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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 시소] 오페르트 도굴원정대 (3) 아오조라문고


  이 포스트는 쇼와 시대 초중기 일본에서 마르크스주의 계열 (강좌파) 역사학자로 활약하신 故 핫토리 시소(服部之総, 1901~1956) 교수님이 1933년 9월에 집필하셨던,〈발릉원정대撥陵遠征隊〉라는 기고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이 쓰여진 지 85년, 저자분이 돌아가신지 62년이 지난 지금의 눈으로 보기엔 이러저러한 면에서 낡았다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2년이 지난 1880년 3월,《금단의 나라, 조선 기행》이라는 제목의 당당한 책이 영어판과 독일어판으로 뉴욕 / 라이프치히에서 동시에 출판되었다.【 그 지리, 역사, 생산과 상업상의 능력, 그 외의 다른 것들을 해명한다 】고 부제가 적혀 있었다. 저자는【 에른스트 오페르트 】.

  조선은 이미 4년 전에 개국하여, 영국산【 카네킨金巾 】을 선두로 한 유럽 / 미국의 상품들이 일본 상인들의 독점적 중개를 통하여 부산과 원산에서부터 옛 조선(舊朝鮮, 역주 : 이 글이 쓰여진 시기가 1933년입니다)을 요동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 이외의 국가들에 대해선 엄격히 문호를 닫아걸고 있었기 때문에, 열강들이 조선에 대한 조약을 맺으려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던 참이었다. 책을 쓸 만한 주제의 가치는 제법 있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오늘날 일본의 출판계에서라면 필경 호화판이라 불러도 될 훌륭한 장정으로, 국판 크로스 3백 수십 쪽. 본문 이외에도 해도海圖가 2장, 삽화가 21매 수록된 당당한 조선 관련 기록이었다.

  만약 마지막의 한 장을 "그 외, 그 외" 즉【 도굴원정대 사건 】자체에 대한『변명』으로 할당하지 않았다면, 동명이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저자 에른스트 오페르트 씨를 왕년의 - "싸구려 함부르크 무역상", "유태인 행상인" - 이란 밉살스런 도굴원정단 사건의 주범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데 4월 21일자《네이션》에는 다음과 같은 투서가 게재되었다.

【 네이션 편집 귀하. 조선에 관한 오페르트의 신간이 소개된 것을 읽고서, 나는 때마침 어느 기괴한 사건을 상기했다.... 이 해적과 같은 행위를 저질러 고국에서 투옥되기까지 한 오페르트 자신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해당 사건을 해명하고 출판까지 하는 건 실로 언어도단의 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다. 】

  서명에는 왕년의『참심』【 A.A. 헤이즈 】의 이름이 적혔다. 12년 전 상하이에서의 여론이 그 당시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으나, 우리들에 있어선 사건의『주모자』(오페르트)가 직접 말해주는 이야기이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오페르트에 의하면『주범』의 명예는 모조리【 아베 페론 신부 】에게 떠넘겨졌다. 그리고 아베 페론 신부는 최고의 인격자로 거론된다.【 신부에 대하여 하잘것 없는 인간들이 신부를 멸시하며 논란을 벌임이 극심한 것을 지켜보며, 드디어 나는 신부의 도덕情操과 품성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결함을 증명함으로서, 절대 지순한 동기 이외 다른 어떤 것에 구애되어 행동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확언해야 한다는 의무를 통감하는 사람이다. 】

  이 말이 모든 장章에 앞서 서문으로 적혀있었으므로, 도굴원정대 사건은 오페르트에 따르면 아베 페론 신부의, - 그리고 신부의 제언을 따른 모든 간부의 -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결한 품성을 논증하는 사례로서 전개된 것이다.

  "당신이야말로, 기쁘게 손을 빌려주실 분이라 판단됩니다." 라는 서두를 달고서, 어느 날 페론 신부는 상하이 조계의 찻집 한 구석에서, 오페르트에게 거드름을 피우며 설교를 했다. 

