년대쯤에야 만들어진 줄 ^^;;; 조총을 신호로 쳐들어가는 쪽이 전군이 통일되어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는 훨씬 그럴듯 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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