  "이제부터 말씀드리려는 걸, 처음 들으시면 대단히 놀라실지 모르겠습니다. 기괴하게도, 엉뚱하게도 들리겠지요. 그러나 잘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 저희들이 바라고 있는 조선의 개국을 섭정(대원군大院君을 말함)에게 강요하는 길은, 이 이외에는 절대로 없습니다. 저의 제안이 기괴하고 이상하다고 할 지언정, 큰 일은 잔재주로 성취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오. 편협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분명 섭정에게 강요하려고 한다지만, 어떤 대단한 위해를 가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 나라 어느 한 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위해를 가할 걱정은 없습니다. 물론 상당한 수의 호위병이 필요하겠지만, 실제적인 위험을 걱정해야하는 게 아닌, 귀찮은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은 페론 신부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몇 페이지에 걸쳐서 쓰여져있는데, 원래 이 계획은 페론 신부와 "저(신부)의 조선인 친구" 와의 사이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적혀 있다. 조선인이라면,【 젠킨스 】가 총영사【 슈어드 】에게 "조선에서 온 특사" 라고 보고했던 사람으로, 사실은 페론 일행을 조선에서 구출해 온 몇 명의 조선인 신자들이었다. 어부들이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들의 계획이라는 건

  "미신을 깊이 믿는 섭정(대원군)의 집에 전해 내려져오는 성스러운 유골이 있어, 어느 비밀장소에서 보호되고 있다. 그 성스러운 유골 덕분에 그와 그의 가족이 행복을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바치는 존숭은 괴이할 정도다. 이것을 탈취할 수 있다면, 사실상 절대권을 쥐는 것과 마찬가지. 수도 한성을 함락시킨 것과 같다. 섭정은 유유낙낙, 성스러운 유골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나라의 문을 여는 것 정도는 아무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뒤에 이어지는 페론 신부의 이야기는, 이젠 대단히 실제적이고, 과학적이고, 훌륭한 탐정소설이 된다.

  "그 누구의 생명에도 지장이 없으리라 믿기 때문에, 당신의 도움을 빌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역시 어떤 곤란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그 물건이 거두어져 있는 장소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프린스 제롬 만(아산만) 】의 어떤 강 하구를 기선을 통해 30마일이나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 강은, 1개월 중 대조大潮가 있는 30시간 밖에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건, 그 30시간에만 최심 약 3피트의 수량이 존재하고, 그 외의 시기에는 대부분 바짝바짝 말라붙어 있습니다.

  문제의 장소는, 상륙지점으로부터 도보로 넉넉잡아 4시간. 도중에 상당히 인구가 많은 마을을 하나 통과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갈 때도 올 때도 대조가 있는 30시간밖에 쓸 수 없기에, 아산만 하구에는 조수가 막 들고날 때 도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험가는 달변가인 법이다. 말을 잘 하는 건 모험가가 되기 위한 자격 중 하나이다. 페론이 이야기를 했든, 오페르트가 이걸 글로 옮겼든, 하여간 이 점이 나중의 실패를 설명할 수 있는 복선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대답을 하시기 전에 생각해주시기 바라는 건, 이 일로 인해 생기는 이익은 크게는 전 세계, 적게는 조선 국민 전체의 것이 되리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비교하면 섭정 개인이 입을 피해 따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는 겁니다....."

  젠킨스가 공판정에서 도굴사건을【 조약 체결 】과 결부시킨 것도, 이 이상의 답변이 불가능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덧글

  • 레이오트 2015/07/04 09:57 # 답글

    성스러운 유골이라니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에 나올만한 물건으로 보이네요 =ㅅ=;;;;;;
  • 3인칭관찰자 2015/07/04 10:49 #

    아마 한국의 장례문화나 제사문화, 내지는 조상 섬기는 문화에 대한 무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레이오트 2015/07/04 11:12 #

    거기다가 유럽의 성유물 숭배 풍습이 겹친게 아닐까 싶네요. 중세 유럽인들은 성유물, 그 중에서 성인의 유골이나 심장과 같은 장기에 대한 집착은 말그대로 미쳐돌아갔고, 당연히 이것의 가짜가 넘쳐나게 되었다고 하지요.
  • 3인칭관찰자 2015/07/04 11:31 #

    생각해보니 납득이 가는군요. 일리있는 말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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